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많이 받은 미디어 중 하나다. 인터넷의 등장은 홈쇼핑 방송을 시청한 소비자들이 웹사이트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게 했고 소셜미디어와 애플리케이션은 시공을 초월하는 쇼핑을 가능케 했다. 1977년 미국의 한 라디오 쇼 호스트인 밥 서코스타 (Bob Circosta)가 캔 오프너 제조회사의 부탁을 받고 112개의 오프너를 라디오로 판매한 것이 홈쇼핑 방송의 시초다. 당시 예상과 달리 라디오 방송 한 시간 만에 112개의 오프너를 모두 판매한 밥은 그 가능성에 놀라며 'Home Shopping Network(HSN)'를 텔레비전 채널로 개설하기에 이른다. 이후 미국 텔레비전의 주요 홈쇼핑 채널에는 QVC, EVINE, Liquidation Channel이 추가되어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쇼핑 방송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대표적인 홈쇼핑 채널인 QVC는 뷰티 제품만을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독자적인 쇼핑채널을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새 채널의 이름은 '뷰티 아이큐(Beauty iQ)'로 화장품, 스킨케어, 향수 제품만으로 24시간 쇼핑 방송을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발표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디지털 미디어 특히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확장으로 뷰티업계에 '마이크로 셀리브리티(micro-celebrity)'들이 많이 등장했다. 젊은 여성과 남성들이 자신만의 뷰티 노하우를 비디오나 사진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뷰티제품의 간접 광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헐(Haul) 비디오'라 불리는 뷰티 체험담 비디오는 개인 채널 또는 MCN(multichannel networks)을 통해 '바이럴(viral) 현상'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기존의 레거시(legacy) 쇼핑 채널들은 이와 같은 현상으로 자신들의 시장을 잠식당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밀레니얼(millennials)'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본 뷰티 제품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보다 자세한 설명을 얻기 위해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게 된다. QVC는 이와 같이 뷰티 제품 잠재소비자 인구가 이전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기존 채널의 몇 개 프로그램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게 된 것이다.
이미 주지된 바대로 미국에서 케이블 텔레비전 가입자 수는 계속 감소세이다. 다소 높은 월 가입료를 거부하고 무료 또는 저렴한 인터넷 TV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한 미디어 시장 환경에서 새로운 채널 그것도 뷰티 전문 홈쇼핑 채널을 론칭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QVC 채널 대표이사인 마이크 조지(Mike George)는 론칭의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뷰티제품은 그 소비자의 연령층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어린이에서 노년층까지 모두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둘째, 소비자들은 자신의 뷰티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뷰티 쇼핑 방송은 주로 럭셔리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전략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마케팅 회사인 NPD가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고가 뷰티 제품 매출이 작년에 전년도 대비 7%의 증가를 기록했다고 나타났다. QVC 채널의 자체 매출에서도 럭셔리 뷰티 제품이 14%의 판매 증가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QVC의 새 채널인 'Beauty iQ'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QVC는 주요 쇼핑채널 방송을 웹사이트에서 생중계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라이브와 유튜브에서도 방송해왔다. 특히 소비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으로 실시간 검색과 구매를 하는 행위인 '세컨드 스크리닝(second screening)'의 비중이 높아진 점도 디지털 미디어 채널과의 연계를 하는 이유다. 이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 채널의 확장은 소비자들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뷰티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지위 상승을 경험함으로써 '상징자본(symbolic capital)'을 획득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