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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 600회, 신뢰만큼 무거운 책임감의 이름

[인터뷰] KBS '생로병사의 비밀' 600회, 이제헌CP‧안상미PD 이혜승 기자l승인2016.11.16 14: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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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일 때는 몰랐는데 병원에 취재를 나가 보니 <생로병사의 비밀>이 이름만으로 가진 브랜드 가치가 크더라고요. 그건 ‘너희가 좋은 프로그램이다’라는 믿음인 한편, ‘생로병사’라면 응당 이 수준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과, 여기서는 틀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기에 책임과 부담이 함께 있습니다”

2002년 10월 처음 시작한 KBS <생로병사의 비밀>(이하 <생로병사>)이 600회를 맞이했다. 지난 14년 간 <생로병사>는 전국에 반신욕, 걷기 열풍 등을 불러일으킬 만큼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왔다. 각종 의학 전문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요즘, <생로병사> 600회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11일 <생로병사> 6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이제헌 CP와 600회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 안상미 PD를 KBS본관에서 만나 <생로병사>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지나온 과정들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 지난 11일 <생로병사> 6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이제헌 CP와 600회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 안상미 PD를 KBS본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600회 동력은 “균형성에 기반 한 신뢰성”

의학 전문 프로그램으로서 이렇게 오래 자리를 잡고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헌 CP는 그 이유로 <생로병사>만이 가지는 ‘균형잡힌 정보’에서 오는 ‘신뢰성’을 꼽았다. 어떤 주제가 있어도 국내외 최고 권위자를 통해 검증받고, 최신 의학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철칙이다.

또한 의학 정보의 특성상 한 가지 정해진 답만 존재하지 않기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헌 CP는 “간단한 약 한 알을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많듯이, 의학 정보에 대해 어떤 걸 언급할 때도 반드시 부작용이나 반대되는 것들을 같이 다뤄야 한다”며 “최근에 나온 ‘지방의 반란’ 같은 경우도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같이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맥락은 자르고 전달하더라. 그건 프로그램이 사회적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상미 PD는 “취재를 위해 현장에 나가면, 보통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사람들이 ‘어디서 나오셨냐’고 물으면 KBS라고 하지 프로그램명을 이야기 안 한다.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로병사>는 프로그램 이름을 말하면 다 안다”며 “사실 남이 아픈 모습을 화면으로 계속 보면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에게 정말 정보가 되고 도움이 된다는 걸 현장에서 느낀다”고 전했다.

범람하는 종편 의학 프로그램 문제…의료진에 혼선도

▲ 지난 11일 오전 <생로병사> 6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안상미 PD가 답변을 하고 있다. ⓒKBS

의학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제작진으로서, 최근 넘쳐나는 종편 의학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안상미 PD는 “의사 분들이 호소를 할 정도다. 환자들이 찾아와 ‘이걸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데 왜 당신은 그걸 말은 안 해주느냐’고 따진다고 하더라”라며 “그럼 의료진은 진료시간이 길지도 않은데 다 해명해야 하고, 그렇기에 많은 혼선이 있다. 우리 취재진에게도 그런 걸 물어보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의사도 아니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드릴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CP는 “시청자들이 난무한 정보 속에서 제대로 취사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며 “<생로병사> 제작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학적인 방법을 전달하는 일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CP는 꼭 의학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건강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조언했다. 그는 “인터넷에도 공인된 건강정보가 많다. 서울대병원과 네이버가 함께 만드는 건강 정보 코너도 있다”며 “그냥 돌아다니는 인터넷 정보가 아니라, 각 병원마다 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을 하고 있으니 그런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재고갈 ‘걱정無’…문제는 ‘사례자’ 찾기

오래 이어져온 프로그램인만큼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소재고갈’의 문제다. 하지만 제작진은 건강, 의학 분야도 트렌드를 타기 때문에 오히려 소재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재 일선에 있는 안상미 PD는 “환자 분들이 한 곳만 아픈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주제로 프로그램을 취재하다 환자 분들을 통해 새로운 주제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제작진은 “사례자 찾기가 힘들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례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프로그램 특성상 아픈 모습을 전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보니 섭외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 개인을 설득하고 나면 이후에는 가족들이 반대를 하는 식이다.

더불어 정보 검증 단계에서 실시하는 3~4주의 ‘Before & After’ 프로젝트도 쉽지 않다. PD들이 사전 조사 단계에서 여러 가지 실험 모형을 만들어 보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실험에 들어가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좋지만 모든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CP는 “예를 들어 4명 중 3명은 결과가 같은데 한 명만 다른 경우도 있다”며 “개인 사정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또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실제 실행에 옮겼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럼 나온 결과를 토대로 다시 전문가와 해석해보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사회 현상과 건강’으로 확장…디지털화 계획 중

▲ 지난 11일 오전 <생로병사> 6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제헌 CP가 답변을 하고 있다. ⓒKBS

그럼 앞으로 <생로병사>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까. 이제헌 CP는 내년부터 개개인의 건강 이외에도, 사회 변화와 개인의 건강이 연결되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생로병사>는 교대 근무가 개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다. 이 CP는 같은 맥락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럼 개인의 건강은 어떻게 되는 건지, 독거노인과 홀로 사는 청년 세대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의 방송 자료들을 모아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최근 7년 간 영상자료들을 모아 3700여 개의 클립으로 재가공한 상태다. 사람들이 각자 특정한 증상이 있으면 그 부위를 클릭해 관련 정보를 얻게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플랫폼이다. <생로병사> 홈페이지에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CP는 “콘텐츠보다 유통망이 문제”라며 “KBS 내에 있는 스마트 기획팀, 디지털 서비스국 등과 연계해 내년 중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600회 특집은 ‘뇌’

한편 오는 16일과 23일 2주에 걸쳐 방영되는 600회 특집 프로그램은 ‘뇌와 회복’, ‘뇌와 관계’를 중심으로 ‘뇌 가소성’에 대해 다룬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개념이고 또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지만 뇌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다.

‘뇌 가소성’이란, 기본적으로 ‘뇌도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는 개념에 기반 한다. 자극과 변화에 뇌가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는 특성으로, 예를 들어 뇌졸중으로 일부 뇌세포가 죽어도 주변에 있는 다른 뇌세포와 신경망, 시냅스가 죽은 뇌세포의 기능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 16일, 23일에 걸쳐 방송될 <생로병사의 비밀> 600회 특집 '뇌의 기적' ⓒKBS

여기에 주목해 뇌의 신경신호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넣은 칩을 환자 대뇌에 심어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손도 못 움직이던 뇌경색 환자가, <생로병사>와 함께 한 5개월의 프로젝트를 통해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모습 등을 보여줄 예정이다.

안 PD는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1위가 치매, 2위가 암, 그리고 3위가 뇌졸중이라고 하더라”라며 “환자 분들을 만나다보면 심리적인 요인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뇌, 신경과학 분야에서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연구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던 중에 ‘브레인 임플란트’ 수술을 알게 돼 이번 주제로 삼게 됐다”고 전했다.

‘브레인 임플란트’ 수술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안 PD는 “미국 현지 병원에서도 이제 막 시작한 분야인데 어떻게 한국에서 알았냐며 놀라워하더라. 그만큼 외국에서도 아직 노출되지 않은 분야”라며 “방송을 보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치료에 대한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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