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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젠더 이슈’ 얼마나 반영할까

[방송 따져보기] ‘성차별’ 올림픽 해설, ‘벽키스’ 등 ‘혐(嫌)’ 콘텐츠 극복 과제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6.08.17 20: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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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활도 잘 쏘니까 일등신붓감 아닐까요?”

리우 올림픽 중계 도중 해설위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누리꾼들은 자발적으로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이라는 이름으로 성차별 발언을 일일이 기록하는 등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한 발언의 수위는 예상대로다. 경기력과 실력에 맞춰 설명되는 부분 외에도 선수의 외모, 나이, 결혼 여부를 부각한 발언이었다. 최근 ‘젠더 이슈’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면서 올림픽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젠더 이슈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는 지난해 말부터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가 혐오산업을 창출하고, 온라인 여성주의 그룹 ‘메갈리아’의 미러링 방식(상대의 행위를 거울처럼 되돌려 보여주는 행위)과 부딪치며 가시화됐다. 특히 한 성우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셔츠를 입었다가 회사로부터 인사 조치 당한 사건을 기점으로 ‘젠더 이슈’에 주목도가 높아졌다. 대중의 관심은 서점가에서도 드러났다. 온라인 서점의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보면 1위부터 7위(8월 15일 기준, 알라딘)까지는 모두 여성학/젠더 분야 도서가 차지했다.

▲ 지난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의 장혜진(왼쪽)이 금메달을, 기보배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두 선수가 시상식에서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스1

대중문화계에서도 ‘젠더’라는 의제 설정에 나섰다. 웹매거진 <아이즈(ize)>는 국제엠네스티와 8월 한 달간 여성을 둘러싼 잘못된 고정관념을 짚는 등 성 평등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더 이상_설레지_않습니다’ 편에서 한국 드라마 속 로맨스의 폭력성을 짚었다. <아이즈>는 “(드라마에서) 상대를 함부로 대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밀어붙이는 이들은 ‘나쁜 남자’라는 설정 아래 너무 쉽게 면죄부를 받아왔고 여전히 TV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tvN <또 오해영>의 경우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호평을 얻는 동시에 ‘벽키스’라는 설정이 위압적 판타지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젠더’ 이슈에 대한 감도가 높아진 가운데 과연 방송가에서는 ‘젠더’ 이슈를 얼마만큼 소화해내고 있을까. 방송사들은 의제 설정이라는 언론사 본연의 기능을 한다지만, 실상은 이슈를 체화하는 데 뒤처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뉴스, 드라마, 예능 장르를 불문하고 성차별적 요소들을 극대화하거나 모순을 숨기는 방식을 자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학자 정희진 씨가 한 기고에서 “미디어에 의해 과잉 재현되어 마치 모든 여성이 ‘출세’한 것처럼 보이고, 남성은 여성 상위시대라고 착각하게 된다”고 한 것처럼 성차별 의식이 없는 방송가의 현실 인식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 tvN <또! 오해영> ⓒtvN

일례로 뉴스 구성에서 남성 아나운서는 전문성 있는 내용을, 여성 아나운서는 보조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매해 지적되는 사안(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다. 또한 여성의 역할을 가부장적 시각으로 풀어낸 교양 프로그램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SBS <SBS 스페셜> ‘엄마들의 전쟁’ 편은 일과 육아 사이에 고민을 거듭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10년차 간호사인 엄마가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모습을 두고 “‘간호사’이기 전에 ‘엄마’가 돼 달라는 게 큰 부탁일까”라는 남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내고, 출산과 육아를 온전히 엄마의 몫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워킹맘의 비판을 받았다.

사실 방송계에서 재현되는 성차별적 시선과 이를 지적하는 방식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올림픽 중계의 성차별적 발언들을 일일이 기록하는 행위는 사소해보여도 하나의 분기점으로 읽힌다. 시청자(누리꾼)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출연자), 이해관계자(연출자, 작가), 나아가 방송사를 대변하는 젠더에 대한 현실 인식을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젠더 이슈’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순 있어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방송사들은 기존 질서에 복무하는 패러다임이 아닌 ‘젠더 이슈’를 어떻게 반영하고, 어떠한 ‘젠더 감수성’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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