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사건, 방심위는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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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조항 제42조의 2 1항 등 있지만 단 한 차례도 적용 안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주식‧부동산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경제전문채널들의 과장 방송을 제재하기 위한 심의조항을 마련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 등의 발생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방심위의 경제전문채널 제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이 주장했다.

최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 씨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최근까지 한 경제전문채널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씨는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이익 보장으로 오인할 수 있는 발언들로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방심위는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 최근 주식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희진 미라클인베스트먼트 대표 ⓒ한국경제TV 캡처

문제는 방심위에서 이미 관련 심의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심위는 지난 2013년 주가조작세력이 방송에서 작전주에 대한 매수를 시청자에게 의도적으로 권유한 뒤 23억원의 차익을 거둬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이 사건을 계기로 제42조의 2(금융·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자문행위) 1항을 신설했다.

해당 조항은 ‘방송은 투자자문 행위를 할 때 자문 내용에 대한 정당한 근거를 가져야 하며 손실의 보전이나 이익의 보장으로 오인될 만한 내용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최 의원은 “피해자 등에 따르면 이씨는 방송에서 특정 종목을 언급하며 ‘내 말대로 지금 주식을 사두면 나중에 10배 이상 확실히 오른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도 방심위는 해당 프로그램에 단 한 건의 제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경제전문채널에서 이른바 ‘주식 전문가’들을 내세워 시청자들을 현혹시킨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나왔다. 경제전문채널들에 대한 방심위의 제재는 2012년 13건에서 2015년 5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제재 수위별로 보면 전체 123건 가운데 행정지도는 41건인 반면, 법정제재는 두 배 가량 많은 80건이었다. 특히 법정제재 중에서도 최고수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중지’, ‘관계자 징계’, ‘시청자 사과’ 등의 제재도 24건이나 됐다.

그러나 일련의 제재에서도 방송심의규정 제42조의 2 1항 등은 단 한 차례도 적용되지 않았다. 최 의원은 “방심위가 스스로 만든 심의규정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안이하게 대처해 피해자를 계속 양산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어 “방심위는 지금부터라도 시청자에게 직접적인 재산 피해를 안길 수 있는 경제전문채널의 과장 방송들에 대해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제재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제도를 보완해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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