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사드 희생양 논란, 지상파 ‘방송 한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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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관계자들 “중국 공동 프로젝트 현재로선 이상무, 상황 주시”…방송·문화계, 정부 역할론도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이 중국 내 한류 콘텐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인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 행사가 돌연 취소됐고, 이달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콘서트도 두 차례 취소되는 등의 상황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은 7월 말 출장 당시 중국 장쑤성 정부와의 면담이 돌연 취소된 사례를 들며 “중국과의 방송 콘텐츠 교류와 한류 수출이 큰 암초에 부딪힌 것이 아닌가 하는 징후를 곳곳에서 감지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株)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차이나 머니’를 받아들인 기획사와 콘텐츠 제작사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시하는 모양새다. 

▲ 배우 유인나가 주인공을 맡은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 달빛 아래의 교환> 포스터.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유인나의 하차설이 이어졌지만, 소속사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사진 왼쪽) 8월 초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사드의 영향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후난위성TV, KBS

그렇다면 다수의 방송 콘텐츠와 포맷 등을 수출하며 중국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지상파는 어떨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3~2015년 사이 중국 전체 예능프로그램에서 한국 포맷 예능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율은 총 43.27%(포맷 수출 프로그램은 총 21편, 공동 제작 프로그램 8편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상파 방송에서 체감하는 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설의 여파는 없다는 분위기다. SBS 콘텐츠허브의 중국사업팀 관계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한류 콘텐츠에 대해 제제를 가한다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SBS에서 중국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KBS 홍보팀 관계자도 “KBS에서는 아직 지금 상황에 대해서 ‘큰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지상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 방송사와 공동 제작 중인 프로그램에 플라잉 PD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방송사 PD들 또한 특별한 변화 없이 중국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드 논란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중국 정부가 외국 콘텐츠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였던 만큼 지상파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중국 광전총국(한국의 방통위에 해당)은 중국 자체 프로그램의 비율을 높이고 자국 콘텐츠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1년에 1개 이상의 신규 외국 판권 프로그램 방영을 금지하고, 황금 시간대에는 1년에 2개 이상의 외국 판권 프로그램을 방영을 금지한다는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제재 이후 2016년 중국 전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중국판 <런닝맨> 시즌5의 편성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 역할론 놓고 방통위 내에서도 ‘이견’

이런 가운데 중국을 겨냥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프로덕션 등 대중 문화계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도움 없이 콘텐츠 하나로 한류를 개척했는데, 중국의 콘텐츠 표절 문제 등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사드’라는 정치·군사·안보·외교적 사안으로 대중 문화계의 발목으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정치권을 통해 수렴되는 모양새인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한류 콘텐츠 수출업체들을 통해 파악한 결과 “광전총국이 중국 내 위성방송사와 제작사 등을 대상으로 한류 제재를 본격적으로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의 한류 영향에 대한 판단 등은 정부 내에서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방통위 전체회의 당시 김재홍 부위원장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류 기획사들과 방송 사절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방통위 공식 채널을 가동해 현재까지 추진해온 사업과 교류를 계속 이어가자는 얘기들을 적극적으로 (중국 측에)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일부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보도된 내용대로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실제와 다른 부분도 있었고, 그 원인이 명확치 않은 측면도 있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명시적으로 공문으로 성 단위나 업계에 지침 혹은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것도 아니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의) 명확한 문제 제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런 경우 통상 의원 외교나 민간 차원에서 문제를 원만하게 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류의 향방을 놓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 속 언론 보도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며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지난 1일 일부 언론은 중국공영채널 중앙방송(CCTV)이 광전총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를 알렸다고 보도했지만, 이후 보도에서 인용한 CCTV 뉴스 캡처화면은 중국 누리꾼들의 합성 화면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사드 한반도 배치를 비판하는 중국 언론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같은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국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이견을 내면 ‘다른 편’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처럼 왜곡된 프레임으로 사드로 인한 한류 콘텐츠 제재만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건 오히려 우리나라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물론 여러 가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만 무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실을 보도하는 게 쉽지 않지만 언론이 현 상황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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