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방송을 망치는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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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방송을 망치는 ‘독’이다
[시론] 김창룡 인제대 교수
  • 김창룡 인제대 교수
  • 승인 2016.11.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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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독립은 권력의 탄압속에 성장한다. 권력에 기생하는 방송사는 그것이 공영방송사라하더라도 망하게 되는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 심기나 살피던 공영방송 KBS, MBC가 몰락하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JTBC와 한겨레, TV조선은 정국주도권까지 행사하며 연일 의제설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국민의 상식을 뒤집고 연일 충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대통령에 대한 하야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계속되는 촛불시위와 시국선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나마 국정농단의 실체가 이 시점에서 드러나 더 큰 파국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최 게이트’의 4년에 걸친 기막힌 내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그 진상은 더 큰 충격파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드러난 박최게이트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극적으로 잘 보여줬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와 MBC는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렸다. 김인영 KBS 본부장은 최순실 보도 한 달 동안 침묵했다가 종편에 주도권 내줬다는 비판을 받자 “어떤 이유를 대든 보도책임자로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KBS 노조는“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구 보도국장)도 즉각 사퇴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이번 보도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은 통합뉴스룸 국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도 비슷한 상황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박근혜 정부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관련 자사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최근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피케팅을 진행하려했지만 회사 측의 저지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조능희 본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자사 보도가 청와대를 비호하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영방송이 지리멸렬하자 그 빈공간을 JTBC가 차지했다.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알린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JTBC ‘뉴스룸’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첨삭까지 했다는 정황을 드러낸 태블릿PC보도가 시작된 10월24일 다음날인 25일 JTBC ‘뉴스룸’ 시청률은 8.085%(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기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낮에 가장 의지했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TV조선은 대통령이 밤에 가장 의지했던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겨냥하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妻家(처가) 부동산 넥슨, 5년전 1326억원에 사줬다’란 제목의 조선일보 1면 단독보도는 7월18일 등장했다. 이 신문은 “미르재단 관련 첫 번째 리포트였던 ‘靑(청) 안종범 수석, 500억 모금 개입 의혹’ TV조선 단독보도는 7월26일 등장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양방향 타격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오장육부’와 ‘수족’을 잘라냈다.”고 보도했다.

박 정부 탄생에 일등 공신역할을 했던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변신은 놀랍다. 박대통령을 스튜디오에 초청해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며 홍보에 열올리던 TV조선은 박최게이트 비판, 고발에 앞장서고 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존재감도 찾기 힘들다. 수많은 보도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단독보도는 드물고 발표자료나 받아쓰는 식이다.

▲ 지난달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 참가자들이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비상시국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언로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는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할 때까지 시민사회, 국민과 함께할 것을 선언' 했다. ⓒ뉴스1

‘중동의 BBC’, ‘아랍 자유 미디어 최후의 등불’로 불리는 알자지라 방송은 “공정하고 정치적 외압을 받지않는 아랍권 유일의 언론”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94년 영국의 BBC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합작 형태로 아랍 TV방송에 큰 비중을 두며 출발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검열을 강요하자 아예 사업을 포기했다. 이에 카타르 국왕 세이크 하마드 이븐 할리파 알 타니가 1억5천만 달러를 들여 BBC쪽 인력, 장비를 모두 사들여 세운 것이 오늘의 알자지라 방송이다.

알자지라 방송의 독립성은 아랍 왕족이 벌이는 갖가지 추태나 팔레스타인 정부의 부패상 등도 날카롭게 보도하는 아랍권 유일의 매체로 알려졌다. 특히 카타르 왕족의 국내외에서의 비리나 갑질행태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모두 보도하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아랍권 방송에는 일체 출연하지않는 이스라엘 관료들도 알자지라 방송에는 출연이 허용될 정도로 세계적인 중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을 지낸 시몬 페레스가 알 자지라와 방송한 뒤 “이스라엘의 꽉 막힌 방송들보다도 말이 통하는 방송사”라고 언급해서 이스라엘 국내 여론을 뒤집어놓기도 했다.

중동을 얕잡아보는 한국의 방송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공영방송은 제역할을 하고 있는가. 박대통령을 후보시절부터 제대로 비판, 검증해야하는 역할은 언론의 몫이다. 검증을 게을리한 책무의 죗가를 한국 국민 전체가 고스란히 지금 굴욕과 망신, 절망감으로 치루고 있는 셈이다. 취임후에도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사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청와대 홍보 박대통령 광고에만 열을 올린 그 결과가 오늘의 현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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