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늑장 재난 방송’ 논란, 세월호의 교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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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늑장 재난 방송’ 논란, 세월호의 교훈은 어디에?
[보도비평] 재난주관 방송을 JTBC로 바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9.13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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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과 오후 8시 32분에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각각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지만, 지상파 방송, 특히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어떤 언론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와 대피 요령 등을 알렸어야 했지만, 특보 체제로의 전환은커녕 드라마를 계속 방영한 후 뒤늦게 보도를 하는 늑장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KBS는 오후 7시 44분 1차 지진이 일어난 지 3분 뒤인 오후 7시 47분에 지진 속보를 냈다. KBS는 1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국민안전처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된 7시 52분보다 5분이 빠른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3분 32초 가량의 속보에선 방금 최대 규모의 지진이 났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알렸을 뿐이다. 여진 발생의 가능성이나 어떤 상황에서 대피를 하고, 대피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속보가 전부였다. 속보 이후 KBS는 자막도 띄우지 않고 다시 정규방송인 일일 드라마를 방송했다. 그리고 오후 8시 32분 2차 지진이 발생하고서야 2분 뒤인 오후 8시 34분부터 자막을 통해 지진 속보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뉴스 특보 체제로의 전환은 없었고, 계속 드라마를 방영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대체 드라마를 보다가 죽으라는 거냐”며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를 향해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 KBS는 지난 12일 첫 번째 지진이 일어나고 3분이 지난 오후 7시 47분에 뉴스 특보를 통해 지진 소식을 알렸다. ⓒKBS

KBS에서 지진 관련 소식이 본격 전해진 건 오후 9시, 메인뉴스 시간부터였다. 첫 번째 지진이 나고 1시간 16분이 흐른 뒤였다. 하지만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 △원전은 안전하다 △경남에서도 지진 감지 △카카오톡 불통 등의 보도를 반복했다. 이는 밤 10시부터 11시까지 이어진 <뉴스특보>와 11시부터 11시 35분까지 방송된 <뉴스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궁금했을 ‘지진 대표 요령’ 안내 영상은 지진 발생 두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방송됐다.

이런 KBS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격분했다. 뉴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의 글뿐 아니라 재난보도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조목조목 짚는 글들이 올라왔다. 

“지진 났을 때 대피 요령 등 이런 것은 기본으로 반복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앞으로 강한 지진이 올 지 전문가를 연결해서 예측 보도도 해야 한다.”
“계속 이미 일어난 사실을 반복하는 시간 때우기.”
“모든 지진 관련 보도들이 이번 지진의 규모가 역대 제일 크다는 것, 119에 전화가 많이 온다는 것만 말하고 있으며, 각별한 주의 및 당분간 바깥 출입을 자제하라고만 한다. 실질적으로 국민이 이런 위기사항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KBS 재난 관련 방송사 아닌가? 다른 라디오 채널은 그렇다 치더라도 라디오1 채널은 지진 관련 방송을 해야 하는데 ‘스포츠’(만) 하네”, “대피 요령이나 조치 방법, 주변 대피소 확인하는 방법이나 안내를 해야지 카톡 불통된 게 뭐가 대수라고 두 번이나 기사를 내보내고 어이가 없네! 했던 내용을 또 보내고 또 보내고 참 한심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KBS는 뉴스 특보 체재로 전환한 이후에도 추가 여진이 있을까 두려워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 9월 12일 KBS <뉴스9>에선 카카오톡 불통 소식을 두 번이나 반복해 전했다. ⓒKBS

반면 KBS보다 앞서 지진특보 체제로 전환한 보도 전문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 등에선 지진이 발생했을 때와 이후의 행동 요령, 여진이 어느 정도 간격으로 올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전했다. 또한 이 방송사들은 실시간으로 현장의 시민들과 연결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거나 지진 대비 매뉴얼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국민이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역할을 유료방송인 이들 방송에서 대신 수행한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적인 여론과 언론의 보도에 대해 KBS는 불편함을 내비쳤다. KBS는 13일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KBS는 정확한 정보 취재와 확인, 현장 취재를 통해 속보방송을 준비했고, 속보 내용을 준비한 후 즉각 정규방송을 중단하며 재난방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또 “재난관련 정보는 신속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지진 속보 이후 추가 뉴스특보를 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당시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더 이상 특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KBS는 해명했다. 또한 “밤 9시에도 특보로 지연된 드라마를 다시 끊고 특집 <뉴스9>을 통해 재난 상황을 신속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KBS에서 강조한 것처럼 재난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기상청에서도 밤 9시 20분이 넘어서야 긴급 브리핑을 실시했고, 지진 상황과 관련한 ‘신뢰할 만한’ 영상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 JTBC <뉴스룸>은 9월 12일 2부 뉴스를 지진 특보 체제로 전환하고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전했다. ⓒJTBC 화면캡처

하지만 그렇다고 KBS로 향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재난 보도의 목적이며,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이 책임을 더욱 무겁고 크게 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책임을 진 언론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그러면서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는 말만 반복할 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불안은 오히려 증폭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거의 모든 방송·언론이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내보냈고, 큰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거의 모든 방송·언론은 오보를 낼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한 불가피함을 강조하며 재난보도 매뉴얼을 정비했을 뿐이다. 왜 그런 거대한 오보를 냈는지, 그와 같은 오보를 반복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지난 2년 동안 과연 있었던 걸까.

혹자는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의 불가피함을 말하지만, 재난은 언제나 갑자기 발생하고, 이에 대비하는 게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다. 참고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지진 발생 2초 뒤 자막을 내보냈고, 2분 후 뉴스특보를 편성해 재난 현장을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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