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 질의에 고대영 “답변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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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원 질의에 고대영 “답변하지 마”
“언론 자유” 이유로 답변 거부 지시 ‘파행’…“나도 전화 많이 받았지만 보도 개입으로 생각 안 했다”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10.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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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신상진, 이하 미방위)의 KBS 국정감사가 정회 소동을 빚으며 파행했다. 야당 의원이 이날 국감에 배석한 KBS 보도본부장에게 ‘이정현 녹취록’ 관련 질의를 하자 고대영 KBS 사장이 “답변하지 마”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 대한 보도 외압 정황을 언급하며 “KBS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 등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고대영 사장은 “쌍방(이정현 수석과 김시곤 국장) 간 얘기한 것인 만큼 조사할 내용이 아니고,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또한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자체 조사는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 11일에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신상진, 이하 미방위) KBS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KBS 사장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국정감사가 정회되는 소동이 일었다. ⓒ뉴스1

이어 유승희 의원은 “일선 기자가 이 내용(‘이정현 녹취록’ 관련 내용)을 취재했지만 방송을 못하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이날 국감에 배석한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고대영 사장은 “KBS 보도본부장은 보도 책임자”라며 “내게 물으면 답하겠지만, 국회의원이 보도본부장에게 기사가 나갔냐, 안 나갔냐를 직접 묻는 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유 의원이 “(국회의원에게) 훈계하는 것인가. 내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맞받으며 보도본부장에게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고대영 사장은 “답변하지 마“라고 보도본부장에게 지시했다.

고대영 사장의 이 같은 태도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기관증인이) 저렇게 말해도 괜찮냐”며 반발했고, 질문을 했던 유승희 의원도 정회를 요청했다.

결국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국감이 정회된 가운데 새누리당 측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언론인은 언론 자유에 대해 말할 자유가 있다”며 고 사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박홍근 의원은 “지금 고대영 사장이 너무나 황당한 말을 하고 있다”며 “(답변을 요구받은 이가) 아무리 부하직원이라 하더라도 국감에 와서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일이 국회 역사에 있었냐”고 반박했다.

20여분이 지난 후 국감은 속개됐고 고대영 사장은 사과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유승희 의원이 보도를 내보내지 말라고 지시한다면 언론 자유 침해일 수 있지만, (유 의원은) 어떤 이유로 준비한 보도가 안 나갔지를 물은 것”이라며 “유 의원의 질문은 국감 행위이며, KBS는 피감기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던 고 사장은 앞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정현 녹취록’ 관련 질문에 “저도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시절) 수없이 전화를 받았지만 간섭이라고 생각한 일이 없다”,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누구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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