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사로잡은 박대통령, 왜 우리는 사로잡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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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 이지용 PD(KBNe / Channel Korea 대표)

질문하지 못하는 언론이 만든 낯 뜨거움

2013년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연락을 받고, 당시 프랑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 주요일정과 현지 언론의 기사 및 방송뉴스를 찾아 분석했다. 11월 2일부터 4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파리 주요일정은 프랑스와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프랑스 한류 팬들의 협회인 ‘봉쥬르 코레(BONJOUR COREE)’ 가 주최한 한국 드라마 파티 참석, 오르세이 박물관 관람, 교민 초정간담회 참석, 그리고 프랑스 경제인 연합회 연설이었다.

한국, 프랑스 정상회담에서는 한-EU 간 FTA의 원활한 이행을 통한 양국 간의 경제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내용과 한불 간의 문화협력 잠재력에 주목했고 이를 위해 긴밀히 협조 하자는 것, 그리고 교육 및 국방 분야에 더욱 공고한 협력을 이어가자는 내용과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및 주변지역과 세계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확인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도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자국회의(COP21)' 프랑스 개최를 지지한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으로 발표되었다.

▲ KBS 〈뉴스9〉 2013년 11월 3일자 보도 '박 대통령, 파리 도착…드라마 한류 팬 격려' ⓒ화면캡쳐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양국 간의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도 짐작 가능하듯이 협력관계를 잘 이어가자는 지극히 이례적인 내용으로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이 왔으니 만나서 정상회담 한번 해서 보내는 예의를 보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 언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관한 기사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기사 뭘 쓰고, 찍어서 리포트를 하려고 해도 무슨 꺼리가 있어야 할 텐데 도대체 이분이 왜 오시는지, 정상회담 내용은 알맹이는 아무것도 없고, 프랑스 젊은이들하고 한국드라마를 보러 왔는지, 오르세이 박물관 관람하러 관광을 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는 프랑스를 방문한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 박근혜가 누구인지가 궁금했던지, ‘한국의 대통령 철의 여인 박근혜에 대해 알아야 할 것 다섯 가지’라는 기사를 통해 박근혜를 소개했다. 비극으로 점철된 삶, 독재자 아버지의 그늘, 독일 메르켈 총리와 영국 대처 전 수상을 모델로 한다. 섹스스캔들로 얼룩진 통치초기, 부정선거 당선의혹 등이 박근혜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영애시절 어학연수를 왔던 추억이 있는 프랑스를 대통령이 되어서 다시 왔는데 현지 언론들의 무관심이 마음에 걸렸던지 프랑스 경제인 연합회 연설에서 한국의 공공산업분야를 외국기업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불어연설을 통해 깜짝 발표를 했고, ‘드디어 한국 대통령 공공분야 개방 발표’라는 기사로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LE MONDE)>에 이름을 올리고 대통령은 훌쩍 떠나셨다.

▲ TV조선 〈뉴스 판〉 2013년 11월 4일자 보도 '朴 대통령, 불어 실력 뽐내고 '고마운 인연' 만나고' ⓒ화면캡쳐

반면 한국 언론의 대통령 프랑스 순방기사는 낮이 뜨거울 정도였고,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미달의 기사들이 너무도 당당하게 터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름다운 불어로 연설을 했다', '프랑스 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한국과 경제 협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발음이 어려운 'R'과 연음을 부드럽게 사용해 놀랐다'는 인터뷰 기사까지 등장했고,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름다운 불어연설로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였다.

나폴레옹도, 드골도, 미테랑도 사로잡지 못한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박근혜 대통령이 불어연설 한번으로 사로잡고 가셨다니 정말 신통하긴 하지만, 그 신통함을 만들어내고 확대 생산한 것이 결국 언론이었던 것이다.

2013년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항의하며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및 박근혜 부정선거 당선 규탄을 위한 파리시민 촛불 대회’ 취재 현장에는 몇 개의 독립언론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방송사, 신문사 특파원들은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100만의 인파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항의하면서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지금, ‘아름다운 불어연설로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통령’ 자랑을 하던 그들이 어디서 무슨 기사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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