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단식한다더니 링거”…트위터 여론조작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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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단식한다더니 링거”…트위터 여론조작 정황
세월호 특조위, 빅데이터 분석 통해 ‘조장-조원’ 계정 활용한 여론조작 정황 포착…제2의 국정원 사건?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7.27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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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단식한다더니만 닝겔(링거) 맞고, 영양제 주사 맞는다고 페이스북에 떴군요~ 이게 사실이면 텐트 뒤에서 김밥에 빵 먹는 거나 다름없는 거구…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요?? 기자들은 이거 취재 좀 해보시죠?”

세월호 참사 이후 트위터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노린다고 폄훼하고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일부 사용자에 의해 조직적으로 확산된 정황이 드러났다. 소수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조원’ 계정이 이를 리트윗(RT)하며 퍼트리는 비정상의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 사용했던 ‘트윗덱’으로 세월호 여론몰이 정황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27일 오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보도의 공정성·적정성 및 정보통신망 게시물 등에 의한 피해자 명예훼손 실태조사’ 발표와 토론회 개최에 앞서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트위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연구 결과 보고서 바로가기]

이날 공개한 ‘여론조성을 위한 비정상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활동 그룹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1기(2014년 4월 16~26일)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 재협상 요구부터 유가족 단식농성 중단까지의 2기(2014년 8월 19~29일), 세월호 참사 1주기(2015년 4월 11~21일) 시점인 3기 등으로 나눠 ‘세월호’를 키워드로 하는 트위터 상의 모든 글을 분석을 진행했다.

▲ 트윗작성 글 수 및 작성자 기수별 분석 ⓒ세월호특조위

결과를 보면 분석 기간 동안 일평균 11만 9000건의 세월호 관련 글이 트위터에서 작성됐고, 평균 12만 2000여명이 참여했다. 기간별 평균작성글수 130만여 건 중 14.6%에 해당하는 19만여 건의 글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직접 작성하는 ‘원글’ 형태였으며, 그 외 85.4%인 112만여 건의 글은 ‘리트윗’ 혹은 ‘리플라이(멘션)’ 형태였다.

이 과정에서 특조위는 트위터 글에서 비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확인했다. 비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패턴이란 여론조성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임의의 계정을 다량으로 만들어 게시글 수를 늘리거나 특정 글에 사람들이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리트윗 수치를 높이는 등의 패턴을 의미한다. 이는 이른바 ‘조정-조원’ 계정 패턴으로 불리는데, 1~2개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조원 계정이 이를 리트윗 하는 것이다.

특조위는 세월호와 관련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서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패턴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트윗덱(Tweet Deck)’이라는 앱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트윗덱’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활용할 경우 여러 계정이 동시에 글을 쓰거나 리트윗을 할 수 있고, 예약 기능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글을 올릴 수도 있다. 여러 계정을 가진 기업이나 기관, 개인 등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특조위의 분석 결과를 보면 트윗덱을 활용한 부정적인 여론 전파는 2기에 특히 두드러졌다. ‘조장’ 계정인 ‘ksj****’이 이 기간 동안 글의 주요 글의 내용은 이렇다.

‘세월호 유가족과 그 주변의 전문시위꾼들이 기소권, 수사권을 달라고 헌법을 뒤흔다느 슈퍼갑 행세를 하면서 떼법을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한다더니 영양제 주사 맞는다고 페이스북에 떴군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장군님 만세, 자본주의 뒤엎자’ 총집결‘

’김◯◯, 세월호 유가족, 민노총, 전교조ㅡ 그 외 괴담, 유언비어 유포자, 전문시위꾼들은 이 글 읽어보길 바란다. 당신네들의 명분은 없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과 전문시위꾼과 남남갈등 세력들로부터 인기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못된 언행을 했다‘

▲ 2기 기반 추출 그룹의 2기 RT 네트워크 범위 시각화 ⓒ세월호특조위

가입일 동일한 70개 ‘조원’ 계정 활용

‘조장’ 계정이 이 같은 글을 올리면 ‘조원’ 계정 70개가 이를 바로 리트윗 했다. 2기 당시 ‘조장’ 계정의 전파 범위는 최대 6만 5880명으로 평균 전파 범위는 3만 8491를 기록했다. 특조위는 리트윗 전체 횟수를 보면 비정상적인 리트윗 수 늘리기에 ‘조원’ 계정이 큰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장’ 계정이 올린 글은 2기 때만 총 3147회 리트윗 됐는데, 이 중 67.7%(2100건)이 ‘조원’ 계정 70개에서 각각 30회씩 동일하게 리트윗 됐다는 설명이다. 

▲ 2기 조장계정 리트윗 비율 ⓒ세월호특조위

‘조원’ 계정들은 최근까지도 같은 패턴으로 움직였는데, 우선 ‘조장’ 계정을 제외한 ‘조원’ 계정 70개의 트위터 가입일은 모두 2011년 12월로 동일했으며, 모두 지난 4월 5일 ‘조장’ 계정의 글을 리트윗 한 게 마지막 활동이다. 현재(6월 25일 기준)까지도 ‘조장’ 계정과 ‘조원’ 계정은 모두 존재하고 있다.

2기는 세월호 관련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때로, 1~3기를 놓고 볼 때 전체 글 수는 사건발생 당일과 그 후 열흘 간인 1기 때 총 196만 9300여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1인 평균 작성 글수는 2기 때가 가장 많았고 이 기간 동안 1인당 평균 리트윗‧리플라이 수도 18.4건으로 다른 기수보다 많았다. 이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타인의 내용을 활발하게 전달‧전파함으로써 담론의 주도권을 자신의 주장 쪽으로 가져오려는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는 “가장 많은 토론과 담론이 일어난 2기 때 비정상적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보인 혐의 계정들이 ‘조원’ 계정 70개를 활용해 의도적 리트윗을 진행함으로써 자신의 노출범위 비중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으며, 이런 의도적인 여론 부풀리기가 일반 트위터 사용자들에게도 착시효과를 일으켜 ‘ksj****’ 계정(‘조장’ 계정)의 영향력을 상승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기 때 유지된 ‘조장’ 계정의 영향력은 2기 이후에도 안정적인 영향력 유지를 통해 (일반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진짜 영향력자로 인지되면서 3기엔 별도의 조원 계정을 활용하지 않고도 글이 자발적으로 리트윗 되며 평균 노출도가 상승, 전체 담론 참여 계정 중 상위 1.5%대의 순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 7월 27일 정오 기사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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