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노인·청년문제 닮은꼴…방송, 사회 구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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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노인·청년문제 닮은꼴…방송, 사회 구조 살펴야”
NHK ‘노인표류사회-노후파산의 현실’-‘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에서 확인한 불안한 현실
  • 북경=이혜승 기자
  • 승인 2016.10.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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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고령화-청년실업 문제는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22일 한중일 PD포럼에서는 NHK 다큐멘터리 <노인표류사회-노후파산의 현실>(이하 <노인표류사회>), SBS <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이하 <SBS 스페셜>) 상영 후 이어진 토론을 통해 서로가 겪고 있는 고령화-청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NHK 다큐멘터리 <노인표류사회>는 일본이 처한 고령화 사회 속에서의 ‘노인파산’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특히 사례로 나온 세 명의 독거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모든 걸 홀로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연금은 턱없이 부족해 끼니를 해결하기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노인표류사회>에 따르면 일본에는 600만 명이 넘는 독거노인들이 있다. 이들의 절반인 300만 명의 연금 수업은 최저생활보장 수준 이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생활보장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70만 명에 불과하다.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생활보장조차 받을 수가 없다.

▲ NHK 다큐멘터리 <노인표류사회-노후파산의 현실> ⓒ한중일 PD포럼

다큐멘터리 상영 후 한국 측 PD는 “일본이 처한 노인 문제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한국도 체감하고 있는 문제”라고 공감했다.

중국 측 PD 역시 “중국 사회도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고 있다”며 “지금도 외진 땅에 있는 중국 노인들의 생활은 풍요롭지 못하다. 하나뿐인 자식이 집을 나간 독거노인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타가키 오시코 PD는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NHK에서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숫자를 조사했더니 1년에 3만 2000명이 넘는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며 “그때부터 도대체 왜 노년층이 이렇게 됐는지를 취재해왔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2014년 당시 프로그램 방영 후 일본에서는 큰 반향이 일어났다. 특히 같은 노년층보다 오히려 2030 세대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이타가키 오시코 PD는 “청년들이 지금 고령자들에게 닥친 현실보다 자신의 노후가 더 위험할 거라는 불안의식을 가졌다”며 “결혼도 할 수 없고 가족을 만들 여유도 가질 수 없는 청년들이 자신의 노후도 (이 같은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 SBS 〈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 ⓒSBS

뒤이어 상영된 <SBS 스페셜>은 한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보여줬다. 청년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 아무리 노력하고 빚을 내서 대학교를 나와도 취업을 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회 구조의 문제들을 짚었다.

상영 후 앞선 <노인표류사회>를 연출했던 이타가키 오시코 PD는 “직업을 구하면서 동시에 돈을 버는 모습 등 한국 다큐에서 보여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는 일본도 직면한 문제”라며 “일본의 젊은 세대도 돈은 계속 벌지만 수입을 높일 수 없어 자살까지 하고 있다”며 문제에 공감했다.

중국 측 PD는 “다큐를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그런데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딜레마, 대학 등록금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험을 한국 젊은이 대부분이 겪고 있는가?”라며 다큐에 나온 모습이 일부에 불과한지, 전체의 모습인지 궁금함을 나타냈다.

이에 한국 측에서 작년 말 KBS에 갓 입사한 신입 PD가 “주변이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다큐에 나온 사람처럼 나 역시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취업 준비를 했다. 지금도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는 취업이 되지 않으면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송일준 MBC PD협회장(좌)와 SBS 〈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 최민철 PD(우)가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PD저널

한일 양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점에 대해 공감하기도 했다.

곤노 쓰토무 일본방송인협회 회장은 “우리가 젊었을 때는 나라가 부유해지면 개인도 자연스럽게 부유해질 거란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더 빈곤해지게 됐다”며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마찬가지다. 국가의 전반적인 실력은 강해져도 빈부격차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을 연출한 최민철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고민한 지점도 자본주의였다. 지금 우리는 가장 자본주의다운 사회로 가고 있는데 이것이 공존이 아니라 공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헬조선’이라는 문제를 풀샷,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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