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공영방송 인사까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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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 공영방송 인사까지 영향”
긴급시민토론 개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시급”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11.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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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참사’가 벌어졌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공영방송은 국민들로부터 ‘공범’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 앞에서 JTBC를 포함한 종편 방송사들은 오히려 날을 세우며 연일 ‘단독 보도’를 터트리고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지금, 공영방송은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9일 오후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언론인권센터와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긴급시민토론회 ‘박근혜 헌법 파괴와 공영방송’에서는 ‘대통령 감싸기’로 흘러가는 보도 행태를 경계하며 현재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힘을 쓸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공영방송 ‘대통령 감싸기’, 종편 ‘야당 때리기’ 경계해야”

토론에 참가한 이들은 우선 앞으로의 보도 기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공영방송은 ‘대통령 감싸기’로, 종편은 ‘야당 때리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영 KBS 기자는 “8일부터 KBS의 기조가 ‘대통령 감싸기’와 ‘국회책임론’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KBS 보도책임자들이 국회에 책임을 넘김으로써 벼랑 끝에 몰린 대통령 감싸기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11월 9일 〈KBS 뉴스9〉 ⓒ화면캡쳐

이어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부회장(<한겨레> 기자)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게는 줄 수 없다’는 기조 아래 은근히 비박을 키워주는 행태의 보도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과연 조중동이 바뀌었는가? 천만의 말씀”이라며 “민심의 95%가 등 돌린 박근혜 대통령 때리기에도 나서고, 동시에 ‘거봐라 국정 운영해보니 못하지 않느냐’라는 프레임으로 야당 때리기에 나설 것이다. 종국에는 새로운 보수 대연합을 만들어 정권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 역시 “그동안 종편이 이 많은 보도 소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도를 하지 않다가 기류가 바뀌니 흐름을 타고 가는 속내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전에는 변화할 수 없어

▲ 9일 오후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언론인권센터와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긴급시민토론회 ‘박근혜 헌법 파괴와 공영방송’에서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영 KBS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

중요한 시점 앞에서 공영방송이 변화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현재의 지배구조 하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KBS와 MBC 구성원들이 이명박 정권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저항해 왔지만, 저항한 이들을 모두 해직시키거나 한직으로 돌려버리는 경영진의 행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수영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내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드리겠다. 어젯밤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천막농성을 위해 KBS 신관 로비에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비원들이 달려들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을 부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천막을 설치하긴 했는데, 오늘 오전에 가보니 사측이 천막을 싹 치우고 그 자리에 화분을 설치했다”라며 “내부의 싸움은 이렇게 철저히 탄압받고 있다. 그럼에도 오래 싸워온 것 역시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MBC 민주언론실천위춴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호찬 MBC 기자는 “KBS와 MBC는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이 내부를 탄압하고 있는 현실이 정확히 일치한다”라며 “기본적으로 언론을 언론답게 만들고 싶지 않은 정치권력과, 그들이 개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 또 거기에 순응해서 이익을 챙기는 부역 언론인이 계속 존재하는 한 변화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기자는 공영방송 내부 구성원들이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내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공영방송 기자라고 해서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들어오는 게 아니다. 다 똑같이 그냥 기자가 되고 싶어 준비하다가 공영방송에서 뽑아주면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개인의 직업윤리에만 맡겨서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공영방송이라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하는 내부적인 분위기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 언론노조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 페이스북

공영방송 지배구조, ‘제왕적 대통령제’ 체제와 같이 봐야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논의를 영국 공영방송 BBC, 독일 공영방송 ARD 모델과의 단순 비교에서 벗어나, 한국의 특수한 정치체제와 맞물려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대통령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사권의 권한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라며 “이런 체제 안에서 모든 공영언론사 사장도 대통령이 선임할 수 있게 됐다. 직선제가 ‘제왕적 대통령’에 면죄부를 줘 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공영방송의 변화는 사람들이 지금의 정치체제에 얼마나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는가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또다시 제왕적 대통령이 나온다면 공영방송 구조는 절대 바뀔 수 없다”고 전했다.

발제를 맡았던 이영주 박사 역시 공영방송 문제는 단순히 언론의 문제로만 지적될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공공영역이 실패해온 역사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정치 행정 체계가 개인적인 종속, 뇌물과 친족 중용주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권력을 이용하는 식의 행태들이 주를 이르면서 대중적인 조직은 지배집단의 요구가 전달되는 통로가 됐다”라며 “대통령과 정치적 지도자들의 개인화된 정치와 통치가 부각되고 정치적 두목-부하 관계가 심화되는 데에 반해 한국의 공적영역의 특징은 좀처럼 변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지난 9일 KBS 앞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언론노조 페이스북 ‘좋아요’부터 시작해달라”

3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좌중에서는 “그렇다면 지금 시민들은 공영방송 내부 언론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패널들은 한목소리로 “언론노조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기부터 시작해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라며 “공영방송은 욕먹어도 싸다. 하지만 이 욕을 방송사 홈페이지에 직접 해달라. 그리고 그럼에도 그 안에서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끝으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그래도 최근 2~3일 사이 KBS, MBC, YTN은 물론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 수많은 언론사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내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보를 발보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총회와 사원총회를 열면서 억눌렸던 것들을 분출 중”이라며 “지난 6월 항쟁 이후 언론사 내에서 노조가 봇물 터지듯 창립되던 것과 같은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이건 충분히 주목할 만하고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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