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청춘들의 자화상, ‘청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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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춘시대’에 반응한 청춘들, 그것은 공감일까 울분일까

“버티는 겁니까? 진명 씨한테 산다는 거, 그런 겁니까?”

인간관계도, 사랑도,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스무 살이 된다는 건, 모든 걸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 차라리 이걸 해라, 저건 하지 말아라, 이 사람은 만나지 말아라, 어떤 선이라도 있다면 못이기는 척 따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스무 살부턴 그게 허용되지 않는다.

JTBC <청춘시대> 네 명의 청춘들은 그렇게 사람도, 사랑도,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고비를 넘는다. 그 와중에 돈도 벌어야 하고, 학점도 쌓아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이력서에 쓸 ‘경험’도 쌓아야 한다.

특히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뒤에서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며 ‘버텨내는’ 윤진명(한예리 분)의 모습은 위태롭다. 누군가는 그렇게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하는데 한 달에 고작 140만원밖에 벌지 못하느냐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선 ‘굳이’ 동생이 식물인간이 아니어도 아르바이트를 세 개 이상 해야만 하는 친구가 곳곳에 존재하기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는 친구가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튀는' 친구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 JTBC <청춘시대> ⓒJTBC

최저시급 6030원. 하루 6시간씩 주5일, 주말에는 12시간씩 일한다고 해도 그렇게 한 달을 일해 버는 돈은 130만 2480원이다. 그 안에서 월세 50만원, 교통비를 포함한 생활비 40만원을 쓰고 남은 돈으론 등록금을 내야 한다. 그렇기에 그것이 진명의 말대로 ‘평균 이하’인 것도 아니다. 그게 요즘 청년들 ‘평균’이다.

서로의 삶이 팍팍하니 그 분노가 위를 향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향한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일에 과한 불만을 표시하고, 나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은 무시한다. 진명은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매니저가 조금의 편의를 봐준 것만으로 동료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투닥투닥해도 잘만 지내오던 이들이 ‘스폰서’로 쉽게 돈을 벌어왔던 강이나(류혜영 분)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쉽게 돈을 버는 그에게 알 수 없는 화를 느낀다.

2000년대 초반 대표적인 청춘 드라마 MBC <논스톱>에서의 청춘들의 삶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낭만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다. 시트콤이기에 결이 다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땐 ‘저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믿음이 있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청춘시대>의 청춘들은, 정말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친구는 기자 출신 방송작가가 되겠다고, 또 다른 친구는 푸드 칼럼니스트가 돼서 방송국에서 만나겠다고, 누군가는 '평범하게' 대기업 회사원으로 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인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을 수가 없다. 그나마 그들은 '명문대생' 아닌가.

많은 청춘들이 <청춘시대>에 반응했다. 그런데 그것은 공감이었을까, 아니면 울분이었을까. 그것은 공감이 아니라, 어렵기만 한 인간관계에 낙담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연애에 상처받은 청춘들이, 그런 모든 고민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토해낸 울분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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