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성매매 의혹’ 대신 ‘뉴스타파’ 언론윤리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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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성매매 의혹’ 대신 ‘뉴스타파’ 언론윤리 검증?
[보도비평] KBS ‘뉴스9’ 심층 리포트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7.26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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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메인뉴스 <뉴스9>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논란에 대해 지난 25일 심층 리포트를 했다.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독립 언론인 <뉴스타파>에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고 삼성 그룹 차원의 지원 혹은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다음날이었던 지난 22일 1분 23초 분량의 뉴스를 내보낸 이후 첫 심층 리포트였다. 그러나 <뉴스9> 심층리포트의 관심은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과 동영상의 진위 여부 확인도, 회사(삼성) 쪽의 연루 가능성에 대한 심층 취재도 아니었다. ‘몰래 카메라’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해당 동영상을 공개한 <뉴스타파>의 언론윤리, 즉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뉴스9> 심층리포트의 핵심이었다.(▷링크)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내용은 고작 10초

<뉴스9>는 이날 열 번째 순서에 2분 13초 분량의 ‘이건희 동영상…협박‧공갈도 수사 쟁점’ 리포트를 배치했다. 앵커는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고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방향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며 “성매매 의혹 규명과 함께, 남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해 돈을 요구하는 행위, 그리고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만든 불법 자료를 보도하는 행위 등이 수사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7월 25일 KBS <뉴스9> ⓒKBS

이어진 리포트에서 기자는 “몰래카메라는 주로 범죄 도구로 악용 된다”며 2014년 영화배우 이병헌 씨의 동영상을 몰래 찍어 50억 원을 달라고 협박한 20대 여성 2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고 전했다. 또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등의 위협을 가했다면 협박죄, 협박하면서 돈까지 요구했다면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짚은 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촬영한 일당도 삼성 측에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이건희 몰카 촬영자들은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동영상을 제공하겠다면서 금품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처음부터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불법 촬영된 영상물을 취재 자료로 활용하는 건 언론윤리에 위배된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반면 <뉴스타파>에서 제기한 문제, 즉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 <뉴스9>의 해당 리포트는 말미에 단 ‘10초’의 시간을 할애해 “또 다른 쟁점인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이건희 회장이 의식이 없는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법조계는 분석했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뉴스타파>에서 제기한 또 다른 문제인 삼성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선 아예 언급도 없었다.

뉴스의 기본은 사실을 전하는 일이지만, 때때로 어떤 사실에 대해선 말하지 않음으로써, 일정한 방향을 만들기도 한다. 이 경우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언론(①)과 동영상 구매를 촬영자들에게 제안 받고도 언론윤리를 이유로 거부한 언론(②) 중 후자(②)의 사례만 언급함으로써, 해당 뉴스를 접한 시청자들에게 전자(①)를 언론윤리를 지키지 않은 언론이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바로 동영상을 공개한 언론에 입수 경위를 ‘질문’하면 된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언론이라면 마땅히 할 ‘취재’를 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취재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26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KBS(<뉴스9>) 쪽에서 관련 질문을,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의 도덕성을 건드려 목소리의 힘을 빼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가깝게는 경북 성주 군민들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바로 “외부 세력” 운운하는 여권의 정치인들과 언론들의 사례가 있고, 삼성과 관련해선 2007년 삼성 비자금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언론들이 신상 털기와 인식공격에 나선 사례도 있다.(▷링크)

▲ 7월 25일 KBS <뉴스9> ⓒKBS

日 언론 “기득권 포기 않는 재벌에 의존하는 한국 언론, 구조적 추태 확인” 

한국 언론의 이런 모습을 외신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외신번역 전문매체 <뉴스프로>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인 <동양경제>는 지난 23일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며 “(<뉴스타파>의 동영상 공개에)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주요 언론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KBS와 MBC 등 주요 신문‧TV는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동양경제>는  이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기자들은 ‘올해 6월 남자 연예인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 미디어들은 크고 작은 수많은 보도를 했다. 그것과 비교하면 너무 노골적인 반응이라고 쓴웃음을 지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동양경제>는 “국민의 시선이 엄격한데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재벌, 게다가 돈을 가진 그들에게 빌붙어 수익 면에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항상 자신의 눈을 의식하면서, 때로는 눈도 귀도 입도 다물어 버리는 한국의 주요 언론매체”라고 비판하며 “(<뉴스타파>의 보도는) 이번 추문을 계기로 확실하게 한국의 구조적인 추태가 뿌리 깊은 것임을 확인하게 해 준 보도가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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