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의 잇단 사드 게시물 삭제, 명백한 여론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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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단체 기자회견…“정치심의 차단 위한 법 개정 필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유해성을 언급한 누리꾼들의 게시물에 대해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잇달아 삭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이 “여론 통제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8개 언론·시민단체는 18일 오전 방심위가 위치한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심위가 사드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인터넷 게시물 12건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규정하고 삭제한 일은 반민주적 여론 탄압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음)는 “아직 사드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라며 “누리꾼들의 의견이 정부 측 발표와 다르다고 해서 ‘허위’ 혹은 ‘유언비어’로 치부하고 ‘사회 혼란’을 이유로 일방 삭제하는 건 명백한 여론 통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방심위의 잇단 ‘사드’ 게시물 삭제 결정을 사실상의 ‘표현물 검열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 이미 ‘허위사실유포죄’를 위헌으로 결정하고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와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해 1차적으로 재단돼서는 안 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및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방심위의 이번 조치는 이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방심위의 시정요구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한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서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국가의 검열과 감시를 대행하면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활동가는 이어 “방심위의 시정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방심위의 시정 요구가 강제성을 갖는 경우도 해당 게시물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불법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사업자들은 방심위의 이번 요구를 거부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언론·시민단체는 방심위의 시정요구 권한을 제한하는 쪽으로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행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21조 4호는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정요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방심위의 자의적·정치적 심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드 유해성 주장 인터넷글 무단 삭제와 같은 일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심위의 시정요구 권한을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로 한정해야 한다”며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안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심위의 잇단 사드 관련 게시물 삭제에 대해 방심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는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방심위의 사드 관련 게시물 삭제 결정에 대해 “탈법치주의적 심의기준에 근거한 공론장 파괴행위”라고 지적하며 해당 결정의 근거로 제시된 통신심의규정 제8 3호 카목(그 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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