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의 PD들이 현 사태를 만든 언론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물으며 앞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진실 취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는 4일 정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방송사 경영진은 시청자의 정당한 알 권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PD들의 노력을 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PD연합회는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3000여 PD들의 치열한 실천”이라며 “그(경영진)들이 진실을 가리려 할 때도 PD들은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눈과 귀와 입이 돼 양심과 용기를 갖고 말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PD연합회 입장발표 전문]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최순실은 박근혜가 키운 사람이라기보다는 방송이 키운 괴물”이라며 “만약 세월호 사태, 사드배치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송이 철저하게 지적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괴물들이 나타날 수 있었을까”라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류 회장은 이어 “방송은 더 이상 좌고우면 하지말아야 하고, PD들 또한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는 데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경영진을 향해 “제자리에 있지 못 하고 다른 곳에 가 있는 기자와 PD들을 복직시켜 작금의 대한민국의 실상이 방송을 통해 또렷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MBC 해직 PD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PD는 자신을 “신인감독”이라고 소개하며 “만약 MBC에서 잘리지 않고, <PD수첩>에서 이런 모든 문제점들을 다룰 수 있었다면 MBC를 나와서 <자백>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 추적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지상파의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로, 최 PD는 “안광한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지니고 있는 무기”라며 “이들을 무력화시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 PD는 “이제까지는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참아왔다면, 앞으로는 책임자들이 아이템을 막을 거라는 생각 대신, 최선을 다해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PD들의 실천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장인 조능희 PD 또한 “MBC는 ‘현 상황의 공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레기’라는 소리는 있어도 ‘피레기’라는 말은 없잖나. 여기에 PD들은 희망을 가지고, <PD수첩>과 같은 시사고발 프로그램 살려내 나라를 정상화 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국제분쟁전문 김영미 PD는 “현재 외신기자들이 100여 명정도 한국에 들어왔다. 이렇듯 많은 인원들이 한국에 와서 취재하는 건 박근혜 정부가 붕괴된다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PD들이 국민의 편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선택에 따라 역사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