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방송 결산④] 예능계 답보...새 먹을거리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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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지 못하는 지상파 예능, 내년에는 다를까

▲ 어머니들의 난상 토론에 대한 안방극장의 찬반 여론이 뜨겁게 달궈지며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 SBS

올해 예능계는 답보 상태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새로운 예능 흐름을 찾으려는 PD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대중을 확 끌어당기는 반짝이는 기획은 거의 없었다. 기존 예능을 변주한 예능프로그램 일부만 안착했을 뿐이다.

 

2014년 MBC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등의 인기로 시작된 관찰 예능이라는 흐름은 올해 역시 이어졌다. 관찰 예능은 제작진이 일단 주구장창 촬영한 후 전지적인 관점에서 구성을 꾀해 재미를 선사하는 방식이다.

 

두자릿수 시청률을 넘기기 쉽지 않은 지상파 평일 예능프로그램의 침체를 뚫은 프로그램이 나왔다. 지난 3년간 다른 지상파 방송에 비해 큰 화제의 예능을 내놓지 못했던 SBS가 오랜 만에 웃었다. <다시 쓰는 육아 일기-미운 우리 새끼>는 기존 관찰 예능 틀에 변화를 줘서 성공한 경우다. 이 프로그램은 3~40대 미혼 아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어머니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끈다. 어머니들의 난상 토론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찬반 여론이 뜨겁게 달궈지며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미운 우리 새끼>가 SBS 예능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맞지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은 아니었다. 한 예능 PD는 “올해 예능은 과거에 많이 했던 프로그램, 비슷비슷한 구성들의 프로그램만 잘됐다”라면서 “지상파는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이 실패하면 타격이 크니까 기존 예능을 우려먹을 때까지 방송하고 도전을 주저하는 경직된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PD는 “반면에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여러 시도를 하며 그 중에 재밌는 기획이 나오는 것 같다”라면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물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도 크게 두각을 드러낸 예능은 없었다. 늘 인기를 끌던 나영석 PD의 여행 예능프로그램은 선전을 이어갔지만 파괴력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다만 tvN의 경우 기발한 시도가 돋보였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PD는 “요즘 새로운 토크쇼가 자리잡기 쉽지 않은데 tvN <인생술집>은 신변잡기가 아닌 공감을 주제로 그 출연자의 진솔한 면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눈에 들어온다”라면서 “또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내 귀에 캔디> 역시 신선한 시도였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역시 싸움 구경은 진리? 경연 프로그램 또 성공했다

관찰 예능뿐만 아니라 주구장창 방송되는 경연 프로그램 역시 기본 이상은 했다. 경연 프로그램의 새로운 활로를 뚫었다고 평가를 받는 엠넷 <프로듀스 101>은 시들시들해진 자사 <슈퍼스타K> 시리즈를 대체할 프로그램으로 여겨진다. 연습생간 경쟁을 붙여 대국민 투표로 아이돌그룹을 만드는 과정은 강력한 팬덤을 이끌어냈고, 힘이 많이 빠져 끝물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강했던 경연 프로그램의 생명 연장으로 이어졌다.

 

한 PD는 “올해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중 <프로듀스 101>만큼의 반향을 일으킨 프로그램이 없다”라면서 “논란도 많았지만 지상파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파괴력과 화제성 있는 기획이었다. 품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지상파로서는 위험부담도 많고 경제적인 투자도 쉽지 않아 이런 식의 기획을 내놓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지난 해 열풍을 일으킨 <복면가왕> 이후 우후죽순 나온 다수의 음악 예능들은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반기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모든 방송 연예 관련 이야기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올해 예능프로그램이 더욱 부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PD는 “JTBC <썰전>이 예능프로그램보다 높은 시청률이 나오고 tvN <SNL코리아> 풍자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 시국에 예능프로그램이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라면서 “내년 초까지 시사 정치에 대중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 당분간 새로운 프로그램을 신설해서 화제를 만드는 일이 어렵다고 본다. 예능에 정치와 시사 이야기를 녹이거나 기존에 인기 있던 프로그램만 살아남는 상황이 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 PD는 “작년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복면가왕>이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면, 올해 특별히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고 본다”라면서 “분명히 대중은 예능의 변화를 원하는데 제작진이 아직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못한 답보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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