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에 처음 생긴 균열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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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개리 하차, 7년만에 멤버 변동…‘런닝맨’의 캐릭터쇼가 맞이한 새로운 국면

피터팬처럼 절대로 늙지도 않을 것 같던 <런닝맨>(SBS)이 변화를 맞게 됐다. 여타 장수예능과 달리 <런닝맨>은 2010년 7월 시작된 이래 7년간 유재석·지석진·김종국·개리·하하·송지효·이광수 등의 원년 멤버가 변동 없이 함께하는 유일한 예능이었다. 그런데 이달 10월 31일 촬영을 끝으로 리쌍의 개리가 음악활동을 이유로 빠지게 되면서 처음으로 멤버 변화를 겪게 됐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개리는 게임의 양상을 바꿀만한 핵심적인 멤버는 아니었다. 강자와 약자 사이, 깐족거리며 멤버와 담백한 역할을 하는 멤버 사이 완충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맡은지라 이광수나 김종국 등에 비해 게임 결과나 재미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제작진도 새로운 멤버 투입에 소극적이다. 보통은 이런 기회에 새 멤버를 투입해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려고 애를 쓸 텐데 당장 공백을 메우기보다 그동안 다져온 팀워크와 균형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데 신경 쓰는 듯하다.

▲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SBS

<런닝맨>만의 가장 재밌는 특징이 방송은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반향은 중화권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 게임 리얼버라이어티가 <무한도전>(MBC)을 넘어선 한류 예능 콘텐츠로 더욱 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알기 쉬운 게임과 슬랩스틱을 유발하는 웃음 코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까닭에 언어와 문화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이해하기 쉬운 게임이라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게임들이 쉽게 이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런닝맨>이 확실한 색깔과 역할을 갖춘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리얼 버라이어티는 캐릭터가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생명을 잃거나 새로 얻지만, 일종의 PC게임 시나리오 혹은 네버랜드인 <런닝맨> 세계 속 캐릭터들은 지난 7년간 에너지와 역할에 변화가 없었다. 김종국은 여전히 절대강자, 송지효는 에이스,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유재석과 하하, 악당과 약자를 동시에 자처하는 지석진, 이광수 등 잘 짜여진 블록처럼 각자 자신의 역할에 맞게 합을 맞춰왔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해서 <런닝맨>이 유치하다는 말을 듣는 이유이기도 했다. 제작진이 아무리 고심을 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새로운 룰을 창안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번 주처럼 짜장면 빨리 먹여주기 대결이나 바나나 빨리 자르기 대결, 이름표 떼는 추격전은 사실상 기대되는 역할이 정해진 캐릭터 놀이다. 이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게스트들이 신선함을 수혈한다. 국내 최고의 MC 유재석은 이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주 서지혜를 욱하는 성미를 가진 캐릭터로 띄웠던 것처럼 게스트들에게 각자 맞는 캐릭터를 쥐어주고 기존 멤버들과 어우러지게 섞는다. 그러면서 해외 팬들에게 우리나라 연예인들을 보다 친근하게 소개하는 무대 역할을 했다. 7년 동안 변함없는 캐릭터로 한결같은 게임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원년 멤버인 개리(리쌍, 사진 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방송을 끝으로 7년 만에 하차했다. ⓒSBS

그런데 개리가 빠지면서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능글맞은 매력과 입담으로 송지효와 ‘월요커플’로 인기를 끌었고, 사실상 게임에 있어서도 김종국에 이어 가장 많은 툴을 가진 캐릭터가 이탈했다. 개리가 프로그램 내에서 주도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 변화는 <런닝맨>이란 캐릭터쇼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음을 알린다. 지금은 이광수 혼자 두드러지다보니 점점 더 다른 캐릭터들과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캐릭터쇼 자체의 에너지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땀을 흘리며 이름표를 등에 붙이고 뛰어다녀도, 무언가를 위해 이런저런 게임을 펼쳐도,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예상 밖의 재미 등의 새로운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제 게스트들에게 기대는 전략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변화의 필요성은 늘 있어왔다. 멤버의 변화가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지금이 기회다. <런닝맨>은 게임이나 제작진 차원의 변화가 아닌, 캐릭터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캐릭터쇼의 리뉴얼을 몇 차례나 놓쳤다. 그 덕분에 7년간 단일 멤버로 왔다는 희귀한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예능이란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게임의 룰을 바꾸고, 색다른 게임을 가져오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그 토대가 되는 캐릭터쇼 측면에서의 변화를 마련해볼 적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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