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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자책 말아야, 지금이라도 책임 다하겠다”

[인터뷰] 비대위 전환 KBS PD협회 류지열 회장 구보라 기자l승인2016.11.23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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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에서도 KBS 취재진들이 쫓겨나기도 했고, 현장에 있던 KBS 취재 차량에는 '하야하라'라는 스티커와, '니들도 공범이다'라는 그래피티가 그려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KBS 보도국을 비롯한 언론노조 KBS본부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아이템에 대한 보도통제를 통해 현 상황을 초래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나섰다. 동시에 자성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KBS PD들도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KBS PD협회는 11월 7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KBS측에 △11월 8일 국정 위기 비상방송 체제로 즉각 전환, △비상방송에 대응하는 특별팀 신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특별생방송 편성, △방송·제작 본부장 이하 간부들과 평PD 간 긴급 협의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류지열 KBS PD협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김영한 비망록’과 관련한 청와대의 공영방송 개입 질문은 2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진행했다. <편집자주>

▲ 류지열 KBS PD협회장 ⓒKBS PD협회

- 지난주에는 ‘김영한 비망록’을 통해 청와대가 KBS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KBS 구성원들도 예전부터 청와대의 개입을 의심했지만, 그렇게까지 하나하나 전부 지시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마치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불러준 걸 받아적듯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받아적은 것 아닌가. 2014년부터 KBS 사장 선임과정에 개입한 내용이나 <추적60분> ‘천안함 의혹’ 보도에 대한 항소 지시들을 보면서 ‘이게 무슨 국정인가’ 싶었다. 결국 정부에서는 언론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공영방송사에 자신들의 수족을 심기에 급급했다. 이번에 드러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비극도 그때 이미 드러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파헤치지조차 못 한 공영방송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현재 국민들의 KBS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KBS 구성원들은 그동안 청와대 등 외압으로부터 KBS를 지키기 위해 2010년과 2012년 파업, 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 등 이제까지 KBS 내부에서도 수없이 싸워왔다. 2014년에는 결국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기도 하면서, 투쟁의 성과물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금 또 (정부와 사측으로부터) 깨지는 일들이 반복됐다. 그렇게 깨지면서 KBS 구성원들도 한발짝 씩 뒤로 가고, 왜소화되었다. 순치되어버린 거다.

우리들은 우리의 역할을 다 한다고 했지만, 지금 국민들이 우리를 비난하고 있지 않나. 그 시선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부에서 투쟁했더라도, 그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보도와 방송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매를 달게 맞아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이다.

- KBS PD협회도 11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현 시국에 대해 대응하고 있지 않나.

최근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KBS가 다시금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특히나 국민들이 KBS에 대해 분노하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KBS 경영진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전사적으로 대처해야만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 KBS PD협회도 K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를 다 하도록 하기 위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고, 사측에 여러 제안들을 하고 있다. 

▲ 2014년 5월 29일, 언론노조 KBS본부 등 KBS 구성원들이 국회가 마주보이는 연구동 건물에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길환영은 퇴진하라!’ 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을 걸고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PD저널

- 지난 11월 12일,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그 날 KBS 1TV에서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다른 프로그램 두 편이 편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KBS PD들이 촛불집회 생중계 편성을 요구했는데.   

현 시국에서 많은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고, 이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민중총궐기였다. 그래서 KBS PD협회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시간에 특별생방송 편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공영방송으로서 당연히 그 현장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PD들의 요구가 한 번에 이뤄지진 않았다. 방송본부장과의 두 차례 면담이 있고 난 뒤 뒤늦게 편성이 바뀌었다. 그때가 민중총궐기 전날 밤 9시경이었다.

회사 측에서도 애초에 정해진 편성 틀이 있다 보니 쉽게 편성을 바꾸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별생방송을 제안한 뒤에도 계속해서 책임자들과 논의했다. 결국 시차가 있었으나, <KBS 특집토론 – 최순실 난국, 정국해법은?>이 편성됐다. PD들과 사측이 조금씩 의견의 차이를 좁혀나갔다고 생각하고 싶다. 계속해서 PD들이 그 때처럼 원하는 바를 회사에 제시하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게 중요하다.

- 회사 측에 비상방송에 대응하기 위한 (가칭) 특별팀 요구를 했다고 알고 있다. 이를 위한 토론도 제안했는데, 논의가 잘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국 속에서, 기존의 프로그램과 체제에서는 현안들을 다 다루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가칭) 특별팀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측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KBS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촛불집회에서 KBS 취재진이 시민들로부터 당하는 수모를 보면 (간부들도) 어떻게 KBS가 변해야 할 지에 대한 답이 나올 거다. 

그동안 PD들이 간부들과 회의를 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간부들이 무조건적으로 옳았기 때문이 아니다. 말해도 안 될 거라는 체념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말을 하지 않았다고 PD들이 분노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 PD협회에서 제안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제안이 마지노선이다.

- 앞으로 KBS PD협회의 계획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KBS PD협회는 계속해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나갈 것이다. 또한 특별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강력하게 요구할 거다. 11월 넷째 주에는 KBS 간부들과 PD들이 함께하는 대토론을 하자고 제안할 예정인데, 요구가 어디까지 이뤄질 것이냐가 큰 관건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KBS PD협회의 계획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지금이 KBS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들 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 지금도 하지 못한다면 정말 우리는 방송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출발이 늦었고, 제대로 해야 할 때에 대처를 못 했던 KBS 구성원, 특히나 PD들의 잘못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변화를 요구하고, 목소리를 계속 낼거다. 국민들로부터 이제와서 하느냐는 비난을 들을 거란 거 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현재의 책임을 놓치지 말고, 맡은 책임을 하다 보면 미래의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금조차도 하지 못한다면, 국민로부터 외면받고 버림받을 거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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