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방문진 이사들, 또 다수결로 ‘안광한 해임안’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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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사들, 법원서 ‘불법’ 판결한 ‘트로이컷’ 등도 “정당한 경영 행위”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가 안광한 MBC 사장 해임 결의 안건을 표결에 부치고 각하했다. 충분한 토론 과정도 없이 여야 6대 3 구조에서 비롯한 ‘다수결’ 논리가 또 다시 등장한 결과다.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이사 6인(권혁철·김원배·유의선·이인철·김광동)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문진 회의실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 3인(유기철·이완기·최강욱)이 제출한 안광한 사장 해임 결의안건에 대해 “안건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표결을 강행, 전원 찬성으로 해당 안건에 대한 각하를 결정했다.

앞서 야당 추천 이사 3인은 지난 21일 안광한 사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하고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트로이컷 불법 사찰·2012년 직원 부당 해고 등으로 드러난 불법 경영, ‘백종문 녹취록’, 세월호 특조위 동행명령 불응 등으로 심화된 공영방송 위상 추락과 내부 갈등 등을 이유로 안광한 사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이사회에서 제출된 '안광한 MBC 사장 해임 결의의 안'을 표결에 의해 각하했다. ⓒ뉴스1

그러나 여당 추천의 이인철 이사는 “안건에서 전제가 되는 백종문 녹취록, 특조위 동행명령, 트로이컷 등은 그동안 방문진에서 각 별개 안건으로 다뤄서 충분히 논의를 했고,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며 “해당 안건은 절차적으로 결격사유가 있기에 안건 철회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반발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이라고 최종 판결이 내려진 ‘트로이컷’ 사찰이나 2심 재판부까지 모두 ‘무효’라고 판단한 직원 해고 등을 모두 “정당한 경영 행위”라고 옹호했다. 또 야당 추천 이사들의 해임안 제출을 정치적 ‘경력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인철 이사는 “이런 안건 제시는 여론 조성 홍보를 위한 것으로 곧 있을 방문진 국정감사 조사를 염두해 두고 경력 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처럼 방문진 이사회가 외부 정치세력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음해공작을 위해 이용을 당하고 있다는 것과 몇몇 사람의 경력관리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광동 이사 또한 “야당 이사들이 해임 사유로 제시한 세 가지 사항은 공영방송 MBC가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기 위해 취해야할 정당한 경영행위에 해당하는 것들이었거나, 일상적 업무 과정에서 직원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광동 이사는 이어 “(야당 측 이사들의 해임안 제출은) 명백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방문진을 정치활동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추천의 유기철 이사는 “세 가지 사항이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이번 해임안은 앞의 사안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에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기철 이사는 이어 “이런 식으로 상정된 안건을 철회하자거나 ‘법적 다툼 안 끝났으니 다시 하자’는 건 여당 추천 이사들이 늘 해오던 방식으로, 여러분(여당 추천 이사들)의 이런 식의 태도와 말이 MBC의 권력을 지탱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기철 이사는 “오늘만큼은 반복된 패턴을 깨고, 여당 추천 이사들도 근거를 제시하며 반대 의견을 드러내달라”고 요청했다.

야당 추천의 최강욱 이사 또한 “방문진 이사로서 MBC 경영진에 대해 최소한 지적할 부분은 지적해야 하는데도 (여당 추천 이사들은) 회사 측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회의가 공개되는 걸 막으려 하고 ‘이미 했던 이야기’라고 주장한다”며 “(심지어) 논리로 안 되면 다수결의 표결로 밀어붙이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강욱 이사는 “이러는 사이, MBC의 상황이 나아진 게 뭐가 있나”라고 꼬집으며 “최근에는 이용마 해직기자가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는데도 MBC 경영진은 이에 대해서 일말의 미안함도 표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최강욱 이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고영주 이사장은 “해당 안건을 각하할지 여부에 표결하겠다”며 회의를 진행했고, 결국 여당 추천 이사 6인의 찬성으로 안광한 사장 해임안은 각하됐다.

이완기 이사를 비롯한 야당 추천 이사들은 반대 논의 없이 안건의 각하여부를 표결에 부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지만, 이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야당 추천 이사 전원 3인이 회의실에서 퇴장하면서 회의가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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