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 ‘넥스트라디오포럼-재난과 라디오’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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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JTBC 앵커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재난과 라디오’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PD연합회 주최 ‘넥스트 라디오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았다. 손 앵커는 이날 지난 9월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방송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했다.(▶관련기사 '손석희 “경주 지진, 나도 당황스러웠다”')

JTBC 뉴스룸 사례 발표가 끝난 후에는 이 자리에 참석한 라디오PD, 각계 인사들로부터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다음은 손석희 JTBC 앵커와의 질의응답 일문일답이다. (일부분 수정 혹은 생략됐다)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질문1 TBN 강원교통방송에서 왔다. 재난 발생 시 제보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 관련기관에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쪽에서 “지금 우리도 급한데 협조를 해줄 수 없다“고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MBC <시선집중>, JTBC <뉴스룸>은 (관련기관 관계자) 섭외가 잘되던데 혹시 비결이 있을까.

손석희 정부기관에게 미디어와 협조하라는데 바빠서 못하겠다고 하면 그건 정부가 아니다. 자신들이 가장 먼저 전파해야 하고, (대중들에게) 전파할 수단은 미디어인데, 그 사람들이 “다른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하는 그건 아니다. 비상상황이면 바쁜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러면 (미디어와 연락할) 전담자를 따로 둬야 한다는 거다. (정부 관련기관이) 우린 바쁘다고 협조를 안 한다는 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안 돼 있는 거다.

질문2 울산MBC에서 왔다, 지난 지진 당시 우리는 속보 자막에서 사실상 실패했다. 흔들리는 와중이라 당일 뉴스에서 소화를 못했다. 그래서 1차지진 발생 후 울산시, 지역 방송관계자가 회의를 해서 재난이 또 발생했을 때 공유할 수 있는 채팅방을 만들었고, 이걸 이용해 속보를 내자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지진 때 정보도 안 들어오고, 정보가 들어와도 자신들끼리 공유하는 공문서 형태로만 왔다. 이 상황에서 뭘 자막으로 내야 하는지, 어떤 문구로 써야 할지, 자막은 몇 분 간격으로 내야할지 등의 정보가 전혀 없었다. JTBC는 속보 자막 매뉴얼이 따로 있는지, 그리고 그 전담을 누군가 맡아서 하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손석희 보도국 안에 속보 자막을 올리는 시스템이 따로 돼있다. 급하면 누구든 가서 올리는 시스템이다. 물론 한 번의 데스크를 거치긴 하지만, 일부러 의자도 두지 않는다. 누구든 지나가면서 올릴 수 있게.

제안을 하자면 케이스바이케이스이긴 하지만, 자막이든 영상이든 멘트든 어떤 유형의 일에 어떻게 내보낼지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사전에 유형별로 최대한 나눠 준비해둔 다음, 실제 상황에서는 최종단계에서 판단만 해주면 된다. 그런 시스템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본다.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질문3 KBS PD다. 재난 보도에서는 오보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지난 지진 당시에도 기상청 실수로 오보가 있었는데 그걸 모두 체크하다보면 시간이 늦어진다.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

손석희 정부가 내놓은 오보는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JTBC 앵커는 “전원구조라고 하지만 그건 확인해봐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끼리는 그때 오보를 피했다고 감히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렇듯 원소스가 정부라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니 뭐라고 하기가 어렵다.

중요한 건 미디어 혼자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경주 지진 이후에 JTBC는 나름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백서까지 쓴 건 아니지만, 1부부터 방송 끝날 때까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서로 공유하고 있고, 시청자나 제보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꽤 긴 시간 했다. 현재는 우선 정부가 그전에 내놓았던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고, 컴퓨터 그래픽을 만들어 유사시에 바로 내도록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에서 지난 경주 지진 이후 새롭게 뭘 정비해서 내놓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당시에는 오보를 낸 적도 있다.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다른 방송에서 먼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을 미처 체크하지 못했다. 징계는 다른 방송은 안 먹고 제가 먹었다. 그런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그걸 무서워하면 제보 자체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이 터져서 제보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는데 앵커를 바로 연결해버리면 전화 제보를 한 사람은 자기 할 얘기를 막 하게 된다. 그 안에는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최초 게이트키퍼가 필요하고, 그 부분을 정리해줘야 한다. 예전 전화기가 있던 시절 재난이 발생하면 ‘119’에 전화하지 않았나. 다이얼 전화기에서 1, 1까지 누르고 9를 누를 때까지 다이얼을 돌리면서 한 번 더 생각하라는 거였다. 그 ‘9’의 역할을 스태프진이 해야 한다. 1차, 2차 걸러지면 훨씬 정돈된 정보가 최종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질문4 KBS PD다. KBS가 경주 지진 이후 JTBC와 비교를 당하기도 했다. 그때 내부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앵커가 데스크 역할도 하고, 데스크가 진행도 하고, 심지어 사장님이야”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다른 방송사는 그렇지 않지 않나. (JTBC는) 의사결정과 진행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잘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또 전혀 관련은 없지만, 요즘 뉴스룸에서 마지막 엔딩곡을 트시던데 누가 선곡하시는지 궁금하다.

손석희 (의사결정과 진행을 한사람이 하는 것에는) ‘1장1단’이 있다. 편집권이 저에게 있어 물론 장점도 있다. 하지만 지난 경주 지진 때는 오히려 장점이 안됐을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시 저는 생방송 중이었다. 그러나 이때 빨리 혹은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바깥사람일 수 있다. 안에 있는 저는 방송 도중 항상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있다. 실시간으로 제작부장이 새로 들어온 소식 등 메시지를 보내고 의견을 구해온다. 그럼 그걸 제가 판단해서 말을 해준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는 (이런 과정 없이) 바깥에 있는 다른 책임자가 더 빨리 판단해서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

뉴스룸 엔딩곡은 제가 고른다. 요즘 아주 머리가 아프다. 좋은 의견 있으면 주시기 바란다.

질문5 뉴스의 양이 많은 시대다. 하지만 재난에서 뉴스의 질은 생존과 직결된다. 뉴스의 양이 넘쳐나는 시대에 질을 담보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손석희 JTBC에는 팩트체크 코너가 있다. 이 코너를 집어넣은 이유는 내부적으로 동기부여 측면도 있었다. ‘팩트체크 뉴스’인데 팩트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의식을 주는 거다. 다른 곳도 비슷한 펙트체커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보다 더 큰 담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대략 네 가지 뉴스 방향성이 있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언급했는데, 우선 사실위주로, 사실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는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다. 또 이해관계 속에서는 공정함을 지킨다. 그리고 마지막은 품위다. 품격의 다른 말이기도 할 듯하다.

지난 3년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잡다하고 선정적인 것들은 피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뉴스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자들도 그 이미지에 동의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다에서 온 편지’라는 걸 했다. 당시 진도에서 학생들 휴대폰 속 동영상을 많이 제보 받았다. 그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대로 틀어도 될지. 고민을 하다가 동영상은 틀지 말기로 결정했다. 대신 동영상을 정지화면으로 잘라 자막과 함께 냈다. 그런데 그 영상 중 하나를 다른 방송에서는 동영상 그대로 틀었다. 그걸 보면서 속으로 우리가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네 번째 기준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자세가 끝까지 견지되면 시청자들도 동의하고 인정해주지 않을까.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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