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되감기] ‘라라랜드’ 영화로 꾸는 누군가의 꿈, 당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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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되감기] ‘라라랜드’ 영화로 꾸는 누군가의 꿈, 당신의 꿈
  • 신지혜 CBS 아나운서
  • 승인 2016.12.2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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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장면부터 눈이 휘둥그레지고 마음이 열린다. 잘 짜여진 동선과 카메라워킹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 장면을 찍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였겠다, 배우들도 스탭들도 엄청난 노력을 했겠구나 싶다. ⓒ <라라랜드> 스틸

미아. 동경하는 배우가 커피를 주문하고 우아한 마음과 아름다운 미소를 남기고 떠나면 그 잔향을 오래도록 맡으며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다져본다. 계속해서 오디션을 보지만 돌아오는 건 실망스러운 결과 뿐. 그래도 반드시 배우가 되리라 다짐하며 오늘도 영화 관계자들이 가득한 파티장을 기웃거린다.

세바스찬. 사랑하는 재즈를 연주하고 재즈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그는 오늘도 재즈를 연주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쉽고 편한 곡을 연주하기를 원하는 사장의 해고통지 뿐. 그래도 재즈를 향한 마음을 버릴 수 없어 오늘도 재즈를 꿈꾸고 재즈를 위한 공간을 꿈꾼다.

영화 <라라랜드>는 나른하고 애틋하고 달콤하고 쓸쓸한 누군가의 꿈의 조각들을 모아 미아와 세바스찬의 꿈으로 이어낸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관객들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점점 헤엄쳐 들어가며 내면 구석구석을 비추어 잊혀졌던, 숨겨진, 타오르는, 갈망하는 꿈을 빛 아래 드러내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관객들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몰입해 들어간다.

무엇일까. 무엇이 마음을 이렇게 울리는 걸까. 무엇이 마음을 이렇게 흔드는 걸까. 단순히 꿈을 꾸는 주인공 때문만은 아닐 테다. 단순히 두 사람의 로맨스가 스며있기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라라랜드>는 영화이며 그것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꿈이며 스크린에 꿈을 옮겨 놓는 헐리우드 자체이며 헐리우드에서 만들었던 영화들에의 향수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뜨는 ‘시네마스코프’, 장면전환에서 굳이 사용된 아이리스 인, 아이리스 아웃,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헐리우드 영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하고 가져오면서 <라라랜드>는 은연중에 관객들에게 아련하고 아릿한 정서를 전해준다.

향수 또는 기억이라는 말처럼 꿈이나 영화와 닮아있는 단어가 있었던가. 결국 <라라랜드>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가슴에 품고 이루려했던 꿈이며 그 꿈을 품고 이루려했던 우리 모두의 기억이며 그것이 스크린에 투영된 환상 또는 추억이 아닐까. 그 때문에 관객들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곁에 있는 누군가가 되어 가상의 현실 속에서 함께 꿈을 꾸고 함께 목표를 이루어 간다.

이 영화. 매력이 한 둘이 아니다.

오프닝 장면부터 눈이 휘둥그레지고 마음이 열린다. 잘 짜여진 동선과 카메라워킹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 장면을 찍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였겠다, 배우들도 스탭들도 엄청난 노력을 했겠구나 싶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마주침 또한 인상적이다. 어쩌면 저렇게 ... 뻔한 스토리,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들을 솜사탕처럼 가뿐하게 바람처럼 시원하게 청량음료처럼 짜릿하게 그려낼 수가 있을까. 역시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구나 싶다.

미아 역을 맡은 엠마 스톤과 세바스찬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 이 영화로 두 사람은 아마도 엄청난 성장과 성숙을 이루었을 것이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을 받쳐주고 감싸주고 이어주는 노래와 연주는 영화의 분위기를 꽉 잡아주고 채워주고 이끌어주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노래가 고스란히 입 안과 마음에서 맴돈다.

<위플래쉬>를 연출했던 데미언 채즐이 각본과 연출을 했다더라,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더라,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었더라 등의 말은 이 영화의 존재감을 일면 받쳐주겠지만 그런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라라랜드>는 <라라랜드>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우리들의 꿈이니까. 그리고 오프닝의 대단히 뮤지컬다운 군무도 멋지지만 마지막 장면, 세바스찬의 연주를 들으며 펼쳐지는 미아의 상상은 또한 누군가가 꾸었던 꿈의 조각이다.

아아 ..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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