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제재에 나섰다는 얘기가 방송계 주변에 파다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이오에스엔터테인먼트 박신희 대표는 2일 “광전총국에서 7월 26일 (한류) 관련 회의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국제정세를 반영해 외국 연예인들의 출연 자제와 방송 자제 등을 얘기한 것 같고, 한국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광전총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중국 방송사들에 대한 최상급 심의기관으로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해당한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링크)에서 “(당시 광전총국 회의가 비공개였지만) 중국의 (업계) 친구들이 분위기를 확인하고 있는데, (광전총국 회의서 논의된) 두 가지 정도를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며 “하나는 중국 방송에서 한류 연예인들 출연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한국 드라마 방송도 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한국 연예인 출연을 자제시키라는 건 사실 한국 방송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규제”라고 말하자 박 대표는 “중국의 방송사들은 모두 광전총국의 통제를 받는 국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가 정책 등을 따라야 하는 게 한국보다 강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광전총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따르지 않는 건 생각을 하지 않을 듯하다”며 “이전에도 (광전총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케이스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굳이) 피해를 입으면서 ‘그건 아니다’라고 할 방송사는 중국 분위기 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류 사업가들의 피해 사례가 가시화 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 대표는 “(사드 배치 발표) 전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고, 중국 친구들도 ‘문제가 있겠지만 크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친구들도 ‘좀 심각하다’ 이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국에는 ‘비준’이라는 제도가 있다”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 걸 의미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비준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확신이 서지 않아 중국 친구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저도 10월에 직접 쓴 드라마를 합중 합작으로 제작하려는데, 중국 쪽과 다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과거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진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와 작금의 상황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당시 (방송사에) 공식 문건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자제 좀 하라’는 식의 분위기, 개인적으로 이를 ‘암묵적 규제’라고 하는데, 이런 분위기들이 연출되면서 연예인 출연과 드라마 수입이 안 됐고, 결국 지금 중국에선 일본 연예인과 드라마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암묵적 분위기만으로도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건가“라고 질문하자 박 대표는 ”그렇다. (분위기만으로도)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정부와 관계 기관들이 심각한 상황을 깨닫고 현지 관계자들과 해결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2일자 신문 4면 기사에서 “한미의 사드 체계 한국 배체 결정 뒤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방송사들에 연락했다는 중화권 언론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일 중국 광둥성의 지역 방송사 두 고스로부터 관련 당국의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방송사 관계자는 “그들은 ‘한국 연예인이 등장하거나,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저작권과 관련이 있는 신규 프로그램은 모두 보류하라’고 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도 “그들은 우리가 (한류 관련) 기획을 하더라도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들에게 ‘연락’을 한 곳은 광전총국이었으며, 며칠 전 관료들이 방송국 관계자에게 구도로 전해온 사실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며 “중국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한국산 콘텐츠를 상대로 통제를 실시한다는 업계 관측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