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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한복 통해 젊은 세대와 공감하고 싶었다”

[인터뷰]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이진희 의상감독 이혜승 기자l승인2016.10.19 16: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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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이진희 의상감독 ⓒ김성헌

“한복의 현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작품에 담긴 세대 갈등, 첫사랑 문제 등에 지금 젊은 친구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클 것 같았다. 그러면 의상감독인 나는 어떻게 이 친구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한국 색채가 가진 품격 있고 편안한 채도감과 한복 고유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트렌디한 색감이 어우러질 수 있게 노력했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은 기존 사극과는 다른 한복 색감과 질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르미> 마지막 방송이 끝난 19일 오전 작업실에서 만난 이진희 의상감독은 “실제로 색감과 질감이 80%였다. 그에 맞는 옷감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이탈리아, 스페인 원단도 찾아다녔다”며 여기에 젊은 세대가 공감해준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한복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대학 시절부터 무대미술과 무대의상을 두루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서양의 복식사를 연구해왔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간신>을 거치며 스스로 연구해온 한복 디자인을 토대로 이번 <구르미>에서는 새로운 색감과 질감을 더했다. 기존 사극은 주연을 제외하고는 주로 기본 의상을 활용하지만, 이번엔 극 전체의 칼라감을 현대화하기 위해 주연은 물론 조연과 단역들의 옷, 관복까지도 새로이 제작했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이진희 의상감독 ⓒ김성헌

물론 그 바탕에는 캐릭터와 배우가 있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극중 캐릭터와 실제 배우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서사구조가 강조되기보다 성장드라마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그 섬세한 감정선의 변화를 의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주효했다. 이 감독 개인적으로는 배우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실제로 가진 성격도 함께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중심에 섰던 이영 세자(박보검 분)는 기본적으로 맑고 고운 결을 가져갔다. 이 감독은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만들어진 경우가 많은데 박보검 씨는 실제 성격의 결이 고왔다. 특히 주변을 세세하게 살피고 다니는 모습이 이영 세자 캐릭터와 같이 담아내면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세자가 먼저 내관과 친구를 하길 원하는 모습, 그 공감능력, 그리고 이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예술적 성향 등을 옷 색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캡쳐

한편으로는 세자로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무게감을 표현해내는 것도 중요했다. 그가 안동 김씨 세력과 겪어나가는 갈등,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담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깊이감을 위해 여러 색을 어우러지게 사용했고, 안감까지 모두 다른 소재를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한 가지 의상에 다섯 가지 이상의 색감이 들어갔다.

“세자의 무게감을 견딜 정도로 성정이 깊고 힘이 있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가야 했어요. 그걸 색의 깊이로 표현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일종의 시스루 형태의 소재를 많이 시도했습니다. 특히 풍등 장면에서는, 안에는 겨자색을 두고 위에는 진녹색을 받쳤습니다. 거기서 투과되며 오는 깊이감을 보면서 세자의 감성과 잘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도 그런 소재를 많이 활용했어요.”

라온(김유정 분) 역시 특유의 활발한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극 초반 남장여자로 궁에 들어와 나중에는 홍경래의 딸인 것이 알려져 도망다녀야 했던 운명을 옷 안에 담아야 했다. 기본적으로는 김유정이라는 배우와 홍삼놈 캐릭터가 가진 에너지를 담는 것이 주효했다. 이 감독은 “유정양의 발랄하고 쾌활한 느낌이 홍삼놈 캐릭터와 잘 맞아서 극 초반 에너지를 끌고 가기 좋았다”며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오렌지와 그린 칼라로, 육안으로 딱 봐도 청량한 색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캡쳐

하지만 한편으로 라온이 가장 많이 입어야 했던 옷은 내관복이었다. 여자 주인공임에도 내관 옷을 입고 사랑도 경험해야 했기에 큰 과제였다. 그래서 일반 내관복과 똑같은 색상도 입혀보고, 여성스러운 라인도 넣어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스케일감을 키워 마치 보자기에 싸인 듯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맞아떨어졌다. 이후 동궁전에 옮기고 나서는 꽃무늬를 넣어 타이트샷을 했을 때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패턴을 활용하기도 했다.

또 여자인 것이 모두에게 알려지고, 역적 홍경래의 딸인 것이 알려진 후에는 더 복잡했다. 기존의 명랑하고 쾌활한 느낌에 더해 환경적인 변화들로 인한 성장을 표현해야 했다. 그때 이진희 의상감독은 배우 김유정에게 “오히려 신사임당이 어렸다면 이런 성격이지 않았을까”를 제안하고 상의해서 그 느낌을 살려냈다. 남장복 안에 숨어 지내면서도 여자로서 성숙해가는 내면을 그리기 위해 채도감을 낮추고 단아하게 풀어냈다.

윤성(진영 분)은 양면이 공존하는 캐릭터였다. 다 가진 것 같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굉장히 차가운 캐릭터였다. 이 감독 개인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청나라 유학까지 갔다왔지만 정작 스스로 뭔가를 성취해본 적은 없는, 어느 선을 넘어가지 못하는 캐릭터였다.

이 감독은 “윤성은 어떤 공허함을 내적으로 가질 거라 느꼈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패턴감은 섬새하게 하면서도 소재의 질감은 실키하고 차갑게 가져갔다”며 “이영 세자는 여러 색을 중첩해 깊이감을 풍성하게 더했다면, 윤성은 딱 떨어지는 느낌의 컬러 배색으로 ‘흑과 백’의 양면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존 관복은 흉배에 칼라감이 많이 들어가지만, 윤성의 관복에서는 흉배에서도 칼라감을 모두 빼기도 했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을 위해 이진희 의상감독이 스케치했던 작업물 ⓒ김성헌

한편 이번 작품은 여러 의미에서 이 감독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의상과 관련한 많은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반응해줬다는 점이 그랬다. 이 감독은 “제작진과 감독과도 소통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담은 콘셉트들도 마치 숨은 그림 찾듯 찾아내시더라”라며 “이런 게 바로 세대차이구나, 역시 많이 보고 자란 친구들이라서 이런 걸 굉장히 빠르게 찾아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라온에게서 이영 세자 어머니의 느낌을 담아낸 것을 찾아낸 점이 그랬다. 의도적으로 라온의 의상에 어머니의 칼라로 포근한 살구빛과 물을 머금은 달빛 같은 깊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공존시켰는데, 그런 부분들을 시청자들이 잘 보아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해석했을 때, 세자의 공감능력은 어머니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했고, 유정 양에게서 그 어머니의 흔적들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라온이 이영을 알아본 후부터 그를 바라보는 눈빛도 그렇고, 그런 부분들을 유정 양과 계속 상의하면서 가져갔는데 시청자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정말 신기하고 놀랐습니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캡쳐

엔딩 장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마지막에 이영과 라온이 입었던 의상은 이 감독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놓은 의상이었다. 의상을 만들 당시에는 대본도 나오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그들이 걸어갈 꽃길을 상상하며 기존 의상들에 비해 굉장히 화사한 옷을 디자인해놨었다.

“이영 세자가 세자로서 견디는 무게감과, 지금 젊은 친구들이 주입식 교육 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무게감이 비슷한 것 같았어요. 안동 김씨 세력과 젊은 이영이 겪는 사고방식의 갈등, 이런 비슷한 지점들도 있었죠. 때문에 마지막에는 대본이 나오기도 전이었는데 그들의 앞날이 마냥 꽃길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영의 의상에는 아예 꽃무늬를 받치고 위에 시스루를 한 겹 더 준 원단을 사용했죠. 그런데 마침 마지막회가 끝나고 어떤 분이 ‘이건 이 아이들의 미래가 꽃길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고 해주셔서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의 경우 본인이 작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기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기존의 사극과 달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서 시청자들과 공감을 많이 했던,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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