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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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남아주길”
[창립 29주년 한국PD연합회에 바란다] ②김현정 CBS PD·‘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 김현정 CBS PD
  • 승인 2016.09.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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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와 나의 첫 만남은 10cm짜리 작은 수첩, 2001년 신입PD가 되어 처음 받아든 ‘PD수첩’을 통해서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PD가 된 듯 뿌듯해진 나는, 어느 곳에 취재를 가든 그 조그마한 수첩을 꼭 챙겨들고는 순간순간을 깨알같이 기록했다. PD수첩을 들고 있노라면 희한하게도 힘이 났다. 그 기록이 하도 아쉬워 사진첩을 모아두듯 하나도 버리지 못했고, 그렇게 모아둔 수첩들은 이사를 갈 때마다 고이 모셔가는 나의 국보급 애장품이 되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손에 든 스마트 기기에 ‘슥슥’ 기록이 가능해진 그 무렵, PD수첩이 더 이상 ‘내 손안에 필수품’은 아니게 된 그 무렵, 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9년째 진행하는 중견 시사 PD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시사 PD들에게 으레 닥치곤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압박이 내게도 찾아왔다. 모두가 잡고 싶었던 핫 이슈의 주인공을 2박 3일간 설득해 마이크 앞에 세웠건만 돌아온 건 한 장의 심의 통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를 불러 일방적으로 입장을 들어줬다는 문제제기였다. 황당한 통보였다. 모든 언론이 그 인터뷰를 받아쓰고 확대 재생산할 만큼 가치 있는 당사자 인터뷰였건만 심의의 칼날은 사정없이 드리워졌다.

선배 PD는 평소 통 입을 일 없는 양복을 꺼내 입고 부지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려 다녀야 했고 일선의 PD들은 프로그램을 고민할 시간에 경위서 작성을 논의해야했다. 이 고난의 시간에 힘이 돼준 건 또다시 PD연합회였다. <PD저널>을 통해 진행 상황을 보도해주고 플래카드를 만들어 응원을 해주는가 하면, ‘올해의 PD상’의 영광도 안겨주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심의 무효 소송에서 우리는 승소했다.

PD들은 대체로 독립된 성(城)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외부로 돌며 거미줄 같은 관계를 맺을 때 PD들은 방송사 회의실, 편집실 혹은 스튜디오에 파묻혀 2박 3일, 일주일, 심지어 몇 달이 넘도록 ‘작품’과 씨름한다. 프로그램이 크면 큰 성에, 작으면 작은 성에 갇혀 외부와 담을 쌓고 몰두해야할 때가 많다.

▲ 김현정 CBS PD

이 크고 작은 성들을 하나로 묶고 더 큰 성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PD연합회이다. PD들에게 PD연합회는 어려울 때 함께해주는 친구요, 울타리요, 고향인 것이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전하고자 하는 수많은 이 땅의 PD들에게 언제까지 정겨운 동지요, 든든한 울타리로 남아주기를…. 이제 서른 살이 된 PD연합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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