“이건희 성매매 의혹만큼 중요한 삼성의 개입 여부”
상태바
“이건희 성매매 의혹만큼 중요한 삼성의 개입 여부”
[인터뷰]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7.22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타파>가 지난 21일 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삼성 그룹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도를 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 2위 자리에서 ‘이건희’와 ‘뉴스타파’가 내려오지 않고 있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관련 내용이 화제다. 하지만 주요 방송과 신문에선 22일 오전 삼성그룹의 입장이 나올 때까지 거의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사안을 취재해 보도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이날 오후 <PD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 언론들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하면서도 “기성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더라도 아이템에 따라 대중에게 충분히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뉴스타파>의 해당 보도는 석 달 가까이 내부에서도 조심하며 취재한 결과라고 한다. 전문가를 통해 영상의 조작 여부는 물론 이건희 회장의 성문 분석 검증 등을 거쳤고, 성매매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빌라의 소유주 등을 확인하며 삼성 그룹 차원의 개입 혹은 지원 여부를 추적했다.

일련의 노력을 통해 추적한 내용에 뜨겁게 환호하는 여론도 많지만, 일부에선 사생활 영역의 문제를 보도하는 일에 과연 공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뉴스타파>의 해당 보도로 다른 현안들이 묻힌다는 비판도 나온다. 쏟아지는 열광과 일부의 비판 앞에서 이 보도를 담당한 심인보 기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질문을 던져 봤다. <편집자>

▲ 7월 21일 <뉴스타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 영상 ⓒ뉴스타파

-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보도로 인해 사드(THAAD) 배치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등의 사안이 묻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타파>는 비정파적 탐사보도매체다. 즉, 정치 상황에 따라 어떤 보도가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해질지 여부는 1차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기자는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나서 ‘이 기사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기사를 내는 거다. 해당 내용은 자료들을 입수한 뒤 3개월에 걸쳐 취재를 했고,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보도를 냈다. 일부에선 청와대나 국정원에서 현재 이슈를 막기 위해서 기사 소스를 (<뉴스타파>에) 제공했다는 말도 돌던데, 그런 이야기는 소설에 불과하다.

다른 현안들이 묻힌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안들은 현안들대로 간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여론 시장의 크기가 여러 사안들을 다 수용할 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많은 기자들이 취재 중이지 않나. <뉴스타파>의 보도로 인해, 다른 현안들을 전부 다 덮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 보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고려할 때 주요 언론들의 대응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오늘(22일) 주요 아침신문들만 봐도 <한겨레>를 제외하곤 관련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고, 삼성그룹에서 입장을 밝힌 후에야 보도하는 모습이다. 

“지금의 언론 보도는 예상을 했던 바다. 삼성이란 기업이 한국 언론들의 재정에 미치는 엄청난 비중을 감안할 때 (이런 식의 반응은)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도 예상 못했던 모습이 보인다. 주요 언론에서는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오전까지 유튜브에서만 2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이 뉴스를 봤다. (*22일 오후 5시 기준 유튜브에선 해당 뉴스가 426만회 이상 조회됐다.) 이런 모습에서 확인한 게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선 기성 언론들의 의제설정 기능은 강하다. 하지만 아이템에 따라서는 (기성 언론의 벽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 <뉴스타파>에서 제기한 다른 문제들-삼성그룹 차원의 개입 혹은 지원 등-은 사라지고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만을 부각하는 양상으로 보도가 전개되는 측면도 있다.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뉴스1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희 회장 개인의 성매매 여부는 큰 이슈다. 하지만 우리가 이건희 회장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삼성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삼성은 사유물이 아니지 않나. 이건희 회장의 불법 성매매가 그룹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보도에서 이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많이 노력 했는데, (지금의 반응들을 볼 때) 의도만큼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삼성도 그룹과의 관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이건희 회장) 개인의 문제로 끝내려는 모습이다.”

- 사실 삼성은 우리 사회에서 장벽처럼 기능하는 부분이 있다. 삼성의 부정적인 부분을 조금이라도 보도하면 용기있는 언론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이번 이건희 회장과 삼성 관련 보도로 말하고 싶었던 게 있을 것 같다.

“취재를 하면서도, 보도 이후에도 우리 사회 속에 삼성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존재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한국에선 삼성에 대한 과대평가와 공포가 굉장히 심하다. 실제로 보도 이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뉴스타파 괜찮냐’, ‘밤길 조심해라’, ‘앞으로 한국에서 살 수 있겠냐’, ‘이민 가라’ 등의 얘기를 들었다.

삼성은 하나의 기업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초국가적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도에 대해서도 ‘이건희 회장의 사생활일 뿐’이라고 넘어가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도 대한민국 5000만 국민 중 한 명일 뿐이다. 사람들이 삼성에 대한 공포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 <뉴스타파> SNS 계정을 통해 다른 언론들에 당부를 했다. 삼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반드시 녹음을 하고 관련 파일을 보내달라는 공지였다. 이후 언론으로부터 온 제보가 있었나.

“어제 보도를 준비하고 있을 때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많았다. 삼성 쪽에서 ‘오늘 저녁에 뉴스타파 기사가 나갈건데 그 기사를 받지 말아 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했다. 보도 이후에도 삼성에서 연락한 사례가 있는지 수집하기 위해 공지를 했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회신은 없다.” 

- 보도 이후 삼성에서 <뉴스타파>에 연락온 게 있나.

“아니, 없었다. 오전에 나온 삼성그룹의 공식 입장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 후속 보도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오늘 오전 삼성의 반응이 나왔지만, 수사기관과 다른 언론들의 반응을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 앞으로 더 전해야 할 사실이 있거나 새로운 관점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낄 때 후속 보도를 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