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3차 담화, KBS,MBC,TV조선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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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3차 담화, KBS,MBC,TV조선만 다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보고서]
  • 민주언론시민연합
  • 승인 2016.12.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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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단연 톱보도로 꼽혔다. 박 대통령은 외견상 퇴진을 거론했지만 일정 및 절차의 결정을 국회에 떠넘겼고 검찰이 제기한 범죄 혐의 역시 부인했다. 탄핵에 동조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흔들면서 정치권 분열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과 하야 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탄핵 국면을 장기화하며 임기를 채우려 한다는 해석이다. ‘퇴진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의 경우 개헌으로 임기단축을 ‘합법화’ 해보라는 엄포로 해석되면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 퇴진을 재차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29일 대부분의 뉴스를 이러한 3차 담화로 채웠으나 그 내용은 제각각이었다. KBS, MBC, TV조선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짚는 대신 대통령의 전략을 거들고 나섰다.

1. 단 한 마디의 비판도 없는 방송사는 어디? 이번에도 공영방송

‘혐의 부인’과 ‘3차 버티기’.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는 이 두 가지 내용으로 축약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이 두 가지 중 최소한 하나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KBS와 MBC의 태도는 ‘오로지 받아쓰기’였다. KBS <“임기 단축 포함 진퇴, 국회에 맡길 것”>(11/29)은 앵커가 “조기하야 수용 입장”을 밝혔다고 정의 내렸고, 김범룡 기자는 박 대통령 발언을 전하면서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을 국회에서 확정해 달라는 뜻”으로만 해석했다. 한술 더 떠서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당장 내일(30일)이라도 물러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의 책임으로 떠넘겼다는 지적 대신 대통령 발언을 중언부언 옮기기만 한 것이다. MBC도 <“국회 결정에 따라 물러나겠다”>(11/29)에서 앵커가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반응과 정확히 일치한다. 두 방송사의 ‘용비어천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공영방송은 “정치입문 이후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자신의 큰 잘못이라고 인정”(KBS) “국민 앞에 다시 사과”(MBC)로 포장했다. ‘혐의 부인’을 ‘잘못 인정과 사죄’로 미화한 것이다. KBS와 MBC는 나름대로 3차 담화의 배경을 짚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의 표면적 입장을 ‘진심’으로 포장했다. KBS <“촛불 민심‧탄핵 임박에 벼랑 끝 선택”>(11/29)은 “촛불민심이 전국을 뒤덮고 국회의 탄핵 표결까지 임박하는 등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에서 더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 분석했고 MBC <수습 불가 판단…고심 끝 결단>(11/29)은 “물러나겠다는 입장 표명 없이는 더 이상 정국 수습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두 공영방송의 태도는 타사와 대조적이다. SBS, JTBC, 채널A는 아예 받아쓰기 보도 없이 비판에 몰두했고 TV조선과 MBN은 받아쓰기 보도가 각각 1건, 3건 있었지만 최소한 ‘혐의 부인’은 지적했기 때문이다.

▲ ‘대통령과 함께 간다’ 3차 담화 우호적으로 받아 쓴 KBS(11/29)
▲ ‘대통령과 함께 간다’ 3차 담화 우호적으로 받아 쓴 MBC(11/29)

2. 정치적 계산 깔린 암묵적 ‘개헌 요구’…TV조선은 대대적 ‘여론몰이’

박 대통령 3차 담화에서 주목할 만 한 대목은 퇴진을 위한 ‘법적 절차’를 국회에 요구한 부분이다. 개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헌이 선행되어야 임기단축이 가능한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개헌을 먼저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개헌을 ‘국정파탄 수습용’으로 이용한 셈이다. 결국 ‘자진사퇴 거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 대목에서 제기된다. 언론이라면 이러한 숨은 속뜻을 최소한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더 나아가 헌정유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해야 온당하다.

안타깝게도 KBS, MBC, TV조선, MBN은 정반대로 보도했다. ‘개헌은 필수’라는 취지의 보도를 낸 것입니다. 특히 TV조선은 ‘개헌몰이’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조선 <‘개헌’ 부상…친문 ‘반발’>(11/29)은 박 대통령이 “개헌 문제도 재점화시켰”다면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퇴진에 필요한 ‘법 절차’로 개헌을 주장한다. 개헌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라 전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헌에 힘을 실었”다고도 덧붙였다. 여기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세력에게 ‘꿈 깨’라고 말한 이후 친문 진영은 개헌 반대 강도를 높였”다며 ‘친문재인 세력’의 ‘개헌 반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대통령이 개헌 카드로 정치권을 논쟁의 소용돌이로 빠뜨리고 임기를 채우려한다는 해석과 배치된다. 오히려 개헌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마치 ‘친박계’도 ‘대통령 퇴진’에 동조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친박계’는 3차 담화 바로 전날(28일) ‘명예 퇴진’을 건의하면서 대통령과 스스로에게 ‘퇴로’를 열어놨고 대통령은 그대로 실행했다. 그 ‘퇴로’의 핵심이 개헌 카드로 꼽히기 때문에 TV조선의 보도는 ‘친박계’의 정략적 판단을 ‘선의’로 포장한 셈이 된다. TV조선은 이 보도 외에도 2건의 보도에서 개헌을 사실로 전제했다.

▲ 대통령과 ‘친박계’의 ‘정략적 개헌’, 여론몰이하는 TV조선(11/29)

MBC도 똑같다. MBC <정계 개편 ‘뇌관’ 개헌에 힘 실리나?>(11/29)는 “박 대통령이 오늘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임기 단축을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못 박았고 개헌을 대통령이 정치권에 던진 “해법”으로 명시했다. KBS와 MBN의 경우 ‘개헌을 통한 조기대선 시나리오’를 1건씩 보도해 역시 개헌에 힘을 실었다.

3. ‘친박이 잘했다’? 민심 등지는 TV조선

TV조선은 개헌 정국을 유도하고 대통령의 ‘버티기’를 유도한 ‘친박계’를 칭송하기도 했다. ‘질서 있는 퇴진’을 ‘친박계’가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TV조선 <‘박 마음’ 움직인 두 남자>(11/29)는 “서 의원은 ‘명예로운 퇴진’을 제안하며 막혀있던 퇴로를 열었고,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했”다며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이정현 대표를 치하했다. “오늘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기까지는 친박의 대부격인 서청원 의원과 이정현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친박계’가 이끈 대통령의 3차 담화는 ‘자진 사퇴 거부’로 해석되면서 오히려 분노한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 ‘친박계’ 치하하는 TV조선(11/29)

4. ‘문재인이 말 바꿨다’? TV조선의 ‘연이틀 왜곡 퍼레이드’

TV조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헌정을 유린한 상황에서 목표물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다루면서도 TV조선은 대통령 대신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다. TV조선 <“명예퇴진”하더니…왜?>(11/29)는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의 입장이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은 어제까지만 해도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을 언급하자 맹렬히 비판했”다고 전했습다. 박지호 기자는 “퇴진 선언하면 그때 정국을 질서 있게 수습해 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갈 수 있다고 봅니다”라는 문 전 대표의 28일 기자회견 발언 장면을 보여줬다. 그러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은 하루 만에 바뀌었다. ‘흔들림 없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과거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고도 덧붙였다.

놀랍게도 TV조선은 전날인 28일에도 똑같은 기자회견으로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왜곡했다. 문 전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탄핵 이전에 하야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지막 도리다”라며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촉구했고 “탄핵은 반드시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탄핵 병행 의지도 표명했다. 또한 JTBC 인터뷰 <‘운명의 한주’ 문재인 전 대표>(11/28)에서도 “친박까지 퇴진을 말하게 되었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적으로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답이다”라며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닌 ‘즉각 퇴진’을 강조했다. TV조선이 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언급’했다고 한 ‘명예퇴진’에 대해서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가나 국민이나 또 자신에게 명예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라는 뜻”이라며 지금과 같은 ‘조건부 퇴진’이 아닌 ‘즉각적 자진 하야’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라 설명했다. TV조선은 이런 문 전 대표 입장을 묵살한 채 28일에는 ‘문 전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에 동조했다’고 보도했고 29일엔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실제 발언을 입맛에 맞게 짜깁기하여 ‘문 전 대표가 말을 바꿨다’는 프레임을 조작하는 데 열을 올린 것이다.

5. 방송 보도 총체적 난국…SBS‧JTBC‧채널A는 달랐다

이렇듯 박 대통령 3차 담화에 대한 KBS, MBC, TV조선, MBN의 보도는 ‘총체적 난국’이다. SBS, JTBC, 채널A는 달랐다. SBS는 총 4건에서 ‘국회에 책임 전가’ ‘개헌 통한 임기 연장 포석’ ‘탄핵 방해 의도’ ‘정치권 혼란 야기’를 지적했다. 채널A도 2건에서 “박 대통령이 진짜 사과를 한 것인지를 의심케 합니다” “탄핵 할테면 해보라는 자신감일까요?”라고 비판했다.

그 중에서도 JTBC가 가장 강경했다. JTBC <물밑에선…수상했던 3일>(11/29)은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헌법에 위배된다며 임기단축이나 하야엔 부정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돼 왔다. 그러나 어제(28일)와 그제, 친박 핵심 그룹과 국회 각계 인사 사이에서 명예퇴진론이 제기되면서, 탄핵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막판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라며 ‘친박계’와 박 대통령의 ‘각본’을 짚어줬다. JTBC <물러나지 않겠다는 선언문?>(11/29)은 3차 담화를 “공을 국회에 떠넘긴 상황”으로 규정하면서 “정하게 보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선언문”이라 지적했다. 또한 JTBC <임기단축? 하야‧탄핵뿐인데…>(11/29)는 “본인의 비리 혐의로 사임하는 대통령을 위해서 헌법을 고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개헌카드’를 일축했다. “대통령이 법적 근거도 없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혼란을 키우고 시간을 벌겠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는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고자 하는 의지도 읽혔다. JTBC는 이렇게 대통령의 담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보도만 6건이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6년 11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보고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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