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산업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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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국] 유건식 KBS America 사장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 제68회 에미상(Emmy Awards 2016) 시상식이 열렸다. 에미상 시상식 중계는 ABC, CBC, NBC, Fox가 돌아가며 맡고 있고, 올해는 ABC에서 LA 시간을 기준으로 오후 4시부터 레드 카펫 중계를 시작으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시상식 중계를 했다. KBS America 사장으로 부임하고 두 번째로 시청한 에미상 시상식이었다. 지난해에 에미상 시상식을 보면서 느꼈던 부분이 올해에도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에미상은 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1949년부터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관련된 업적을 평가하여 수여하는 방송계 최대의 상이다. 영화의 아카데미(Academy Award), 연극의 토니상(Tony Award), 음악의 그래미상(Grammy Award)과 같이 TV 분야의 최고상으로 불린다.

▲ <표1> 제68회 에미상 주요 수상 현황

올해 에미상의 대상 작품은 지난 2015년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방송된 미국의 프라임 타임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부분에서는 HBO에서 방송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남자 연기상에 USA에서 방송한 <미스터 로봇(Mr.Robot)>의 라미 말렉(Rami Malek), 여자 연기상에 BBC America에서 방송한 <오펀 블랙(Orphan Black)의 타티아나 마슬라니(Tatiana Maslany)가 수상했다.

올해 에미상의 가장 큰 화제는 HBO의 <왕좌의 게임>이 2년 연속 드라마 부분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것과 감독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12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다. 지금까지 시즌6까지 진행되는 동안 38개의 에미상을 받아 NBC의 <프레이저(Fraiser)>의 37개를 깨고 역대 최다 수상 작품의 기록을 세웠다. <프레이저>는 코미디 시리즈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7년 연속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다음으로 FX의 <더 피플 v. O.J.심슨: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는 리미티드 시리즈 부분의 작품상, 남녀 주연상 등 9개의 에미상을 수상하였다.

제68회 에미상 중계를 보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생방송과 재방송의 차이이다. 2015년 KBS 연기대상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KBS 연기대상은 12월 31일 오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생방송을 했고, 다음 날인 정월 초하루 낮에 재방송을 했다.

반면 에미상 중계는 한국의 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재방송을 했다. 물론 뉴욕을 포함한 동부는 LA 오후 5시가 오후 8시이므로 생방송을 보게 된다. 이것은 10년 정도 지속된 현상으로 동부와 서부의 시차를 고려하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것은 리우 올림픽의 개막식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에 열린 리우 올림픽 개막식을 녹화해 놓았다가 오후 5시에 첫 방송을 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 <표2> 2007년부터 10년간 에미상 드라마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채널 현황

둘째, 지상파 수상작은 거의 보이지 않고 케이블, 특히 HBO에서 대부분 상을 휩쓸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에미상 드라마 작품상은 NBC 21회, CBS 18회, ABC 9회, AMC 6회, HBO 4회, PBS 4회, FOX 1회, NET 1회, KECA-TV 1회, Showtime 1회이다.(▷링크) 그러나 15년 동안 HBO가 절대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숫자만 봐도, 지난해 126개보다 줄긴 했으나 94개로 1위다. 2위는 FX로 56개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2012년까지만 해도 단 하나의 작품도 올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54개로 3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상파는 3위 안에 진입하지 못하는 역사적인 치욕을 겪은 첫 번째 해가 됐다.(▷링크)

KBS에서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여 그런지 에미상의 드라마 부문을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지상파의 이름을 들을 수 없었다. 주요 수상 중에서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 부분에서만 NBC의 <더보이스(The Voice)>만 이름을 올렸다.

<표2>에서 보듯 지상파는 2008년 이후 케이블에게 자리를 넘겨 준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에서 방송된 것 중에서 NET의 <넷 플레이하우스(NET Playhouse)>가 1968년 처음으로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됐고, 1969년에 작품상을 수상했다. 1972년 PBS의 <엘리자베스 알(Elizabeth R)>와 1974년과 1975년  PBS의 <업스테어스, 다운스테어스(Upstairs, Downstairs)>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1995년 FOX의 <더 엑스파일(The X-files)>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3대 메이전 네트워크인 ABC, NBC, CBS의 천하였다.

1999년 HBO가 <소프라노스(The Sopranos)>로 처음으로 노미네이트되면서 케이블의 드라마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2년 FOX의 <24>가 노미네이트 됐고, 2004년과 2006년  작품상을 수상했다. 2003년 55회부터 네트워크 드라마의 노미네이트된 숫자보다 케이블 드라마가 2대 3으로 더 많이 노미네이트 되면서 서서히 역전됐다. 2008년이 변혁의 시기이다. 이때부터 AMC, FX, Showtime 케이블 드라마가 에미상 후보에 진입을 하였고, 네트워크보다 케이블 노미네이트 숫자가 많아졌다. 네트워크는 지난 10년간 작품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고, AMC가 6회, HBO가 3회, Showtime이 1회이다. 그리고, 2013년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진입을 했다.

▲ HBO <왕좌의 게임> ⓒHBO

셋째, 프라임 타임 에미상인데도 프라임 타임이 따로 없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드라마도 수상 후보작에 오르고, 실제 수상도 많이 한다. 노미네이트된 숫자를 비교하면 2016년 넷플릭스가 54개이며, 아마존도 16개가 노미네이트 됐다. 프라임타임 드라마에 넷플릭스는 2013년부터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꾸준히 선정되고 있다.

넷째, 시청률이 계속 하락한다는 것이다. 18~49세 성인의 1130만명이 에미상 시상식을 시청했고 시청률은 2.8%를 기록했다. 지난해 Fox에서 시상식 방송을 했을 때의 시청자 1190만명보다 올해 5%가 감소한 것이다. 또한 광고주가 희망한 시청률 3.8%보다는 22%가 떨어지는 수치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35% 감소한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로 분석된다.(▷링크)

다섯째, 동일한 드라마가 연속해서 작품상을 받는다는 점이다. 올해 <왕좌의 게임>이 2년 연속 수상을 하였다. AMC의 <매드 맨>은 2008년부터 4년 연속 수상하였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으로 시즌제만이 갖는 매력이다. 시즌이 인기가 있으면 계속 제작되기 때문이다. 하나를 잘 만들어 시즌을 이어가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고, 상당히 비용을 벌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시즌제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환경이 안 되고 있다. 일본은 한일 정치 문제로 한류가 꺾이고 있이며,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심해 당분간 수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심지어 중국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LeEco TV가 미국에서의 IPTV 사업에 뛰어들려 하면서 최근 갑자기 한국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말로 시즌제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에미상은 TV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모든 배우들이 참석해 축제를 벌이는 것 같다. 한국의 수상자만 나오는 시상식과 배우가 출연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상과는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권위있는 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무엇보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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