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200명에 1600명 경찰 투입, 과잉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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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여성 직장인 등 대상 단과대 운영 놓고 이화여대 갈등…학생들 점거 농성, 경찰력 투입 논란

이화여대가 오는 9월 2학기부터 운영 예정인 고졸 직장인 대상 단과대학 운영을 놓고 학생들이 반대 점거 농성을 벌이고 경찰이 학교에 진입하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재학생 A씨는 “여학생 200명 때문에 경찰 1600명을 투입해 과잉 진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학생 A씨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측에선 (학생들이 교수들을 감금했다고 하지만) 감금이 아닌 대치 상황”이라며 “7월 28일 학생들이 교수들과 교직원들에게 (단과대학 운영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고, 총학에 사전 고지 후 평의회를 개최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학생들은 평의회를 막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링크)

앞서 이화여대는 고졸 직장인들에게 공부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학년당 정원 200명 규모의 미래라이프대학을 운영한다고 지난달 초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지난 7월 28일 교수‧학생 등이 참가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관련 학칙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학생들이 반발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 고졸 출신 직장인 등을 위한 단과대 설립 등 학교 정책을 놓고 이화여대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이화여대 본관 건물에서는 7월 28일부터 사흘간 학생들의 집단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7월 30일 오후, 투입된 경찰과 학생들이 본관에서 대치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제공) ⓒ뉴스1

재학생 A씨는 “(회의를 막는 일 외엔 방법이 없어) 회의장 앞에 앉아 있었고, (교수 등) 병원 치료를 요청한 분들도 순조롭게 구조대원과 나갔다”고 말했다.

1일 <경향신문> 8면 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서대문경찰서는 대학 측으로부터 세 차례 요청을 받고 출동, 1600명의 경찰을 투입해 점거 중이던 학생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경향신문>은 “학교 측은 언론에 ‘경찰 병력은 우리가 부른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7월 28일과 29일 총무처와 총장 명의의 공문을 경찰에 보냈고, 30일엔 총장이 직접 경찰과 통화해 병력 투입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재학생 A씨는 “폭력진압으로 20여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며 “여학생 200명 때문에 경찰 병력 1600명이 투입돼 이렇게 과잉진압을 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학생 A씨는 “우리도 고졸 여성들에게 배움의 길을 제공하는 게 필요함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왜 특별한 단과대를 신설해 반드시 학위를 수여해야 하는지가 가장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본교(이화여대)에는 이미 평생교육원이 존재하고 있고, 진정으로 고졸 여성 등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면 기존의 학교 입학 전형을 보충하거나 평생교육원의 질을 높이는 게 타당하다”며 “미래라이프 사업이 오히려 학벌주의 사회에 편승한 학위장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진행자가 “일부에선 학위를 꼭 정시, 수시 같은 입학전형을 통해 들어온 사람에게만 줘야 하는 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하자 A씨는 “일단 직장인들과 고졸 여성들이 학위를 따려는 이유는 보통 경력이 단절되거나 승진의 제한된 경우로,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해 이들에게 학위를 지급하는 게 겉보기엔 이들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는 것 같지만, 사실 4년제 졸업장이 있어야만 경력을 이어갈 수 있고 승진이 가능한 이 사회의 비합리적 구조를 공고하게 만드는 것, 학벌주의를 견고하는 게 하는 것”이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A씨에 앞서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진행한 서혁 이화여대 교무처장(국어교육과 교수)은 “미래라이프대학에서는 뉴미디어산업과 웰니스 산업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뉴미디어‧웰니스 산업 등은 현재 있는 전공들과 차별화되는, 이 산업 재직자들의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교양과 전공 교육을 강화해 꿈을 실현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무처장은 “대상이나 목적, 방향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평생교육시스템으로, 이는 여성 교육을 선도해 온 이화여대의 교육건학 이념을 절대 훼손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 교무처장은 “감금이 아니었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감금이 맞는 게 일단 화장을 마음대로 갈 수 없었고, 학생들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며 “손을 들고 ‘화장실을 좀 가야겠습니다’하면 학생들이 야유, 꽹과리 등을 치며 감시를 했고, 한 명씩, 순차적으로 갈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찰력 투입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서 교무처장은 “장시간 갇혀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구조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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