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함’ 피하는 한중일 드라마, 드라마의 본질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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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함’ 피하는 한중일 드라마, 드라마의 본질이란?
KBS ‘태양의 후예’-후지TV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통해 나눈 드라마 제작 고민
  • 북경=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10.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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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한중일 3국 드라마는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한중일 PD포럼에서는 지난 23일 한국 드라마 KBS <태양의 후예>를, 24일 일본 후지TV 드라마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이하 <언젠가…>)를 함께 시청한 후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에 대해, 일본 드라마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는 어려운 사회 속에서 드라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나눌 기회를 제공했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도 이미 인기리에 방영된 만큼, 토론 자리에서는 제작 과정에 대한 여러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특히 사전제작과 해외 촬영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 시장의 영향으로 사전제작을 했는지”, “80%가 해외 배경으로 보였는데 해외 촬영은 얼마나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 KBS <태양의 후예> ⓒKBS

이에 <태양의 후예> 제작진은 “중국 시장에 선판매 된 상황이었는데, 16편을 모두 (중국에) 사전 제출해 심의를 받지 않으면 방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중국 시장을 위해 사전제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중국 선판매로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 사전제작은 강제적인 요소로 떠올랐다”며 “이것이 선순환 구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빡빡한 중국 심의 날짜를 맞추기 위해 퀄리티를 충분히 손보지 못하고 보낼 수밖에 없는 점은 아쉽다”고 답했다.

이어 해외촬영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제작진은 “내용의 80%가 해외를 배경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15% 정도만 해외 현지에서 촬영했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세트를 지어 해외인 것처럼 찍었다”며 “기존에는 사전제작을 하지 않아 초반에 해외촬영분이 나오고 그 뒤에는 한국 장면이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사전제작을 한 덕분에 해외촬영분을 16회 전체에 포진시킬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언젠가…>는 3국의 젊은 세대가 모두 무거운 이야기를 피하려고 하는 추세 속에서, 그럼에도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

<언젠가…>는 어려운 형편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두 남녀의 5년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시골마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여자주인공과 도쿄 이삿짐 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힘들게 돈을 버는 남자주인공이 중심이다. 제작진은 “인생은 비록 힘들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잊게 한다”는 주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 후지TV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한중일 PD포럼

일본 후지TV 관계자는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최근 이런 드라마가 많지 않고, 대부분의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와 마찬가지로 상품으로만 여겨진다”며 “하지만 다큐, 예능, 드라마 모두 사회를 통찰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의 한 관계자는 “지금 26살인데 주변 친구들도 힘들게 살고 있다. 그래서 이미 힘든데 더 이상 이런 현실적인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냥 가벼운 작품을 보고 싶다고 한다”라며 “혹시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을까봐 걱정한 적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후지TV 관계자는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고 실제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SNS 상에서 많은 회자가 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젊은이들이 어떤 환경에 있어도 노력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동시대 젊은이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 장해랑 PD교육원 원장은 “한국에도 이런 본질, 삶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는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측의 일부 PD들은 두 드라마를 시청한 후 <PD저널>과의 대화에서 “‘인생은 비록 힘들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잊게 한다’는 주제와 ‘청년들이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주제 의식에 과연 청년들이 동의했을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은 아닌가 싶다” 등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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