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그대는 ‘선구자’, 한국 드라마를 보우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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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종학 PD 3주기 추모사 ②] 김승수 전 한국PD연합회장

고(故) 김종학 PD 3주기 추모식이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진행된다. 고 김종학 PD은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양사신기> 등을 연출하며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고 김종학 PD은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고소돼 2013년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주기 추모식을 맞아 고인의 MBC 선배인 오명환 전 여수MBC 사장과 김승수 전 한국PD연합회장이 <PD저널> 편집국에 추모사를 보내왔다. <편집자>

아니 벌써!

3년이 되었구나 김 감독!

3년전 오늘 아침 6시 40분이었나 그곳 폐쇄회로를 통해 녹화된 흑백 영상 속의 그대 어깨엔 수건이 걸려 있었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려고 나온 그 좁은 복도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들으며 왔다 갔다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사라 지더군. 그게 그대가 보여준 마지막 산 모습이었지.

그리곤 그 좁디 좁은 분당 야탑 고시텔 5층 방에 들어가 늘 갖고 다니던 노트북에서 A4 종이 한 장 꺼내 한자 한자 마지막 말을 써 내려 갔지...

김○○ 검사
자네의 공명심에
음반업자와의 결탁에 분노하네
드라마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꼭 사과하게
함부로 쌓아 온 모든 것들을 모래성으로
만들며 정의를 심판한다?
처벌받을 사람은 당신이네, 억지로 꿰맞춰, 그래서…억울하이.

구변호사
꼭 진실을 밝혀내 혼이 들어간 작품들의 명예를 지켜 주게나

다시 새 종이를 꺼내 써 내려 갔겠지!

여보 미안해, 몇 십년 쌓아올린 모든 것이….
여보 사랑해
그동안 맘 고생만 시키고…
여보
당신의 모든 것 가슴에 안고 갈게
헌데 당신 어떡하니 혼자 남아서...
이상하다...막상 할 말이 없네...

세 번째 종이를 다시 꺼내 두 딸에게는

민정 민주
하늘에서도 항상 지켜볼게. 씩씩하게 살아가렴

마지막 한 장을 또 꺼내곤 선후배PD들에게 라고 쓴 다음

지금 이 시간에도 잠 못자고 일 할 후배 PD들이 혼을 담고 있는 모습에 내가 누(累)가 될까? 혹시나 PD들에게 나쁜, 더러운 화살이 가지 않길 바라며.

그리곤 핸드폰과 지갑을 유서와 함께 노트북 위에 가지런히 얹혀 놓고는 준비한 청테이프로 문틈을 다 메꾸곤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침대위로 몸을 뉘었겠지.

그렇게 그는 갔다.

3년전 그날 그는 서울 중앙지검 검사의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소환되는 날이었다.

▲ 영정 사진 속 고 김종학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7월 23일. 우리 텔레비전 드라마의 마에스트로, 김종학PD는 남은 보드카 병과 번개탄을 남기고, 고시텔 창문을 바라본채 그의 62년 인생은 스톱 되었다.

3년이 지난 오늘 그가 추구했던 시대정신의 사실주의 드라마들은 흔적도 없어지고그를 앗아 갔던 방송사업자들의 ‘갑’질은 여전하고 그를 몰아쳤던 검찰은 권력형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바뀌고 너도 나도 모두도 오직 돈돈돈의 세상이 되었건만 다 나몰라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그토록 ‘혼이 담긴 작품’과 ‘최고의 최초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 그대가 어찌 그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허나 이제 그만 슬퍼하려 하네.  오늘 대상날, 탈상하는 날 아닌가? 이제 3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곳에서 터 잡지 않았는가? 그대도 이제 편안히 쉬면서 그곳 새로운 세계에 또 적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대 못 다한 일들 그대가 뿌린 장인 정신, 최고 정신인 '더 이상 최고는 없다'라는 'Non Plus Ultra'를 후배들이 이어 받아 K드라마로 나래를 더 펼 수 있도록 보우해 주지 않으려나? 

선구자는 먼저 가는 법! 큰 일 많이 했네. 

이제 잘 쉬게나

- 김승수 보냄

 

 

*김종학PD (1951-2013)

1978 (주)문화방송.경향신문 프로듀서직 공채입사

1984 MBC 동토의 왕국 연출

1988 MBC 인간시장 연출

1991 MBC 여명의 눈동자 연출

1995 SBS 모래시계 연출

1998 SBS 백야 3.98 연출

2007 MBC 태왕사신기 연출

2012 SBS 신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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