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자단, 질문 없는 기자회견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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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입 닫아선 안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100만 촛불’로 표출되고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문과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질문과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이하 언론단체)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때 마다 아무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방청객’ 역할을 해 온 출입기자단은 각성하라”며 “청와대 기자단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청와대에서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 기자회견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의 주최로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하라' 기자회견에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앞서 10월 25일과 지난 8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 현장에 청와대 출입기자단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청와대의 요청”이라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언론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서 헌정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정치 사범이자 당사자인데 그를 앞에 두고 청와대 기자단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며 “언론 또한 이번 사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현실에서 청와대 기자단의 이런 모습은 언론으로서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은 “‘95초 논란’을 낳았던 첫 번째 담화(10월 25일)는 심지어 녹화 방송이었는데 그 때도 기자들은 아무 질문도 안 한 채 춘추관에 앉아 ‘방청객’ 내지는 ‘들러리’ 역할을 했다”며 “이는 단순한 (언론인으로서의) 직무 유기를 넘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모든 언론인을 능멸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최소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들을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에 답변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다음 대국민 담화 때도 청와대에서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할 경우 ‘기자회견에 나가지 않겠다’는 대국민 성명을 청와대 기자단이 발표해야 한다”며 “그 정도도 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기자이길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청와대 기자단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의 이름은 공자의 역사서 ‘춘추’에서 따온 것으로 ‘(청와대에 출입하는) 저널리스트는 곧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라는 의미”라며 “사실을 올바르게 기록하고 국민의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 청와대의 사관인 저널리스트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의 주최로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하라' 기자회견에서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기자회견 횟수, 부시 210회‧오바마 158회‧노무현 150회‧박근혜 4회…질문도 원천 차단”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은 대의 정치를 구현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등의 국가 지도자가 언론 및 국민과 좀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 만큼 200년 넘는 시간 동안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온 미국의 대통령들은 기자회견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한 이래 총 158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연 평균 20회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무능과 독선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마저도 8년의 재임 기간 동안 총 210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5년 간 150여 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이래 고작 4번 기자회견을 한 것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질문은 전혀 받지 않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겨레> 정치부 기자 출신인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과거 정부 때는 기자단이 참모들에게 미리 질문을 제출하면 대통령이 그걸 보고 답변하는 식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됐는데,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는 물론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2년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취재를 했었다는 김 부위원장은 “대선 후보 초기에는 한 두 번 질문을 받다가 당시 박 대통령이 대답을 제대로 못하니까 아예 질문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변경됐다”며 “한 번은 아침 8시에 새누리당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기자들이 급하게 갔는데, 프롬프터를 보고 기자회견문을 읽더니 질문도 받지 않고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5분 만에 가버린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 언론 ‘다나카 류사쿠 저널’의 에이코 다케우치 기자가 참석해 청와대 출입기자의 선발 기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청와대 출입기자라고 하면 사회부 시경 캡(캡틴, 취재팀장이라는 뜻), 워싱턴 특파원과 함께 언론사의 3대 중요 보직이고 최소 경력 15년 차 이상인 기자들만 할 수 있어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불린다”며 “엘리트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불이익에 항변하거나 국민을 대변하기는커녕 청와대의 방청객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저버린 채 권력 그 자체가 돼 버린 현재의 청와대 기자단은 ‘권언유착’의 표상”이라며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언론을 수단 삼아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청와대 기자단이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 공동대책위원회 임순혜 공동대표는 “기자는 당연히 ‘질문하는 사람’인데 그런 당연한 사실을 촉구하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권력과의 밀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청와대 기자단을 전면 교체하는 것까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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