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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책방에 편히 놀러오세요”

[라디오스타 시즌5] ④ EBS ‘음악이 흐르는 책방’ DJ 박원 구보라 기자l승인2016.10.19 12: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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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FM(104.5㎒)에서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동안 방송하는 <음악이 흐르는 책방>(연출 방성영, 이하 <음책방>)에서는 DJ가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를 낭독하고, 제3세계를 비롯한 세상의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한다. 매주 음악인들의 라이브 무대도 열린다.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 시간이지만, 광고 없이 이어지는 이 시간 동안 청취자들은 온전히 책과 음악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안내하는 건 바로 DJ 박원 씨다.

제1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2008년) 대상 출신으로 2010년 ‘원모어찬스’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현재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션인 박원 DJ를 지난 9월 29일 서울 우면동 EBS 방송센터에서 생방송을 끝낸 뒤 만났다. 박원 DJ는 <음책방>이 “책과 음악을 모두 다룬다는 점에 이끌려” DJ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 EBS 〈음악이 흐르는 책방〉 DJ 박원 ⓒEBS

“원래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들(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 등)에 게스트로 출연을 하고 있었는데, 음악 작업에 집중하고 싶어서 지난 2월에 모두 그만뒀거든요. 그런데 게스트를 그만두고, 이틀 후에 DJ 섭외 연락이 왔어요. 어릴 때부터 꿈꾸던 DJ라니! 하지만 마치 이 프로그램 진행 때문에 게스트에서 하차한 것처럼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처음에는 DJ를 맡을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음책방>은 책을 주제로 하면서도,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음악도 많이 접할 수 있잖아요. 매력적이었어요. 라디오에서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진행자로서는 책 이야기까지 나누다보면, 왠지 기댈 곳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음책방>을 연출하는 방성영 PD가 세계음악 분야에서는 1인자잖아요. 그래서 꼭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게스트로서의 경험은 많지만 DJ로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원 DJ는 “게스트로 출연할 때는 제가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DJ가 정리를 해주다 보니, 편한 마음으로 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 <음책방>을 진행하며 바뀐 점

- 벌써 <음책방>을 진행을 맡은지 7개월이 지났어요. 수많은 책을 낭독하고, 게스트와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의 책에 대한 취향에도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원래 <퇴마록>처럼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특히 수요일 코너에서 매일 여행 에세이를 소개하다 보니, 여행 에세이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사실 저는 여행 에세이를 잘 읽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내가 왜 작가가 여행 가서 즐거웠던 걸 보고, 부러워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런데 여행 에세이들을 읽어보니 꼭 여행의 풍경사진이나 즐거웠던 점만 있는 게 아니라, 작가의 살아온 삶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정말 좋았어요. ‘나라면 이곳을 여행할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해지고 감정이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음책방>에서 책의 구절들을 낭독하면서도, 작가가 어떤 느낌으로 썼는지를 파악하고, 최대한 제가 느낀 점들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 EBS <음악이 흐르는 책방>이 지난 6월 25일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진행한 공개방송에서 DJ 박원이 공연을 하고 있다. ⓒMAKEUS 엔터테인먼트

책과 함께 <음책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바로 음악이다. 라디오만 틀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주류의 음악만이 아니라 이국적인 언어로 채워진 세계 곳곳의 음악부터 이른바 ‘인디’로 분류되는 음악까지, 말 그대로 다양하다.

더구나 박원 DJ 또한 음악을 하다 보니, 목요일 코너인 ‘책방 콘서트’는 하나의 작은 무대인 동시에 음악인들의 사랑방과 같은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지금까지 출연해준 모든 뮤지션들에게 감사해요. 저도 음악을 하다 보니,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한 음악 스타일의 뮤지션이 출연할 때에는 아무래도 더 신나게 질문을 하기도 해요. 라이브를 들을 때에도 더 귀를 쫑긋하게 되고요. 그리고 ‘책방 콘서트’에 초대하고 싶은데 친분이 없어서 연락할 수 없는 뮤지션이 있을 때에는, 제가 먼저 제작진에게 섭외를 부탁하기도 해요. <음책방>이 아니면 이런 게 가능했을까요?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 라디오 진행자가 된, 라디오 덕후?

박원 DJ는 스스로 ‘라디오 키드’라고 자처할 만큼 라디오를 많이 듣고 자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땐 1년 동안 매일 친구들과 인터넷 라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지금 라디오 DJ가 된 박원 DJ의 진행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제가 라디오 청취자였을 때, 그리고 음악 활동을 하게 되면서 운좋게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면서 느낀 건 같아요. 진행자들이 비슷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청취자가 ‘엄마랑 싸웠어요. 엄마가 미워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대부분 DJ들이 ‘OO님, 힘내시구요. 다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하곤 해요.

물론 DJ로서 그렇게 힘을 주는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가능한 청취자들에게 친구처럼 말하려고 해요. 제 생각에 DJ와 청취자는 마치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관계거든요. 사실 모두 다함께 모여 같은 라디오를 듣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청취자가 ‘왜 저는 시험에 떨어졌을까요’ 이런 문자를 보낸다면, 저는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물론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다소 세게 ‘더 노력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얘기하는 식이죠.”

- <음책방>에서 소개한 책이나 음악에 대해서도 비슷한 모습일까요?

“음... 그런 것 같아요. 선곡된 어떤 노래를 틀었는데 제 스타일이 아닐 때는 억지로 짜내어서 ‘좋았다’고 말하진 않아요.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이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게 오히려 더 그 음악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너무 좋았던 음악이나 책은 집에 가서도 또 들어보고, 읽곤 해요.”

▲ EBS 〈음악이 흐르는 책방〉의 월요일 코너 ‘그림 에세이-원이의 끄적끄적’에서는 DJ 박원이 그린 그림을 청취자와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EBS

그에게 있어 인생의 DJ는 누굴까. 박원 DJ는 주저없이 “배철수”와 “고(故) 신해철”을 꼽았다. 이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의 대화를 돌아보니 좋아하는 스타일의 DJ들과 비슷한 지점이 보였다. 바로 솔직함이다.

“그렇죠?(웃음) 그런 맥락에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신해철 DJ처럼, 어느날 하루 갑자기 ‘제가 오늘 너무 기분이 우울해서 OOO 1집을 듣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한 뒤 한 가수의 노래를 틀어 놓고 돌아가는 거요.(웃음)”

- 과연 가능할까요?(웃음)

“제가 진짜 유명해지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예전에 라디오 DJ를 꿈꿀 때,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음악을 많이 알더라도 결국에는 방송가에 알려져야 라디오 DJ를 할 수 있으니까요.”

꿈꾸던 일을 하게 된 지금의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박원 DJ로부터 바로 “성공한 덕후”라는 답이 돌아왔다. “예전부터 ‘라디오 DJ를 하는 건 정말 멋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못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EBS에서 <음책방>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는 이미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싶어요.”

이어 그는 청취자 시절 그의 ‘꿈’이었던 DJ들로부터 영향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음책방>을 들은 청취자들로부터 저로 인해 무언가가 바뀌었다거나 새롭게 어떤 걸 시도했다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나도 그랬지’, 떠올리게 돼요. 예전에 가수 이소라 씨가 <FM음악도시>(MBC)를 진행했던 때인데요. ‘노래를 할 땐, 가성으로 하라’는 말을 듣고 몇 달 동안 그 말에 영향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라디오에서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혹시나 누군가의 몇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더 신경 쓰면서 말하곤 해요.”

- 앞으로 <음책방>이 청취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저는 처음 <음책방> DJ를 맡을 때부터, 오래오래 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한 사람이 적어도 2년 이상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라디오 진행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은 라디오 진행자가 짧게는 6개월 만에도 바뀌어버리잖아요. 솔직히 2년 이상은 해야, 꼭 매일 듣지는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몇 번씩 듣는 청취자 입장에서는 DJ에게 친근한 느낌을 받고 매력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청취자들이 <음책방>을 편하게 들어주길 바라고 있어요. 진행자인 저도 매일매일을 ‘오늘 방송은 최고로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하진 못하거든요. 저에게 라디오는 카페에 놀러 오듯이 편하게, 그리고 일상처럼 이뤄지는 일이에요. 청취자들도 다른 일을 하면서 매일 <음책방>을 듣는 건 사실 어렵다고 생각해요. 원래 있던 스케줄을 미루고서 라디오를 듣는 게 아닌 이상(웃음). 그러니 여러분들도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편한 마음으로 <음책방>에 놀러 오면 좋겠어요.”

▲ 〈음악이 흐르는 책방〉의 DJ를 맡고 있는 박원은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마음에 구멍이 뚫릴 때를 추천했다. ⓒ을유문화사

인터뷰를 마치고 박원 DJ는 그동안 <음악이 흐르는 책방>에서 소개했던 책 가운데 마음에 남은 한 권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에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마음이 구멍이 뚫릴 때’(을유문화사, 2016)를 추천했다. 상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진정성 있게 전하는 조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의 심리 상담사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이 책에서 단순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들로 구멍 뚫린 마음에 필요한 실제적인 격려와 치유 방법들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저는 이제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마음에 구멍이 뚫릴 때>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의 구절들을 읽으면 굉장히 솔직해요. 낭독을 하면서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성향 같아요. 원래 저랑 아예 다른 성향의 작가인 경우에도, ‘나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나와 어디까지 비슷한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돼요. 그래서 원래 읽던 책이 있는데도, 잠시 제쳐 두고 이 책을 읽었어요.”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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