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도망자 이영복과 공모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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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도망자 이영복과 공모자 그리고…
[제작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천억과 사라진 회장님’ 류영우 PD
  • 류영우 SBS PD
  • 승인 2016.11.1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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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회장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그토록 뵙고 싶었던 부산 엘시티의 시행사 이영복 회장이 지난 10일 밤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조 7000억 원 규모의 해운대 엘시티 사업의 실질적 시행자이자, 1,000억 원대(취재진 추산, 검찰 추산은 500억 원)의 자금 횡령과 유용, 비자금 형성을 의심 받고 있는 그가 도피 3개월 만에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방송이 나간 지 12일 만에 잡힌 이영복 회장. 우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때문에 압박을 느껴 자수 형식을 띈 체포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그를 봐주고 있던 청와대 쪽 인사들과 부산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과 어떠한 이야기가 오간 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정국에 물타기용(반대의 경우일 수도)으로 체포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3개월간 지명수배와 공개수배의 중간단계(*어이없지만 이런 단계가 있는지 이번 취재를 통해 알았다)를 유지하던 검찰이, 방송을 앞둔 이틀전 그를 전격적으로 공개수배로 전환하고 방송 12일 만에 체포한 것이기에 프로그램의 연출자로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조금은 도망자 이영복 회장의 체포에 역할을 했다고 믿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미 이영복 회장이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편히 도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제보자들의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 다만 어느 호텔인지 특정할 순 없었고, 오히려 이 정보를 방송에 내면, 이영복 회장이 다른 곳으로 도주할지 모른다는 판단 하에 편집 과정에서 전략적 선택을 했다. 우린 그저 서울권이라고만 밝혔다. 그리고 이영복 회장은 제보자의 정보대로 ‘강남의 호텔’에서 잡혔다. 취재진도 알고 있는 ‘강남 호텔 도피설’을 검찰은 몰랐을까? 그렇다면 그가 도피해 있던 3개월은 못 잡았던 것일까? 안 잡았던 것일까? 여전히 심정적 의심은 후자일 수밖에 없다.

▲ 3개월간 지명수배와 공개수배의 중간단계를 유지하던 검찰이 방송을 앞둔 이틀 전 그를 전격적으로 공개수배로 전환하고 방송 12일 만에 그를 체포했다. 사진은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SBS

하지만 이 의심의 핵심은 시민단체들도 믿고 있던 부산 동부지청의 수사진을 제외한 다른 검찰 인원들이 과연 수사에 의지가 있느냐의 여부였다. 검찰 측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를 오랫동안 잘 아는 제보자에 따르면, 이영복 회장이 주력으로 관리했던 이들 중에는 지역 국회의원이 있었고, 또한 일상적으로 부산과 서울의 룸살롱에서 관리하고 로비했던 대상에는 부산 검찰과 중앙의 검사님들이 많았다고 했다. 로비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일상적으로 지속되었다는 게 제보자들의 일치된 목격담이었다.

그리고 제보자들은 이영복 회장과 검찰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로 몇 년 전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검찰 최고위 내연녀 사건이라고 했다. 1990년대 말 부산에 고위 검사로 온 한 인물이 몇 년 전 검찰의 최고위 간부가 되었고, 그의 내연녀의 뒤를 오랫동안 봐주던 이가 이영복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찌라시일 뿐이라는 그 내용은 취재 도중 건축물 등기부등본에서 이영복 회장과 그 내연녀가 재산상의 관련이 있음을 알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부산뿐만 아니라 중앙의 최고위 간부의 내연녀의 뒤까지 관리해주던 고마운 이영복 회장을 부산 검찰에서 어떻게 손을 댔겠냐는 것이다. 결코 이영복 회장을 제대로 수사 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었다.

그러나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작용했을지도 모를 힘이 단지, 검찰만의 문제였을까? 사업 과정에서 아직은 규명할 수 없고, 방송에서 내보낼 수 없었던 이상한 일들도 엘시티 사업과 이영복 회장에겐 벌어지고 있었다. 정말 ‘메트로놈 하나 달고 달그닥 훅~’ 모든 사업은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이상했던 점은 사업 초기 군인공제회의 대출과 이후 이자 처리 과정이다. 군인공제회는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의 사업권을 부산도시공사로부터 따내고 PF자금으로 2000억 원대의 대출을 해준다. 그리고 몇 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군인공제회의 대출금 이자가 폭증해 이자만 3000억 원대로 불어난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지 어떤 힘에 의해서인지 군인공제회는 갑자기 3000억 원대의 이자를 감면해 준다. 어쩌면 이토록 자비로운 채권자가 있단 말인가!! (군인공제회 측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고 갑자기 사업성이 없다고, 아무도 시공사로 나서지 않던 찰라 정권 실세와 연결되어 있다는 모 대형 건설사가 사업의 책임 시공을 하겠다며 나선다. 그리고 또 갑작스레 그 대형 건설사가 책임 시공을 맡았다며, 지역의 큰 은행이 군인공제회에 빌린 원금을 다 갚아주고, 담보도 다 잡지 못한 채 큰 금액의 대출을 일으켜 준다.(이 지역은행 역시 검찰 수사를 들어 답하지 않았다.)

▲ 취재를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거대한 힘이 이영복 회장을 도왔을 거란 말 뿐이었다. 사진은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SBS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들도 하나 같이 거대한 힘이 이영복 회장을 도왔을 거란 말 뿐이다. 혹시 방송 이후 밝혀진, 최순실과 1000만원 계의 일원이었다는 이영복 회장이 어떠한 힘을 이 과정에서 동원한 것은 아닐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라는 비리 만능 해결의 문을 그가 열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전 정권의 그림자들이 나섰던 것은 아닐까? 공은 이제 이영복의 신병을 인수한 부산 검찰에 달렸다. 우리의 의심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그는 이미 2000년대 초 ‘다대포-만덕지구 택지개발 의혹’ 사건 때도 똑같이 도피를 하다, 자수를 했다. 그리고 마치 모든 게 드러날 듯 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과 법원에 모를 힘들에 의해 모든 의혹은 철저히 덮어졌다. 이번이라고 검찰과 그의 뒷배를 봐주고 있는 이들에 의해 또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는 말처럼, 지난번엔 비극이었다면, 이번엔 희극으로 끝나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기회로 부산 및 서울 지역에 이영복 회장과 공생 관계를 맺었던 모든 힘 있는 분들과 그 룸살롱에서 돈을 받고, 술값을 대신 내게 한 부산지역 국회의원님들과 일상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검찰 그리고 그 동안 엘시티 홍보에는 열을 올리고, 이영복 회장 수사에는 너무도 긴 침묵을 지켰던 부산지역 신문과 (몇 년째 문제제기를 하고, 회유 등을 당하고 계신 SBS 송성준 지국장님 등을 제외하고) 방송 관계자분들도 이번 사건을 통해 좀 민낯을 드러냈으면 한다.

방송 후 시사 과정에서 이영복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답이라기 보단, 오히려 이영복 게이트와 같은 권력형 비리가 우리 사회에서 감춰지고 책임을 준엄하게 묻지 못하는 핵심은 어쩌면 저 질문에 모든 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전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없는 사건. 그리고 한 번 눈감으면 좋은 게 좋은 게 되는 사건. 그래서 힘 있는 자들도, 그리고 우리 언론인들도 보이는 피해자가 없다고 눈감아주고 독버섯들이 창궐하게 습하고 어두운 환경을 만들었던 건 아닐지? 이러려고 시사교양PD가 되었나 자괴감이 들고 힘든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괴감을 느끼지 않으려 계속 이 사건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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