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지상파 장수 예능의 위대한 도전
상태바
‘무한도전’, 지상파 장수 예능의 위대한 도전
[김교석의 티적티적] 500회 맞은 ‘무한도전’, 더욱 롱런하는 예능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6.10.17 2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능칼럼에서 <무한도전>(MBC) 500회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500회가 방영된 3주 전부터 지금까지 숱한 찬사와 기사가 이미 쏟아졌지만, 무려 11년 동안 이어온 단일 예능 프로그램의 이정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많이들 언급하고 많이들 의미를 되짚었더라도 지겹지가 않다는 데 있다. 장수 예능이란 점이 500회를 맞이한 <무한도전>에 대해 언급할 가장 마지막 항목일 정도로 우리나라 예능 역사에서 <무한도전>이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500회를 비교적 조촐하게 맞이했다. 물론 500회 특집 ‘무도리go’는 예능에서 처음으로 증강현실을 활용해 서울 전역을 돌아다닌 대형 스케일이었지만 워낙에 추억 여행의 성격이 짙은 탓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은 과거 영광을 쌓았던 이벤트를 만났다. 이제 근 10년 전이 되어가는 강변북로가요제, 에어로빅, 댄스스포츠, 5년 만에 만나는 조정과 프로레슬링 등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장기 특집들이 벌어진 현장과 사람들을 찾아가 추억을 맛보았다.

▲ MBC <무한도전> 500회 특집 ‘무도리GO’ ⓒMBC

또한 여드름 브레이크, 극한 알바 및 여러 추격전 등 도시로 나온, 시민 곁으로 다가온 예능의 출발을 알린 여러 특집들도 반추했다. 유재석의 말대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시간이었다. 당시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방송 이후 수년째 해본 적 없는 조정과 댄스 스포츠, 프로 레슬링을 멤버들은 몸으로 기억했다. 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짧게 짧게나마 기억들을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재미와 그 시절의 분위기를 매우 가깝게, 마치 지난주 특집이었던 것처럼 느끼고 꺼내 볼 수 있었다.

따라서 특집 자체의 재미보단 지난 추억과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난 11년을 일상의 친구처럼 함께한 <무한도전>과 시청자들의 추억 여행을 통해 다시 한 번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가운데, <무한도전>은 미래를 위한 다짐도 슬쩍 내비쳤다. 모두의 마음에 아련함과 따뜻함이 피어오를 때 양세형은 연이은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멤버로 스며들었다. 몇 안 되는 대실패 특집으로 꼽히는 ‘좀비’를 피날레로 쓰면서 다짐의 메시지를 내비쳤다.

그런데 최근 우리는 지난 10년을 기념하는 또 다른 방식을 만난 바 있다. 지난 9일 비슷한 기간 동안 성장해 성대한 자축의 축포를 쏘아올린 tvN개국 10주년 시상식이 열렸다. <무한도전>이 기념일을 사진 앨범을 꺼내보듯 지난 날을 돌아보며 반가운 가족들의 얼굴을 만나는 기회로 삼았다면, <tvN10어워즈>는 오늘날의 영광에 박수를 집중했다.

‘tvN스럽다’, ‘tvN다운’이란 말을 내세우기까지 지난 세월을 책임진 실험하고 실패했던, 그리고 소규모 성과를 거둔 과거의 프로그램들보다, 비교적 근래에 대성공을 한, 지상파에서 건너온 ‘브랜드’를 가진 제작진들이 성과를 낸 프로그램들, 앞으로의 홍보가 필요한 이서진이 출연하는 <삼시세끼 어촌편>이나 조진웅이 나서는 <안투라지>(11월 4일 방송 예정) 등에 화려한 조명을 비췄다. 과거보단 현재와 미래에 포커스를 둔 점이 인상 깊었다. 10주년 기념 시상식이기에 아쉬움이 남은 점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태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 MBC <무한도전> 500회 특집 ‘무도리GO’ ⓒMBC

오늘날 대부분 예능은 <무한도전>에 빚을 지고 있다. <무한도전>은 과거 쇼 버라이어티에 국한되던 예능을, 보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방송 영역으로 확장한 가장 대중적이고 영향력 있는 방송 장르로 이끌었다. 즉, 오늘날 예능의 위상과 장르적 특성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이번에 증강현실을 다룬 것처럼 11년째 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500회라는 압도적인 숫자는 축하하고, 감사하고, 또 그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 케이블 예능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멤버들이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지 한참이 된 시점에서 <무한도전>은 지상파 예능의 롱런하는 길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채비 중이다. 이제 <무한도전>도 돌아보기 보단, 그 다음을 향한 변화와 다짐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비춰야 할 때다.

그런데 과연 모든 선진화된 방송 콘텐츠에서 도입하고 있는 시즌제 등의 변화 없이 수십 년 전의 쇼 버라이어티 편성과 같은 방식으로 오늘날 대형화 된 예능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시상식에서조차 미래를 준비하는데, 갈수록 에너지 레벨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재충전과 재정비의 기회가 없다면 불리한 경쟁과 어려운 상황에 매주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는 것도 한 두 번이다. 매주 새로움을 기대하는 시청자, ‘무도다움’을 지키려는 제작진이 지치지 않기 위해선, <무한도전>이 기존 예능의 개념과 장르의 벽을 넘어섰듯 공중파 예능의 편성과 운용 차원에서부터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폭적인 변화 없이는 결코 그 다음 500회를 꿈꿀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