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4개월만에 MBC 앞에서 촛불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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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 본부·시민단체 10일 ‘MBC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촛불문화제’

2012년 MBC 총파업 이후, 4년 4개월만에 촛불이 모였다. 지난 10일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400여 명의 조합원들과 시민단체가 촛불을 들었다.

애초 이날 총회는 MBC 신사옥 1층 로비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총회 시작 1시간 전, 사측이 노조의 총회를 막기 위해 MBC 신사옥 출입구를 모두 폐쇄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내려진 MBC 출입문이 막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쌓여온 울분을 토해냈다.

▲ 지난 10일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촛불문화제에서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MBC PD협회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4년 4개월 전에는 MBC 프로그램을 위해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는데, 이제는 촛불이 있는 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쫓겨나는 현실이다. 기가막힌다”며 “국민이 원하는 정권이 왔을 때 국민이 ’MBC 너희들은 필요없다’고 할 때, MBC는 그 요구에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작에서)쫓겨난 기자와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영상기술 감독, 전문방송경영인들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된다”며 덧붙였다. 

김창식 언론노조 춘천MBC지부장 또한 “나는 MBC <뉴스데스크>를 안 본다. 어떻게 보나. 취재 현장에 나가도 시민들이 'MBC‘를 보면 비아냥 거리는 게 들린다“며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대한민국의 어떤 언론사가 6개월 동안 월급 안 받으며 파업을 했나. 그 결과 10명이 넘는 조합원이 해고당하고, 수백명의 조합원들의 탄압을 받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많이 모인 동료들을 보니 힘이 나고 반갑다. 우리는 모이는 게 힘이고, 모여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 5일차의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MBC 보도의 불공정 문제에 대한 비판도 터져나왔다.

도건협 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은 “9일,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열 여덟 꼭지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KBS <뉴스9>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지금 MBC 뉴스는 민심을 대변하기 보다는 민심을 왜곡하고 외면하고 청와대를 옹호하는 방패뉴스를 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조능희 위원장이 말했듯이, 시민들로부터 ‘MBC는 필요없다’는 소리를 듣게될 거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MBC 구성원 스스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서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호찬 기자는 “지금 MBC 뉴스를 보면 ‘호형호제’를 하지 못 하는 홍길동전이 떠오른다. MBC 보도국은 지난 10월 26일에서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해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그런데 그 팀에 갔던 동료기자들이 너무나 놀랐다고 하더라. 한 달 동안 이 사건과 관련한 수많은 뉴스가 나왔는데도, MBC 보도국에서는 해 놓은 게 없었다는 거다. 연락처 하나 없고 흔한 그림 하나 없어서 다른 언론사가 다 훑고 지나간 장소를 찾아, 문고리부터 흔들기 시작했다”고 MBC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이 간사는 “MBC 구성원들조차도 <뉴스데스크>를 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 거 알고 있다. 알겠지만 그 말도 안 되는 뉴스를 보는 건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봐야 더 정확하게 분노할 수 있다. 최근 MBC 보도국 기자들이 마이크 내려놓을 각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10일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시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 자리에는 MBC본부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PD, 강지웅 PD,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전 위원장 그리고 언론노조, 언론노조 KBS·YTN·서울신문지부, 한국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도 함께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MBC 경영진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혈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20만 명이 외치는 소리에서도 확인했다”며 “이제 MBC 경영진이 안하무인으로 군림하던 시절은 끝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 MBC뿐만 아니라 청와대 낙하산 사장과 경영진들은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기 전, 먼저 스스로 지난 과오를 사죄해야할 것”이라고 MBC 경영진을 비판했다.

또한 이날 참석한 언론단체 대표들은 “이제 최순실을 통한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났고 대통령의 하야는 가까워졌다. 허수아비 다 나오고 실세가 드러난 이 시기에 이제 이 정부에 부역했던 자들은 더 이상 무얼 생각할 게 있나”(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박근혜 정부는 권력이 ‘왜곡 편파 방송’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고 있기에 지난 4년 동안 방송사에 보낸 낙하산 인사를 거둬들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 정권이 물러날 판이다. 올해 안에 공정방송 쟁취하자”(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박석운 공동대표)며 MBC본부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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