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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방송, PD 공동체 연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터뷰] 제30대 한국PD연합회장 취임한 오기현 PD 김세옥 기자l승인2016.09.05 14: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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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한국PD연합회가 창립 제29주년을 맞았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촉매로 군사 정권의 언론 통폐합과 언론 통제로 인해 왜곡과 편파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방송‧언론인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PD연합회의 탄생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방송‧언론인들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의 실현을 위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방송민주화의 열망으로 탄생한 한국PD연합회가 서른 돌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방송 현실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다 해직된 언론인들 상당수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방송 제작 현장에 남아 있는 언론인들도 독립 언론을 만드는 기본 요소인 ‘제작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낼라치면 부당전보 등 징계도 여전히 뒤따르고 있다.

안팎으로 쉽지 않은 방송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서른 돌을 앞둔 한국PD연합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하며, 또 할 수 있을까. 제30대 한국PD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오기현 PD는 한국PD연합회의 창립 취지문 속 “회원 간의 긴밀한 유대를 이룩함으로써, 방송 전문인의 긍지와 자각을 바탕으로 자유 언론과 방송문화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문장에서 답을 찾고 있었다. 각자 하나의 독립된 성이 아닌 연대하는 언론인으로서 방송 안팎에 휘몰아치고 있는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해 오기현 PD가 모색하고 있는 방안들은 무엇일까. <PD저널>은 오기현 PD의 회장 취임 일주일을 앞둔 지난 8월 30일 서울 목동 한국PD연합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신임 회장으로서 오 회장이 고민하고 목표하는 방향들에 대해 들었다. 

▲ 제30대 한국PD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오기현 PD ⓒ김성헌

“지역‧독립PD 등과의 유대 확충”

- 한국PD연합회장으로 SBS PD가 공식 취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인 만큼 부담도,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웃음) 많이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한데, 사실 PD연합회 초기부터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남다른, 색다른 감정이 들진 않는 것 같다. 제3대 회장 시절부터 편집위원으로 PD연합회와 인연을 맺었고, SBS PD협회장도 두 차례나 했다. 또 SBS 노조위원장(초대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방송민주화를 위해 PD연합회와 꾸준하게 관계를 맺어 왔다.

하지만 책임감은 크다. 공영방송(KBS‧MBC) PD들의 내부 사정이 쉽지 않다 보니, SBS의 행동반경이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KBS와 MBC PD협회장들의 경우 대외 활동에 제약이 있지만, SBS의 경우 임기(1년) 동안 회장의 파견을 허용했다. 그런 측면에서(행동반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SBS 출신 PD연합회장으로서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 두 번의 새누리당 정권을 거치며 방송 전반이 그러하듯 PD연합회도 많이 침체된 분위기다. 객관적으로 길다고 하긴 어려운 1년의 임기 동안 목표로 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처음 PD연합회장에 출마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세운 원칙이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걸 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의 열망 속 탄생한 PD연합회의 정신은 30년 동안 그대로 흐르고 있다. PD들의 유대를 기반으로 자유언론을 실현하겠다는 그 정신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항상 갈증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문화를 유지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정신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돌이켜보면 PD연합회가 거시 담론에 집중하다 보니, 미시적인 부분에 함께 신경 쓰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역PD들과 독립PD들이 보다 더 PD연합회의 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서로의 유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유대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창의력을 더 끄집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당장 물리적으로 서울 중심의 행사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지역 PD들과 함께하는 지역별 PD대회를 시작해보면 좋겠다. 사실 PD시스템 자체가 PD 한 명에 다른 스태프가 협업하는 형태이다 보니 PD들 간의 횡적 연대가 적을 수밖에 없다. 다른 직종들도 그렇지만 PD들이 워낙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보니 한 방송사 내에서도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PD전국대회, PD교육원에서 상‧하반기에 실시하는 PD연수 등에 참여한 PD들의 말을 들어보면 함께 하며 정보를 교류하고, 무엇보다 유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하더라. 기존의 행사들에 더해 PD들의 횡적 연대와 정보 교류, 유대를 확산할 수 있는 이벤트를 좀 더 기획해 보려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PD저널>이다. 사실 <PD저널>은 PD연합회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그 목소리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우리가 갖고 있는 큰 힘 중 하나다. 현재 <PD저널>이 방송 산업을 비롯한 방송 전반에 대한 전문 기사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고, 또 노력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지역과 독립PD들이 참여할 공간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 얘기를 들어보면 지역‧독립PD들과의 유대 확충에 많은 고민이 있어 보인다. 사실 서울과 지역, 방송 현장에서 갑을로 만나는 지상파와 독립PD 등은 작업 환경 자체에서 이해가 다른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구조 안에서 PD연합회가 이해를 뛰어넘은 연대를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들을 할 수 있을까.

▲ 제30대 한국PD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오기현 PD ⓒ김성헌

“두 가지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원론의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일단 자주 만나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녹록지 않은 방송 환경 속 PD연합회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어 전국PD대회와 넥스트라디오포럼 등 기존에 진행하던 행사들을 중단한 게 많다. 최근엔 (외교 문제와 맞물려) 한중일 PD포럼도 위기 상황이다. 이런 행사들을 활성화해 PD들의 교류를 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로, 지금은 PD들이 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걸 말하고 싶다. 과거엔 방송사들끼리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 매체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울과 지역의 지상파 PD들, 그리고 독립PD까지도 동료로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협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큰 틀에서 한류의 창조자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완벽하게 세팅된 상황은 아니지만 방향은 그렇게 가고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내부의 갑을관계, 상하 구조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 독립PD들이 마련한 표준계약서를 지상파 방송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방금 대답에서 언급을 했는데, 회장으로 취임하고 맞을 첫 번째 큰 행사인 한중일 PD포럼이 연기됐다. 행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중국은 큰 시장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강하고 문화적 포용력도 큰 나라다. 방송이 (당장의 한류의 성과만 바라볼 게 아니라) 중국과 지혜롭게 관계를 맺고 나아가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한중일 PD포럼의 연기는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중일 방송인들이 계속 교류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2003~2004년 중국으로 연수를 다녀왔고 이후 계속 중국과 관계를 맺고 일을 하면서 느낀 게, 같은 한자 문화권에 같은 성씨를 쓰는 나라라는 점에서 중국은 한국을 다른 주변 국가들보다 더 편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화적‧정서적 공감대로 중국에서의 한류를 이끌 수 있었다. 가까이 있는 이웃으로서의 기본자세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 최근 몇 년 간 PD연합회에서 논의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는 부분이 있다. CJ E&M 소속 채널의 PD들이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PD들에게도 회원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사별, 개인별 정서에 따라 의견이 많이 나뉜다. 오 회장의 생각은 어떤가.

“우선 이는 PD연합회 내부의 논의를 진행해 의견을 모아야 할 문제를 걸 분명히 하자. 다만 개인적으론, 2년 전에 <PD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이미 종편 PD들도 PD연합회의 회원으로 참여시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일단 종편 등을 이끌고 있는 PD들의 상당수가 지상파에서 이동한 (PD연합회 회원이었던) PD들이기도 하고, 자유 언론을 향한 PD연합회의 정신과 원칙을 확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SBS는 민영방송으로 KBS와 MBC와는 다른 성격이다. 하지만 같은 지상파 방송으로서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등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고 있다. 마찬가지로 종편 등의 PD들도 PD협회를 만들고 PD연합회에 가입해 제작에 있어 공익을 위한 건강하고 건전한 사고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단, 전제는 필요하다. 우리 PD연합회가 말하는 공익성과 공공성, 방송민주화, 자유 언론의 정신에 동의한다는 의사 표명과 선언을 우선해야 한다. 그 후에 함께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 등 적극 결합”

- 해직언론인 문제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이 방송계 전반의 주요 화두다. PD연합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시기다. PD연합회가 더 적극적으로 정치권, 시민단체 등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PD 회원들끼리 공정방송 회복의 가치를 더 깊고 넓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PD연합회 내부의 여력이 없어 적극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상근이 가능한 전임 회장으로서 성명이나 집회, 세미나 등을 통해 최대한 연대하겠다.”

- 제작 자율성의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채널이 늘어나면서 서로가 출혈 경쟁을 하다 보니 제작비 압박은 점점 커지고, 또 광고주로 기능하는 기업과 정부 등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선 말을 꺼리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 이런 현실은 제작 자율성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어떤 대안을 고민하고 있나.

“제작 자율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제작비다. 현장에서 느끼는 제작비 압박이 크다. 이를 위해선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제작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제작 자율성이 꼭 제작비의 문제만은 아니다. PD들의 PD정신도 있다. 안팎의 간섭으로부터 목소리를 지켜내는 PD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함께 PD들끼리 뭉쳐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게 필요하다. 꿋꿋하게 PD정신을 지켜 낸 제작자들에게 이달의 PD상과 올해의 PD상 등을 통해 서로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제30대 한국PD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오기현 PD ⓒ김성헌

- 며칠 전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도 그렇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비대칭 광고 규제의 해소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상파의 PD 입장에선 양가적인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재원 마련을 위해선 중간광고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PPL(간접광고) 등 광고가 제작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TV를 ‘본방사수’ 하는 경험들이 줄어들고 있고, 지상파와 케이블 등을 딱히 의식 않고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가 많다. 지상파의 영향력이나 위상이 과거와 달리 거의 평준화 된 상황이다. 때문에 지상파 방송에만 중간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지적과 요구들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건 정책 당국이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으려 목적과 방향 없이 규제 완화를 하면서 되레 편법을 키우는 방송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진 작금의 방송 환경 속에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되 자율 심의 등 방송 내부 규제를 강화하고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며 방향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 오 PD는 방송가에서 알아주는 ‘북한통’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과거의 교류들이 끊어지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전문가라고 얘기해주니 쑥스럽다.(웃음) 1998년 평양을 처음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30여회 북한을 다녀왔다. 꾸준히 북한과 관계를 맺고 함께 방송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공부를 했다. 사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PD들도 한동안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당장의 성과물을 기대하고 제작을 요구하다 보니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 PD를 키울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를 예로 봐도 방송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1970년대부터 동독은 서독의 TV방송 시청을 허용했고, 이는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며 방송도 준비를 해야 한다. PD연합회에서도 통일방송포럼을 확대하고 다른 시민단체와 공동포럼 등 연계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남북방송교류를 위해 연합회에 가입한 모든 회원사가 함께 방북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 신임 회장으로서 회원인 PD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일반 회원일 때는 PD연합회가 멀리 있는 존재, 회비는 내지만 그런 존재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PD들이 회비를 내고, 그 회비로 돌아가는 조직이 바로 PD연합회라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다. 주인 의식을 갖고, 저마다의 지분을 충분히 활용하길 바란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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