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PD의 고백 ①] 박최게이트는 언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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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PD의 고백 ①] 박최게이트는 언론의 책임이다
[어느 PD의 고백 ①] 송영재 SBS PD의 고백
  • 송영재 SBS PD
  • 승인 2016.11.2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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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만에 우리는 다시금 우리 사회를 진일보시켜야 할 전환적 책무에 맞닥뜨려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기회는 30년전 군부독재에 적극적으로 항거했던 몸짓과는 사뭇 다르게 찾아왔다. 진정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만큼 사회 전반을 후퇴시킨 이명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가 하루가 다르게 국민의 삶을 도탄으로 몰아가는 동안 우리 방송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깊이 있는 천착이 없었다.

그러다 한 졸부의 도박사건과 함께 기득권층의 꼬이고 꼬인 음습한 부패가 본의 아니게 하나 둘 드러나다가 순간 호박넝쿨 같이 주루룩 민낯을 내보이고 한꺼번에 등장한 장면이 바로 ‘패악의 정수’가 청와대에까지 이르렀다는 지금의 상황. 어찌 보면 대한망국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하느님(필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님을 밝힌다)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들만의 은밀한 탐욕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다는 자괴감까지 든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 우리의 방송언론이 제대로 기능을 했느냐이다. 최근 종편채널, JTBC의 발군의 선전이 계속되고, 그전에 한겨레의 고군분투와 ‘조선’의 계산된 ‘내부자’ 정리가 있었지만, 그밖에 언론의 활동은 크게 눈에 띄는 게 없었다. 특히 케이본부 엠본부 에스본부로 불리는 지상파 3사는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그 정체성과 존재이유가 무색해질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이미 이명박 정권의 방송 공공성 훼손 공작으로 철저하게 유린되기는 하였으나 총구가 언론을 향해 있던 유신정권 하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온몸을 불살랐던 동아투위 선배들과 비교해 보면 지난 10년 방송노동자들의 삶은 그저 한가하기만 했던건 아닌지… MB정권의 방송계 장악과 언론유린에 대항하여 방송법 개악에 맞서 싸우다 내쫓긴 동료들도 없지 않으나 그밖에 방송계와 언론노동 현장은 수 차례의 공허한 외침 외에 비리의 국면 국면 무력하기 그지없었던 건 아닌지...

▲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 이영렬 본부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하는 모습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전광판에 생중계 되고 있는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더 한심한 건 저 혼자 잘 살겠다고, 자기 목에 비수로 꽂힐 ‘종편등장’을 팡파레하는 방송법개악 국면에서, 방송의 위기는 눈감은 채 그저 뒷거래로 취할 이익만을 즐기며 마치 이미 방송계의 맏형이라도 된 듯이 유유작작 했던 대주주, 그리고 그를 무덤덤히 바라보기만 한 자들이 종편을 이류로 싸잡아 외면하다가 맞이한 작금의 JTBC 성과를 바라보는 부러움의 시선이다. 방송은 보고 신뢰하고 함께 즐기며 박수치고 격려해주는 시청자가 있어야 함을 진작에 망각한 채였기에, 그저 일방적, 일회적으로 타성에 젖은 몸짓만 해대온 작금 방송언론쟁이들의 둔감함으로는 오늘처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활짝 펼쳐지는 상황에서도 자기검열로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로 300여 꽃다운 생명이 스러지던 때에도,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직접 개입했음을 확인 한 때에도, 국토의 생명줄 4대강을 파헤치며 돈을 쏟아붓고 생명을 단절시키는 과정 중에도, 자원외교라는 허울 아래 나랏돈을 허투루 써대도, 국가조직의 공공성을 허물어뜨리며 사회안전판을 거덜내는 과정에서도, 지난 10년 방송언론의 목탁소리는 ‘자기보신’ 아래로 사그라들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결국 공공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을, 나라를 경영할 경륜은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을, 역사의식이라고는 그 아비 통치시대, 유신시절이 유일한 태평성대라고 믿는 사람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저 포장지에 씌어진 대로 ‘원칙주의자’ ‘법치주의자’라고 나팔을 불어대기만 하기에 이르렀다.

정치선진국에서는 정치인의 거짓말을 그 어떤 부패보다도 엄중하게 여기고 언론 역시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사명으로 알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거짓말에 대한 검증이 너무도 부실하다. ‘거짓말의 여왕’으로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등 지난 어록을 보면서 우리의 취재, 보도 행태도 ‘받아쓰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임을 뒤늦게 탓해본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부패의 똥이 산을 이루게 된 지금 그 똥을 그때그때 제대로 치우지 못한 데는 ‘와치독’인 언론의 무능이 부패의 당사자들 못지 않게 심대함을 깊이 반성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수첩공주의 패거리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고 그대로 읽기만 했으니 이번 사태를 어찌 막을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저도의 추억’은 아무런 비판 없이 그렇게 세상에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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