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반복되는 조기종영, 잃는 게 많은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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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뷰티풀마인드’, ‘그래 그런거야’ 조기종영 논란, 오락가락 시청률의 잣대

KBS <뷰티풀 마인드>가 조기 종영한다. <뷰티풀 마인드>는 당초 계획된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축소 편성된다. 최근 김수현 작가의 SBS <그래, 그런거야>도 애초 60부작으로 기획됐으나 54부작으로 축소 결정됐다. 해당 방송사들은 “리우 올림픽 중계로 인한 축소 편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언론들은 “시청률 만능주의”라는 비판을 담은 기사를 잇따라 쏟아냈다. 사실 국내 드라마계에서 ‘조기 종영’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매번 홍역을 치른다. 왜 방송사의 조기 종영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그리고 방송사의 입장이 설득력을 갖지 이유는 무얼까.

‘조기 종영’이 흘러나오는 배경엔 ‘시청률’이 있다. <스파이 명월>(KBS)처럼 배우의 촬영 거부 등 제작의 어려움으로 인해 종영 시기를 앞당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부진한 시청률이 조기 종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방송가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 KBS <뷰티풀 마인드> ⓒKBS

최근 조기 종영이 결정된 <뷰티풀 마인드>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의사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관심을 모았다. 방영 중인 현재까지도 작품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닥터스>와 맞붙으면서 3~4%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 그런거야>도 10%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김수현 작가의 명성을 맞먹을 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진 못하다. 조기 종영이 결정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 드라마를 시청률 잣대로 재단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시즌제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에피소드 축소 등 수익성을 빠르게 판단해 조기 종영을 결정하는 일이 왕왕 있다. 시청자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던 <뉴 암스테르담>(Fox)의 경우 조기종영 수순을 밟았다. 따라서 국내 방송사의 ‘조기 종영’ 선택은 시청자의 반향을 감지한 합리적인(?) 결과로 해석할 순 있지만 시청자들은 반기를 든다. 시청률이 곧 시청자의 반응이라고 해도, 방송사의 결정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방송사들이 시청률 잣대를 왜곡된 방식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낮을 땐, 편성권을 앞세워 작품의 막을 내리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막장 드라마에 대해선 ‘무리수 연장’을 시도한다. 자극적인 소재와 대사로 입길에 올랐던 <오로라 공주>(MBC)는 120회 분량이 150회로, <압구정 백야>(MBC) 역시 120회에서 149회로 연장됐다. 당시 시청자의 연장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반면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작품을 연장시키면서 스토리가 늘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 MBC <오로라 공주> ⓒMBC

이처럼 방송사의 수익에 급급한 결정은 방송사가 내세운 편성 논리의 힘을 잃게 만들고,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청률로 오락가락하는 방송사의 잣대는 드라마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거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뷰티풀 마인드> 조기 종영 소식이 알려진 직후 비판이 들끓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비판이 식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만연해있는 ‘시청률 지상주의’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조기 종영’은 실패를 통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대신 ‘실패’라는 낙인으로 찍힌다.

물론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개선되면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지만, 제작진 입장에서 조기 종영의 경험치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드라마의 실험성보다 흥행 요소, 즉 시청률이 나올만한 서사구조에 힘이 쓰는 구조로 귀결된다.

이렇듯 조기 종영을 택한 방송사의 선택에는 여러 가지로 얽혀있는 부분들이 많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시청률’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만 재단할 경우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드라마를 오로지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도 있지만, 소수의 시청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청자와 연결되고, 양질의 콘텐츠 제작 역할을 맡는 제작진과도 연결된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편승한 방송사의 반복적인 조기종영의 맥락들을 짚다보니 장기적으로 방송사에게 자충수가 된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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