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의 테러 보도를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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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 이지용 PD(KBNe / Channel Korea 대표)

지난해 1월 파리에서 발생한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테러를 시작으로 2015년에만 네 차례의 테러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7월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니스, 그리고 노르망디 지방 쎙에티엔느 드르브레 성당에서 또 다시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테러다발 국가’가 됐다.

프랑스 정부는 대테러경보 최고단계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리아 근해에 항공모함을 파견해 테러의 배후세력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거점지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또 국내에서는 군·경 합동의 대테러 경계팀을 국가 주요시설과 시민 밀집 지역에 배치해 안전 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1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프랑스의 ‘테러와의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이 되어가고 있다.

니스 테러 이후 조사된 바에 따르면, 67%의 프랑스인들이 현정부의 대 테러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99%가 프랑스 내에서 테러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 전쟁상태로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내일 또 다시 프랑스 어디선가 테러가 난다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 지난 2015년 11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몽마르뜨공원에서 열린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프랑스 국기를 어깨에 두른 소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전례 없는 테러 시국에서 프랑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7월 14일 혁명기념일에 벌어진 니스의 트럭 테러 현장에서 프랑스 공영방송 F2는 테러에서 희생된 부인의 시신 옆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남편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또 뉴스전문 채널 BFM TV와 ITV 등도 테러현장에서 희생된 시민들의 시신 영상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특히 프랑스 최대민방 TF1은 테러범이 범행에 앞서 트럭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찍은 셀카 사진을 특종이라고 보도하는가 하면, 테러범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오보까지 냈다. 급박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한다는 미명 하에 언론의 속보 전쟁은 테러의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비극적인 모습을 생중계 하듯 쏟아 낸 것이다.

지난해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에도 언론의 속보 전쟁 때문에 군·경 테러진압작전이 방해를 받았고,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는 비판을 나왔다. 하지만 프랑스 언론의 모습은 여전했다.

니스 트럭 테러 다음날 프랑스 방송최고위원회(CSA)에는 언론의 지나친 보도행태를 당장 중지시키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쏟아졌고, 41명의 우파 야당 의원들이 방송최고위원회에 France TV 와 TF1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결국 공영방송 France TV의 보도국장이 “내보내지 말았어야 할 인터뷰를 걸러내지 못한 것”에 직접 사과했다.

언론계에서도 테러 보도에 있어 철저한 사실 확인과 희생자, 부상자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보호하는 보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아울러 자살 또는 사살되는 테러범들이 성전을 수행한 영웅으로 테러 집단의 프로파간다에 이용될 때 TV 화면과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테러범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테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지적들이 이어진 후,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 <르몽드(Le Monde)>, 시사전문 라디오방송 Europe1 , BFM TV 그리고 France Media Monde그룹(프랑스 국제 라디오방송, France24, 아랍어 국제 프랑스 방송 Monte carlo Doualiya)은 테러범들의 사진을 내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테러의 희생자들, 부상자들과 테러범을 같은 선상에서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

하지만 여전히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자체 검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속보, 특종 경쟁으로 인해 비극적인 현장을 스포츠 생중계하듯 카메라를 들이대던 언론 스스로의 자성이자 언론이 테러와 싸워가는 새로운 전략일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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