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류지열 KBS PD협회장)를 구성하고 사측과 협의해 시국 대응 전담팀을 꾸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KBS 내의 시사 담당 PD 인력이 대폭 보강될 전망이다.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7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KBS는 현재 시국 상황과 앞으로의 정치‧사회적 변동 상황을 능동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추적 60분>‧<KBS 스페셜> 등 시사 프로그램 PD 인력을 10인 가량 대폭 증가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PD협회가 지난 11월 발간한 ‘PD협회 특보’에 따르면, 10월 27일 PD협회는 1차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KBS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 사태와 앞으로 급변할 정국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이후 11월 7일 2차 비상총회를 열고 PD 협회를 비대위로 전환했으며, 비대위는 시사프로그램 PD 인력 보강 등에 대해 사측과 협의를 거쳤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추적 60분> 팀에는 4명, <KBS 스페셜> 팀에는 6명의 PD가 증원된다”며 “이러한 인력 보강을 통해 <추적 60분>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박-최 게이트 사태를 취재하고 <KBS 스페셜>은 향후 1년간 변화할 정국과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능동적으로 다루게끔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KBS 스페셜> 팀의 경우, (이 팀에) 보강될 6명의 인력이 그 자체로 자율적인 단위를 이뤄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받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팀의 형태를 놓고) 사측과의 협상으로 시간을 소모할 우려가 있어 독립적인 TF(태스크포스) 팀을 꾸리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현 시국을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3주 간 사측과 대화했고 지난 11월 28일 이런 부분들에 대해 사측과 비대위가 대화해 합의를 했고, 시사 프로그램에 보강된 PD들은 내년까지 탄핵 등 한국 사회의 제반 의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 여론조사 진행 및 생방송 특집토론 편성…“이제야? VS 이제라도…” 언론계 상반된 반응
KBS는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를 전후해 박-최 게이트와 촛불 민심 동향을 담은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작 및 편성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11월 24일 방송된 <KBS 스페셜>이었다. ‘탄핵정국, 백만 촛불이 국회에 묻는다’라는 제목의 이날 방송에서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3당의 원내대표인 정진석, 우상호, 박지원 의원과 각 분야 전문가가 출연해 현 국정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5차 촛불집회 당일인 11월 26일에는 ‘탄핵 정국, 야3당의 해법은?’을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KBS 1TV에 ‘생방송 특집토론’까지 편성했다.
11월 27일에는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11월 24일부터 5차 촛불집회 당일인 11월 26일까지 3일 동안 광화문의 이모저모를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3일>이 방송됐다.
30일 밤 11시 10분에는 ‘탄핵 정국 긴급여론조사, 국민의 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추적 60분>이 방영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 대통령의 하야 혹은 탄핵을 촉구하는 100만 촛불 민심을 보다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진행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상시국을 맞아 4회 연속 긴급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12월 한 달 동안 <생방송 일요토론>의 시간대를 토요일 저녁으로 옮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미 지난 3일 ‘위기의 대한민국, 돌파구는?’이라는 주제로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함께 관련 주제에 대해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탄핵소추안 표결 전주인 지난 7일과 8일에도 KBS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7일 <추적 60분>에서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전문 분석을 통해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조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혹을 다뤘고, 8일에는 <KBS 스페셜>이 탄핵 표결을 목전에 두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치권과 거리 민심을 들여다봤다.
류 회장은 “이미 3차 촛불집회(11월 12일) 즈음부터 내부적으로 사측과 협의해 이런(촛불, 탄핵 정국 특집) 방송들을 준비해 왔다”며 “기존에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뜻에서 앞으로는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내는 KBS로 변화할 것이며, 만약 그것이 부정당한다면 그 상대가 누구든 맞서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실제로 KBS 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 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 등 KBS 양대 노조는 조합원 85.5%의 찬성으로 총파업에 찬성하고 지난 8일 오전 6시부터 ‘공정방송 쟁취와 보도참사, 독선경영 심판’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이라도 KBS가 국민의 시선을 인식하고 변화한 것은 다행이지만,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한 뒤에 뒤늦게 뛰어들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여전히 KBS의 보도에선 박 대통령 감싸주기 행태가 발견되고 있는데, 편성권 독립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정권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KBS 내부에서 노조나 협회를 중심으로 노력해 온 양심 있는 언론인들의 노력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며 “촛불 민심과 KBS에 대한 비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피용으로 태도를 바꾼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비판하되, 이제라도 언론 부역자에 대한 냉엄한 평가와 문책,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새롭게 KBS를 세워나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시민들이 응원해 줘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