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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시장 속, 지상파의 딜레마

[미디어 리포트]③ 미래 세대·모바일 수익 위한 숙명…노하우와 새로움 사이의 딜레마 이혜승 기자l승인2016.10.05 17: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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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MCN 시장에서, 과연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사는 어떤 행보로 나아가야 할까.

유튜브를 통해 일찍이 MCN이 발달한 미국의 방송사와 국내 방송사 행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미국의 방송사업자들은 인수 혹은 지분 참여 등을 통해서만 MCN 시장에 참여했을 뿐 직접 운영을 하러 나서지는 않았다. 반면 국내 방송사들은 작년과 올해 MCN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MCN이라기보다는 ‘모바일 동영상’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이 시장에 들어온 방송사는 KBS였다. 지난해 7월 ‘예띠스튜디오’라는 1인 크리에이터 협업체를 결성했다. 이어 MBC는 지난해 10월 자회사인 MBC플러스에서 모바일 채널 '코코넛'을 내놓았고, 올해 2월에는 MBC에서 ‘엠빅(MBig)TV’라는 온라인 동영상 채널을 내놓았다. SBS는 지난 6월 모바일 브랜드 ‘모비딕’으로 시장에 들어왔다. [관련기사 '방송사 모바일 콘텐츠 4사 4색']

▲ SBS 모바일 동영상 채널 '모비딕'의 <양세형 숏터뷰> ⓒ화면캡쳐

방송사, ‘모바일에서의 수익’ 필요

방송사가 모바일 시장에 진입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더 이상 TV 시장만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시청률이 눈에 띄게 급감한 것은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광고시장이 TV를 떠나가고 있다. 단순히 TV를 떠나가는 시청자를 붙잡아야 하는 것 뿐 아니라, 모바일 쪽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2015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상파TV의 광고시장은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8% 감소하고,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1.8% 증가한 것에 비해, 모바일 광고시장은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91.3% 증가해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18.1% 더 증가했다.

광고시장의 악화는 방송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됐다. 지난 9월 MBC는 “8월말까지 누적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지상파 광고시장이 400억 원 이상 감소하고 있고, 연말까지 추이가 이어진다면 전년대비 700억 원 이상 감소가 예상된다”며 “10월부터 긴축경영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찬수 KBS MCN 사업팀장은 “방송이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다 보니, 이제는 위에서 이쪽(MCN 사업)으로도 KBS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의 미디어 소비층이 될 밀레니얼 세대(15~35세)가 지상파를 떠나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당장의 수익은 없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이유다.

고찬수 KBS MCN 사업팀장은 “처음에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MCN을) 하는 게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동안 KBS가 특히 젊은 시청자에게 보수적으로 비춰졌는데 ‘우리도 새로운 트렌드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이미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재용 SBS 미디어 비즈니스센터 모바일 제작사업팀 팀장 역시 “젊은층이 모바일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어, 그런 시청자의 니즈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KBS 모바일 동영상 채널 '예띠 스튜디오'의 <갓티비> ⓒ화면캡쳐

끝없는 딜레마, ‘새로움’

하지만 단순히 모바일이라는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것을 답습한다면 미래 세대는 외면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TV 영상문법에 익숙한 방송사들은 계속해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초기 ‘1인 방송’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재밌고 즐거운 것을 나누려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넓혀나갔다. 1세대 게임 크리에이터로 10대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도티’는 지난 5월 19일에 열린 ‘서울디지털포럼(SDF) 2016’에서 모바일 시대의 영상문법을 ‘문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모바일 시대의 문법’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영상문법에 노하우가 있는 지상파는 오히려 이 함정에 빠진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있기에 ‘완전히 새롭기’가 어렵다.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소비자, ‘디지털 원주민’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지만 이것을 파악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크리에이터 ‘도티’는 “10대를 위한 콘텐츠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그들에게 인기 있는 온라인 카페를 매일같이 접속해 그들이 쓰는 언어, 유행하는 트렌드 등을 공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찬수 KBS MCN 사업팀장은 “신문사에서 기존의 기자와 디지털 에디터를 묶는 ‘뉴스룸’의 형태와 같은 걸 방송사에서도 시도해봤다”며 “하지만 서로 다른 일을 했던 사람들의 조화를 만드는 문제가 어려웠다. 이론적으로는 양쪽을 합치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MCN 크리에이터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을 공략해 성장한 것과 달리, 지상파는 특정 분야에 특화해 콘텐츠를 제작하기가 어렵다. 보편적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특정 영역, 특정 계층을 설정해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 MBC 모바일 동영상 채널 '엠빅TV'의 <꽃미남 브로맨스> ⓒ화면캡쳐

답 없는 시장에서 답을 찾다

그럼에도 지상파는 분명 다른 모바일 동영상 사업자는 가지지 못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최근 SBS ‘모비딕’에서 내놓은 <양세형의 숏터뷰>, MBC '엠빅TV' <꽃미남 브로맨스> 등이 지상파가 모바일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줬다. 양세형과 표창원, 남주혁과 지수를 캐스팅 할 수 있는 능력, 그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기존에 닦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광고 유치를 할 수 있는 능력, 홍보 능력 등이 바로 그렇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 설립된 MCN 사업자인 ‘다이아TV’ 역시 CJ E&M이 닦아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가진 '노하우'에 ‘새로움’을 더하는 일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기도 하다. SBS는 ‘모비딕’을 내놓기에 앞서 젊은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새로 모집했다. 기존 MCN 시장에 있던 이들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한 것이다.

또한 모바일 시장은 다양한 시도를 TV보다 자유롭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최근 KBS는 드론을 활용한 모바일 콘텐츠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과 영상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는 다시 TV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 MBC는 모바일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꽃미남 브로맨스>를 TV로 옮겨와 방영하기도 했다. SBS 역시 올해 안으로 ‘모비딕’의 모바일 콘텐츠와 TV 방송 사이의 교류를 협의 중에 있다.

박재용 SBS 미디어 비즈니스센터 모바일 제작사업팀 팀장은 “TV로의 연계를 특별히 계획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며 “올해 초에 열린 칸느 MIPTV(세계 최대 규모 방송프로그램 견본시)에 가보니 이미 세계적으로는 모바일 콘텐츠가 TV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TV 콘텐츠가 모바일 콘텐츠가 되기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 ✔ 유튜브, 유튜버의 광고 수익구조는? ⓒ 유튜브 '테크프레소(TechPresso)' 채널

수익모델 없는 MCN 시장, 지상파도 마찬가지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건 지상파도 마찬가지다. MCN 시장은 처음 시장이 열린 후 3년이 지나가는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도, 플랫폼 사업자도, 가장 중요한 광고주도 이들 콘텐츠에 의미 있는 값을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빠르면 1~2년 안에 지금과는 다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특히 방송사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어디까지, 언제까지 투자만 해야 하는 것인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장 눈앞에 있는 TV시장이 위태로우니, 모바일 시장에 얼마만큼 주력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기회는 계속 열리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TV처럼 코바코가 광고를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별 광고주의 니즈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그쪽에 맞는 수익모델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도 계속해서 (광고 관련)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시장을 보다 세밀한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는 보다 세밀한 분석데이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소비자와 광고주 니즈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넷플릭스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로 플랫폼 시장의 새 장을 열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모바일 시장이 꼭 TV 방송과 대척점에 있는 건 아니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올해 1월 발간한 ‘이슈&트렌드’를 통해 “현재 두 시장은 확연히 분리된 시장이다. 앞으로도 두 시장의 결이 완연히 다르다면, MCN의 성장과 방송시장의 붕괴는 연속상에서 있지 않다”며 “마치 방송시장의 성장으로 영화 시장이 사라지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나갔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①MCN, 성공일까 실패일까
[관련기사] ②MCN의 미래는 오리지널 콘텐츠?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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