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언론, 거짓말·반만 보도하기·침묵하기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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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언론, 거짓말·반만 보도하기·침묵하기 행태”
언론노조·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세월호·백남기·사드 등 ‘언론 피해자’ 증언대회 개최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6.08.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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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기자에게 이른바 ‘기레기’라는 별명이 붙은지 오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피해가지 못했던 “학생 전원 구조” 오보 사례처럼 부정확한 정보를 확인조차 않고 보도하는 데 급급하거나,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은 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농민 백남기 씨 사건과 최근 논란인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등의 사안처럼 갈등 상황을 조정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언론이 정부의 편에서 침묵하거나 여론을 왜곡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와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보도 외압 및 왜곡 편파보도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의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사드배치 후보지였던 성주문제, 백남기 농민 사건, 그리고 노동조합, 상지대 총장 비리 등에 대한 언론의 왜곡 보도 실태 등을 되짚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기레기 언론의 거짓말 보도, 정부 잘못은 감추기 급급”

언론의 왜곡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장 최근의 사례를 꼽자면 단연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을 들 수 있다. 사드반대 성주군 농민회장인 이재동 씨는 “다수의 언론들이 보도에서 사드에 반대하고 집회를 여는 사람들을 불순분자로 몰고 친북, 종북, 빨갱이 취급을 했다”며 “심지어는 언론에서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 가운데 외부 세력이 개입됐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얼마 전엔 기자들이 취재하러 와서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사드반대 대책위원회의 나이 드신 공동위원장에게 외부 세력 집회 참여와 관련해 유도성의 질문까지 했다”며 “그 분이 노인이시라 ‘그런가’하는 식으로 애매하게 답변한 것을 ‘외부세력이 개입해서 성주 사드반대 집회를 연다’고 왜곡 보도했다”고 말했다.

▲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언론노조와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공동 주최로 '박근혜정부 보도외압 및 왜곡편파보도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유사한 사례는 2014년에도 있었다. 바로 언론의 세월호 참사 왜곡 보도다. 당시 언론은 배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배·보상금이나 특례입학 문제를 확대 보도해 희생 학생들의 유가족들이 ‘시체팔이를 한다’, ‘세금 도둑이다’ 등의 비난을 듣게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반면 사고에 대한 정부와 해경의 미흡한 대처에 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거나 사실상 함구했다.

희생 학생의 아버지인 장훈 유가족대책위원회 진상조사분과장은 “세월호를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에서 거짓말하기, 반(半)만 보도하기, 보도하지 않기 등 세 가지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잠수사를 선내로 진입시키고 그들을 위한 바지선이 마련하는 과정이 사고 사흘 후에야 이루어졌을 정도로 정부 대처는 미흡하고 안일했는데, 바로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기자들이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사상 최대 구조작전’이라는 거짓말식 보도를 하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언론이 생존 학생들과 형제·자매들에게 특례입학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서도 ‘정원 외 입학’이란 점을 언급해주지 않아 학생들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며 “사고 당시에도 아이들은 겨우 목숨을 건지고 나왔더니 기자들로부터 ‘친구 XX가 죽은 것을 아느냐’는 잔인한 질문을 받아야 했는데, 특례 입학 관련 왜곡 보도로 또 한 번 언론에 의해 상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또 “유가족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배·보상금이 아니라 사고의 진상 규명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현재 광화문에서 13일째 단식을 하고 있지만, 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언론이 앞으로도 거짓말은 보도하고 진실을 감추는 행태를 지속하는 한 그들에게 붙여진 ‘기레기’라는 이름은 영원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최석환 백남기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겪은 언론의 세 가지 문제적 행태를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도 똑같이 겪었다”며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고로 슬픔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자녀들에게 찾아가 마구잡이로 마이크를 들이대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다’고 오보를 내거나 백남기 농민의 젊은 시절 학생 운동 경력을 왜곡해 ‘전문 시위꾼’, ‘테러리스트’라고 모욕을 하는 등 기자들이 정말 기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것인지 의심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을 보면 언론 대응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일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언론 대응을 계속 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사가 집회나 시위에 관한 것을 언론사가 ‘지면 채우기’ 용도 쯤으로 여기고 사회부의 신입·인턴 기자들로 하여금 취재를 담당하게 하는 관습을 고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세월호 참사나 사드 배치 문제, 백남기 농민 사건 외에도 사학 비리나 노동조합 문제에 대한 언론의 왜곡 보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상훈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상지대는 20년 넘게 김문기 전 총장의 사학 비리로 고통받고 있지만 김 전 총장은 사퇴와 복귀를 반복하면서 이에 항거하는 학생, 교수를 징계하는 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20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집단 행진도 하고 집회도 여는 등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선 기자들은 ‘상지대 문제가 워낙 오래된 데다 지방 대학이기 때문에 이슈화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학생회장은 이어 “그러면서도 총장 측에서 소수 몇 명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면 언론에서 바로 다뤄준다”며 “이런 것이 바로 언론의 왜곡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조합에 언론의 왜곡 보도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손지승 민주노총 교육선진부장은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은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언론은 노조에 ‘귀족노조’, ‘불법’, ‘종북’ 등의 프레임을 씌워서 분열을 조장한다”며 “그 외에도 언론은 강성노조, 철밥통 등의 부정적 어휘를 사용해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노동자의 이미지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자율성 보장 법안 필요

현직 기자로선 유일하게 정수영 KBS 기자가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언론추진위원회 간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기사는 이날 언론 현장에서 왜곡 보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내부 갈등 구조를 설명했다.

정수영 기자는 “증언대회에서 거론된 이슈들을 다루는 적절한 보도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해 KBS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후 “어떻게든 그런 왜곡보도를 막아보고, 시정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정 기자는 “최근 KBS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취재·보도 지시, 그리고 이와 관련한 내부 갈등과 부당한 인사 조치가 끊이지 않고 있어 흡사 ‘서서히 침몰하는 배’를 연상케 하는데, 이러한 갈등의 핵심은 보도 책임자와 실무자의 대립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법에서 보도 객관성과 독립성, 공정성 등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는 보도 책임자들을 보면 이런 것들이 보장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정현 녹취록’과 경북 성주 사드 배치 관련 보도 등의 문제로 발생한 부당 인사 논란 등의 사례를 설명, 방송사 내부의 보도 공정성 악화 실태를 증언했다.   

정수영 기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도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혁을 시도하는 동시에, 현재 KBS 사장이 사실상 정부·여당에서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야3당의 주도로 올라가 있는 상태”라며 “언론이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서 그것에 안주하고 ‘당연히 그런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언론 스스로, 그리고 국민들도 함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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