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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성 진행자 없는 예능의 시대

[위클리포커스] ‘검증된 남성 예능인’ 논리, 기울어진 운동장의 공고화 구보라 기자l승인2016.11.02 15: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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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능인들을 주축으로 했던 KBS <여걸6>(2008년 종영), SBS <골드미스가 간다>(2010년 종영), MBC every1 <무한걸스>(2013년 종영)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여성 진행자 부재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남성 진행자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도 MBC <세바퀴>에서 6년을, KBS <해피투게더>에서 7년을 메인 MC로 활약했던 박미선 씨 또한 지난해 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박미선 씨는 최근 JTBC <아는 형님>에 게스트로 출연해 “우리(여성)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길 수 있지만 남성 연예인들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현재 예능 프로그램에 얼마나, 어떤 비중으로 출연하고 있을까?

여성 진행자? 출연도 어렵다

<PD저널>이 지상파 3사(KBS‧MBC‧SBS)와 예능 프로그램을 주요하게 편성하고 있는 유료방송인 JTBC와 tvN에서 지난 9월 27일부터 한 달 동안 방송한 총 71편의 예능 프로그램(KBS 22편, MBC 12편, SBS 10편 중, JTBC 12편, tvN이 15편)을 조사한 결과,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은 물론 출연에서도 남성의 비율과 비중 모두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엔 지난 9월 27일 종영한 JTBC <걸스피릿>, tvN <바벨 250>과 10월 7일 종영한 KBS <어서옵SHOW>, tvN <먹고 자고 먹고> 그리고 10월부터 방영한 JTBC <한끼줍쇼>(19일), KBS <트릭앤트루>(25일)를 포함했으며, 지상파의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방영하거나 애니메이션, <독립영화관>, <서프라이즈>,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진행자와 출연자의 경계가 모호한 프로그램 13편은 제외했다.

▲ JTBC <아는형님>(2016년 2월 6일 방송) ‘여성 예능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편에 출연한 박미선, 조혜련, 이지혜, 신봉선, 박슬기 등 여성 예능인들은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JTBC 화면캡처

71편의 예능 프로그램 중 진행자와 출연자 모두 남성인 경우는 KBS <1박 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무한도전>, SBS <꽃놀이패>,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아는 형님>, <한끼줍쇼>, <비정상회담>, tvN <삼시세끼-어촌편> 등 총 13편이었고, 진행자가 모두 남성인 경우는 23편이었다. 즉, 예능 프로그램 71편 중 36편에서 진행자와 출연자 모두 남성이거나, 남성들만이 진행을 맡고 있었다. 반면 진행자와 출연자 모두 여성인 경우는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JTBC <헬로아이비아이> 등 단 두 편뿐이었고, 여성 단독 진행 프로그램 또한 SBS <자기야-백년손님>(김원희), KBS <열린 음악회>(이현주 아나운서) 등 두 편에 그쳤다.

KBS <비타민>, <뮤직뱅크>, <비타민>, <영화가 좋다>, <노래가 좋아>, MBC <섹션TV 연예통신>, <출발! 비디오 여행>, tvN <명단공개 2016>, <현장토크쇼 TAXI>처럼 남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이 중에서 여성 진행자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맡는 경우는 이영자가 출연하는 tvN <현장토크쇼 TAXI>가 유일했다.

메인 진행자 없이 출연자만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남녀비율이 비슷한 MBC <미래일기>(3대 2), <우리 결혼했어요>(3대 3), JTBC <님과 함께-최고의 사랑>(2대 2), SBS <불타는 청춘>(4대 4) 등의 사례도 있었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가상 결혼, 부부·모자 관계, 중년 남녀의 우정 찾기 등의 콘셉트로 진행된다. 즉, ‘남녀가 쌍으로 나와야만 가능한 프로그램’일 경우 출연자의 남녀 비율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 KBS 2TV <해피투게더3>의 유일한 여성 진행자인 엄현경은 게스트 등장시 문을 열어주면서 맞이하고 여성 게스트들과 개인기를 겨루는 역할 등을 맡는다. ⓒKBS

SBS <접속! 무비월드>(김소원·장예원·최기환), <SBS 인기가요>(공승연·정연·김민석), MBC <쇼! 음악중심>(김새론·이수민·차은우)처럼 여성 진행자 2명에 남성 진행자가 한 명으로, 여성이 수적으로 더 많은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여성들이 나이가 어린 아이돌이거나 배우인 경우 외에 박미선, 김원희, 신봉선, 김신영, 조혜련, 송은이, 김숙 등 중견급 여성 연예인뿐만 아니라 박나래, 이국주, 안영미 등 진행 실력을 갖춘 여성 예능인들이 2대 1의 비율로 진행을 맡는 프로그램은 단 한 편도 없었다.

또한 MBC <듀엣가요제>(백지영·성시경·유세윤), SBS <미운 우리 새끼>(한혜진·신동엽·서장훈) tvN <먹고 자고 먹고>(정채연·백종원·온유), KBS <구석구석 숨은 돈 찾기>(서유리·이수근·데프콘), KBS <배틀트립>(김숙·성시경·이휘재·산이), <해피투게더3>(엄현경·유재석·전현무·박명수·조세호) 등의 경우 남성 진행자는 2~3명, 많게는 5명이나 됐지만, 여성 진행자는 한 명이었다. 여성 진행자들은 홍일점으로 존재하거나, 다른 남성 진행자들의 보조 맞추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KBS <해피투게더3>에서 다섯 명의 진행자 중 유일한 여성인 배우 엄현경은 세 명의 메인 MC(유재석, 전현무, 박명수)와 개그맨 조세호와 비교하더라도 뚜렷한 역할 없이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게스트 등장시 문을 열어주면서 맞이하거나 다른 여성 게스트들과의 개인기 대결 등에서 역할을 하는 정도인 것이다.

출연자 측면에서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고정 출연자 7명 중 송지효가 유일한 여성 출연자였으며, JTBC의 <힙합의 민족2>에서도 15명의 출연자 중에서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2>에서 패널인 김숙은 남자 MC 2명과 패널 홍석천, 디자이너 4명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tvN <비밀독서단>에서도 시즌3부터 김숙은 하차했으며, 현재 <비밀독서단3>에서는 김국진이 단독 진행을 맡고 있으며, 7명의 출연자 중에서 여성 출연자는 송은이와 오지은뿐이다.

예능에도 ‘유리천장’…사라지는 여성 예능인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비율과 비중이 낮은 현상에 대해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흐름의 변화와는 달리, 방송에서는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공고하게 남아있다”고 현 상황의 원인을 지적했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2010년대 초반부터 종합편성채널 등이 등장하며 채널이 많아졌고,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방송사는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에 두각을 드러내던 남성 예능인을 캐스팅에 열중했다”며 “그 결과 남성 진행자들은 더 많은 경험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여성 연예인들보다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독점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어 “(예능은) 기존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는데, 과열 결쟁 상황 속 시청률을 선점해야 하는 방송사들이 안전한 선택들을 하다 보니, 남성들에게만 더욱 더 기회가 과잉 배분됐다”고 말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2009년 무렵부터 리얼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고, 남자 진행자들 간의 ‘라인’이 중요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단독 진행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던 여성 MC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월요커플’로 캐릭터를 설정한 송지효(왼쪽)와 개리 ⓒSBS

김선영 평론가는 “<런닝맨>의 송지효를 보더라도 개리와의 ‘월요 커플’을 강조하는 등 러브라인에서 벗어날 수 없고, SBS <미운 오리 새끼>의 진행을 맡는 한혜진도 스튜디오에 출연한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맏며느리의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처럼 여성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하거나 출연을 할 때, 여성성과 분리되는 자질을 발휘할 만한 체제가 불가능한 구조인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예능에서의 젠더 균형, 제작진의 과제

여성 예능인(진행자)들에게 프로그램을 맡기는 데 대한 위험성을 말하는 목소리도 방송가 일부에선 존재한다. 이들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하지만 여성의 프로그램 진행 능력을 폄하할 수 없는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반론도 많다.

실례로 올해 초 <님과 함께>에서 김숙은 ‘가모장제’ 캐릭터로 ‘걸크러시 열풍’을 일으켰고 ,JTBC 모바일 여성 예능 <마녀를 부탁해>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을 통해 여성들 또한 남자들 못지않게 진행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JTBC의 <마녀를 부탁해>의 홍시영 PD 또한 “‘왜 여성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방송 전에는 ‘드센 여자들’이 나온다며 싫어할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막상 방송 이후에는 <마녀를 부탁해>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다는 걸 확인했고,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지상파 3사와 JTBC, tvN에서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김숙·홍진경·라미란·민효린·제시)뿐이며, 여성 진행자와 출연자가 두드러지는 경우도 tvN <현장토크쇼 택시>(이영자), SBS <자기야-백년손님>(김원희), JTBC <님과 함께>(김숙)밖에 없다.

물론 여성들이 출연했던(하는) JTBC <마녀를 부탁해>(김숙·안영미·이국주·박나래, 2016년 2월~4월)와 MBC every1 <비디오 스타>(박나래·박소현·김숙·전효성, 2016년 7월부터 방영) 등의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정규 편성이라기보다는, 모바일 예능(<마녀를 부탁해>는 20부작 종영 이후 TV 편성)이거나 케이블 채널로만 방영되는 등 일종의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남성 중심 예능의 흐름을 변화시키기 위해 방송이 먼저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고, 여성에게 최적화된 새로운 프로그램 포맷을 고민하는 등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JTBC <독한 혀들의 전쟁-썰전>(2015년 방송)에서는 ‘사라진 예능의 딸들’을 주제로 여성 예능인이 없는 현상을 다뤘다. 사진은 여성 예능인들을 캐스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익명의 한 PD가 “여성들에게는 뭘 요구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한 장면을 MC인 박지윤이 소개하고 있는 장면이다. ⓒJTBC 화면캡처

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에서는 몇몇의 여성에게 기회를 주고서 만약 그들이 잘하지 못했을 경우 ‘여자라서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남자가 진행을 잘하지 못 해서 프로그램이 폐지된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는데도 제작진들은 ‘남자라서’ 못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이나 평론가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방송사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방송이야말로 다른 분야보다 먼저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보통 예능 PD들은 ‘남성들은 옷을 벗겨서 입수시킬 수도 있고 가학적으로 서로 때리게 할 수도 있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러기 힘들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은 이미 남성들에게만 최적화된 포맷”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KBS <여걸식스>나 지금의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보더라도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며 “결국 방송사와 제작진들이 여성들과도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포맷 연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어 “종편과 케이블이 생겨나면서, 방송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새로운 포맷을 연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이 조금만 더 고민을 해보면 여성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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