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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왜 하필 지금 낭만을 말하는 걸까

[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낭만닥터>, 돌담병원의 낭만에 대하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6.11.22 08: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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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 ‘낭만’의 사전적 의미다. 좀 더 부연 설명된 사전적 의미를 덧붙이면 ‘낭만은 서정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어느 정도 환상적인 것으로 사리 판단을 냉철하게 하는 이성(理性)과는 대조적인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성적인 관점으로 보면 ‘낭만’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왜 그 낭만이란 단어를 제목에 떡 하니 붙이고 있는 걸까.

낭만을 수식어로 붙인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래서 ‘비현실적이며 어느 정도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지향하고 있다. 이건 실제로 그렇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강원도 두메산골에 있는 ‘돌담병원’이 바로 그 낭만이 깃든 병원이다. 산골에 있으니 환자가 많을 리 만무고, 그러니 도시의 병원들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의사를 발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물론 가끔 큰 사고가 나서 응급실을 환자들이 가득 메우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그건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환자가 없는(그래서 의사도 없다) 응급실 병상에서 김사부(한석규) 같은 외과 과장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다.

▲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욕망을 포장하여 그럴듯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그 본질인 ‘사람’을 소외시키고 있는 현실. 그런 현실이라면 거꾸로 ‘낭만’이 갖는 비현실이야말로 그 본질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치가 되지 않을까. 이것은 <낭만닥터 김사부>가 하필 지금 ‘낭만’을 소환해온 이유다. ⓒSBS

그런데 막상 위급한 환자가 들어오면 그를 치료하는 김사부는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산중에 은거하고 있던 숨은 고수처럼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다. 초분을 다투는 어려운 수술도 척척 해내고 심지어 전문과가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과를 넘나드는 수술도 해낸다. 이 병원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건 이 김사부라는 의사만이 아니다. 바른 소리로 이 김사부라는 괴물 의사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간호사 오명심(진경)이나,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병원의 행정실장 장기태(임원희)도 모두 수상하다. 그런데 이 비현실적인 병원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실로 낭만적이다. 규정이라든가 과 구분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고 수술비 같은 돈 역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오로지 환자를 살리는 것에만 집중한다.

거대병원에서 좌천되어 이 병원으로 오게 된 강동주(유연석)는 그래서 이 낭만적인 의사 김사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외과 과장이지만 응급수술까지 하는 걸 보고 강동주가 “어느 쪽이 메인이냐”고 묻자 김사부는 “사람 살리는 게 주 종목”이라고 말한다. 거대병원에서 온 강동주는 이른바 스스로를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돌담병원에서 강동주는 홀로 이질적인 존재로 보여진다. 강동주는 이 돌담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보인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나 지극히 전문화되어 돌아가는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 존재들. 이른바 낭만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돌담병원의 무언가가 강동주의 발길을 잡아끈다는 것이다. 거대병원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그에게 병원장과 독대할 기회가 마련된 날 하필이면 위중한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오고 그는 끝내 그 환자를 외면하지 못한다. 결국 환자가 수술 중 사망하자 그는 자신이 왜 그런 비현실적 선택을 했는가 후회하며 자괴감에 빠진다. 하지만 그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말하는 건 명백하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이기적인 욕망에 의한 선택을 포장하는 어떤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병원이라는 판타지를 그림으로써 지금의 자본화되어버린 병원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담아낸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병원의 본질이지만, 어느 순간 생명보다 돈을 버는 곳으로 전락해버린 병원들에 대한 질타다. 그리고 그 병원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성공이라는 마치 누구나 당연히 추구하는 가치처럼 되어 있는 그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본질이 지워지고 있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욕망을 포장하여 그럴듯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그 본질인 ‘사람’을 소외시키고 있는 현실. 그런 현실이라면 거꾸로 ‘낭만’이 갖는 비현실이야말로 그 본질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치가 되지 않을까. 이것은 <낭만닥터 김사부>가 하필 지금 ‘낭만’을 소환해온 이유다. 그 비현실과 판타지를 통해 뒤틀어진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고 본래 자리로 되돌리는 것. 요즘처럼 정치부터 경제, 사회까지 온통 뒤집어진 현실에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본질이 적지 않은 울림을 갖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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