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 다음은 ‘언론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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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 ⓒ뉴시스

마지막 관문이 버티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온통 부정과 비리, 부패와 타락의 나락으로 빠트린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설치된 추악한 성문이다. 외부의 빛이 안을 비추지 못하도록, 내부의 어둠이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기밀과 조작 그리고 선전으로써 진실을 철저히 봉쇄했던 거대 벽이다. ‘언론’ 게이트다. 대중들의 분심이 폭발하자 기회주의적으로 권력을 비판하는 척 하는, 민심을 쫒는 척 위장하는, 환심을 사기에 바쁜 언론인 게이트다. 비단 방송사와 신문사에만 한정되지 않은, 진실의 교통을 가로막기 위해 사회 곳곳에 교묘하게 설치된 거짓 선전의 문짝들을 이제 우리는 최종적으로 열어젖혀야 한다.

100만 촛불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남녀노소, 보수진보, 서울지역을 가리지 않는 민중의 진정한 총궐기였다. 국정을 농단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공화국 체제에 반역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규탄, 항변이었다. 초딩 학생이 ‘국민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시위에 나섰고, 공부에 바쁠 중고등학생들이 개돼지가 아닌 인간 ‘혁명’을 선언하며 교문을 뛰쳐나왔다. 주부가 노동자와 함께 행진하고, 장애인이 대학생과 함께 목청 높이며, 심지어 관심 가진 외국인이 시민과 격려의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가수는 노래로, 예술가들은 춤으로, 그리고 말하는 입밖에 가진 게 없는 대중은 구호를 따라 외치면서 민주해방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수치와 자조, 환멸과 냉소를 떨쳐내고자 하는 다양한 몸짓들, 말 그대로의 시위의 공간이 광화문 가득 펼쳐졌다. 그것은 신라 시대도 아닌 21세기 당대에 출몰한 선덕여왕 배후 미실이라는 신화적 현실에 대한 절망의 표현 이상의 사건이었다. 대통령 머릿속을 순실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는 기괴한 상황에 관한 환멸의 표식을 한참 넘어섰다. 그것은 더 이상 저들에 의해 능멸당하지 않겠다며 주권자 시민들이 당차게 정치력을 발휘하는 상황이었으며, 또한, 헌법으로 보장된 권력을 민중이 멋지게 탈환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공화국 별자리 수성의 정치행사였다.

그렇게 거리로 나서 함께 시위하고 행진하기에 앞서, 우리는 게이트의 진상을 보다 정확하게 규명코자 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이어갔고, 그에 그치지 않고 이 끈을 끌어내 삼성/재벌/자본이라는 또 다른 꼭짓점과 연결시켰다. 그럼으로써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라는 그림을 마침내 완성시켰다. 구린 그림이다. 정권실세와 비선실세 그리고 자본실세 삼각편대가 합세하고 모의해 대한민국을 말아먹은 형상이었다. 공화국을 훼손하며 국민주권을 찬탈한,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 정권 출범 때부터 진행된 반역의 진상이 드러난다. 신보수/신자유주의 자본국가의 결정적 비리가 우리의 눈앞에 충격적으로 공개된다.

▲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12일 서울 세종로,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전경련은 최순실이나 각하로부터 돈이나 뜯기는 그런 무력한 조직이 전혀 아니었다. 한화와 SK 등 재벌 또한 마찬가지다. 비리의 재단설립을 위해, 하는 수 없어 수십 억 원씩 갖다 바쳐야 하는 그런 선량한 피해자가 결코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헌납한 삼성은 공범 이상의 실세였다. 은밀하게 최순실을 쫒고 공공연히 그녀를 보위하며 그럼으로써 현 정권과 결탁해 궁극적으로는 엄청난 실익을 도모한 부정한 고리의 핵심 당사자였다. 단순히 미르나 K스포츠 재단을 통해 엮어진 파트너십이 아니었다. 승마협회와 마사회라는 두 공식 채널을 통해 오래 전부터, 그것도 모자라 사사로운 후원라인을 통해 은밀히 닦여진 엄청난 부정의 네트워크였다.

요컨대, 박근혜/정권/국가와 최순실/비선/실세, 그리고 이재용/삼성/재벌/자본 사이의 철저한 공모적, 상보적 협력관계 모형이 가동하고 있었다. 재계와 정계가 직접 붙는 기존의 정경유착에서 변칙적으로 진화한, 삼실세 유착의 형태다. 말한 바대로의 삼각조 모형인데, 일방이 나머지 쌍방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순환구조다. 자신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상대에게 조력하는 후원체계다. 가령,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고, 최순실은 이재용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이재용은 각하로부터 도움을 받는 모습이다. 비선실세가 삼성에 도움을 주고, 재벌/자본은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며, 그렇게 도움을 받은 정권/국가가 비선실세를 도와주는, 부정한 이익공모의 사이클이다.

그것은 공화국을 인질로 한, 일반 시민들의 복리를 강탈하는, 소수 기득권들끼리의 ‘서로 주고받기’ 시스템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저들 실세들은 쉬쉬 은폐하며 제멋대로 돌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저 불한당들이 사욕을 채우고 사리를 탐하는 세월에 공화국은 뿌리에서부터 거덜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저들끼리 배불리는 불법체제의 유일한 피해자였던 셈이다. 아, 개돼지로 취급받은 우리가 당했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저들 외에, 혹은 이들과 공모한 악한은 또 누구인가? 열어젖혀야 할 네 번째 게이트가 존재하지는 않는가?

있다. 100만 찬란한 촛불이 어둠에서 드러내야 할 또 하나의 거대한 벽, 강고한 문이 남아있다. 추악한 언론게이트다. 국가-비선-재벌의 게이트가 드러나지 않도록 여론을 통제하고 저널리스트를 해고했던, 표현의 자유를 말살했던 또 다른 문고리 권력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와 공영방송 사장이 되고 이사회를 장악하며 방통위와 방통심위 등의 기관을 지배한 권세의 기회주의 부역자들이다. 그에 빌붙어 거짓된 보도와 선전의 기사를 쏟아낸 기회주의, 사기꾼, 기레기 기자들이다. 이들로써 편성된 거대한 비리 부정의 언론게이트를 이제 우리가 마지막으로 활짝 열어젖혀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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