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3000일… “우리 지금 복직! 해직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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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언론인 해직 3000일] 해직 3000일 행사가 마지막이 되길 바라며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해직 30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해직 3000일 행사를 열었다. ⓒ언론노조 YTN지부

2008년 10월 6일,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하던 YTN 기자 6명이 해고통보를 받은 지 3000일이 지났다. 해직 2244일 만이었던 2014년, 대법원은 해고당한 6명의 기자 중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의 해고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판결했으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해고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해직 30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해직 3000일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앞서 김진혁 PD가 제작한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시사회 및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해직 행사가 열린 누리꿈스퀘어는 지난 2008년 7월 17일 YTN 이사회는 노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를 강행하고 안건 상정 40초 만에 기습적으로 구본홍 씨의 사장 선임건을 통과시켰던 장소였다.

이날 행사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2008년 YTN 기자 대량 해직 사태부터 시작해 KBS, MBC 등으로 이어지는 정권의 언론 장악 실태를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 2014년 2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뉴스타파가 김진혁 PD에게 제작을 제안해서 작업이 시작됐고,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시작으로 9월에는 노동인권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의 배급을 맡은 <인디플러그>의 고영재 대표는 영화 상영에 앞서 “이 영화를 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일반인 분들은 몰랐다 하시더라. 그만큼 이 영화를 통해서 이 사태를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직 언론인들의 문제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를 해소하는 첫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적폐청산과 함께 해직자분들이 복직되시고 언론 민주화되고 언론의 독립성 쟁취할 때까지 배급 열심히 하겠다. 촛불 민심에도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열심히 배급하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오는 1월 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거쳐 12일 최종 개봉될 예정이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의 연출을 맡은 김진혁 PD(전 EBS PD,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도 “서로 위로하며 웃는 모습들도 많았는데 영화에 다 담지 못했다. 그리고 연출을 하는 동안 저도 마치 YTN, MBC 구성원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이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 11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지만, 해직 언론인들이 복직되고, 공정방송이 이뤄진 뒤에 ‘옛날에 이랬지’라고 말할 수 있을 그때 다시 편집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가 상영되는 11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해직 언론인들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영화관에 자리한 사람들도 함께 눈물을 보기도 했고, 낙하산 인사들을 풍자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웃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의 투쟁 모습에서 배석규 전 YTN 사장의 등장할 때는 “저런 나쁜 X"이라는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YTN 해직사태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은 “세 기자가 복직해야만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의 일이 끝난다고 생각한다”며 “해직사태 당시 ”선배, 이 사태가 언제 끝날까요?“라는 후배의 질문에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몇 년은 갈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제 생각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이제 저 끝에 터널 끝이 좀 보이는 것 같다. 해직 조합원들은 복직 준비를 해라. 여러분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더 많이 해야 하니까, 절대로 아프지 말라“고 당부했다.

2008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지만 이제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노종면 YTN 해직기자의 딸이 편지를 읽으며 “이제까지 아빠가 항상 ‘괜찮다’고 말해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뒤에서 힘들었던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이어 "아빠, 내가 진짜 많이 존경하고 항상 감사하고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아빠가 아빠라서 너무 행복해. 조금 더 힘내서 세상에 보여주자. 정의가 이긴다!"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해 자리에 앉은 사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무대 앞으로 나온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딸을 꼭 안아준 뒤, "고맙다. 다른 말 생각이 안 난다. 꼭 씩씩하고 건강하게 복직해서 위원장님의 지침을 지키겠다. 해직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위원장님의 마지막 지침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 달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조승호, 현덕수, 권석재 기자의 말도 이어졌다.

“아까 상영된 ‘YTN 해직 600일 영상’에서 제가 ‘700일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던데, 지금보니 순진했던 것 같다. 이제는 3000일을 맞는다. 4000일은 안 왔으면 좋겠다. 여러분들 앞에서 해직자로서 인사하는 것도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조승호 YTN 해직기자)

“30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요없이 견딜 수 있었던 건 우리들을 성원해주셨던 많은 시민들 덕분이다. 감사하다”(현덕수 YTN 기자)

"3000일이라는 건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긴 시간 동안 같이 지금까지 버텨내고, 해직자 선배들도 흔들리지 않고 같이 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복직자 대표로 정말 감사의 말씀 드린다. 감사하다."(권석재 YTN 기자)

해직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응원 목소리도 이어졌다. YTN지부에서 제작한 영상에서는 지난 촛불집회 현장에 참석한 시민들이 해직 기자들을 향해 “지지하고 응원한다”, “굴복하지 말라” “앞으로 더 공정한 언론 됐으면 한다”, “언론을 지키는 일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뉴스타파, 돌발영상 잘 봤다. 빨리 복직해서 더 좋은 영상 만들어달라”는 말과 함께 “국민이 명령한다.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복직하라”는 말로 영상이 마무리됐다.

▲ ⓒ언론노조 YTN지부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도 “오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언론장악방지법이 빨리 통과되고, 공정언론 망가뜨린 언론부역자들 청산하고, 해직언론인들을 빨리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끝난 뒤엔 야 3당 미방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해고동지들 내일 3000일입니다.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며 “영화 마지막에 조승호 기자가 마라톤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그처럼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쉼없이 달려왔지만 지치면 안 된다. 숨 가쁘고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도 다시 뛰자. 골인 지점이 다가온다는 거 여러분도 느끼지 않나. 골인 지점에 다다를 때 까지. 우리함께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건강하게 조금만 더 뛰자”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YTN지부는 지난 3000일이라는 시간 동안 YTN 해직사태에 큰 도움을 주었던 탁종렬 전 언론노조 조직쟁의실장, 김민아 전 언론노조 노무사, 안혜영 언론노조 총무실장, 이기범 언론노조 교육선전실장, 고재원 용인외고 역사 교사에게 ‘명예 조합원’을 수여했다. 박진수 지부장는 “3000일이 마지막 행사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시절 YTN의 조합원 이상으로 함께 해주셨던 분들이고, 어떤 정치인, 유력인사보다도 우리 조합원들에게 소중한 분”이라며 덧붙였다.

‘명예 조합원’증을 받은 김민아 전 언론노조 노무사는 “해고 이후에 여섯 분의 해직자분들을 뵙고 앞으로 어떻게 법률 투쟁을 진행해야 할지, 조직적으로는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같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 이후, 매일매일 벼랑 끝에서 마주하는 심정이었을 해직자분들이 오히려 미디어 피폭지에서 또 다른 해직자를 만나는 모습들을 보며 (노무사라는 직업상) 매일매일 해고자를 만나지만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4000일까지 안 갔으면 한다’는 얘기에 또 눈물이 났다. 정말 당장 3100일도, 단 3005일도 가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당장 복직하길 바라는 마음 담아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 지난 12월 2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서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연출: 김진혁) 제작보고회 및 YTN 해직 3000일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행사를 마무리하는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우리지금 복직! 해직자가 온다!"라는 구호를 외쳤다.ⓒPD저널

마지막으로 박진수 지부장은 지난 3000일을 기록한 포토 에세이 <삼천일>을 나눠주며 “다시, 2008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방송을 요구해서 부당 해고와 징계를 받았던 그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이기 위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원했고 어떤 것을 하고자 했는지 반드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 분이 다시 YTN에 오셔야 퍼즐이 맞춰진다. 이제는 이 사태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삼천일>에는 2008년 해직사태부터, YTN 조합원들의 가면투쟁, 블랙투쟁, 피켓투쟁, 국토순례 등 투쟁 과정이 담겼다. 다음은 <삼천일> 서문 중 일부이다.

“결과만이 목적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우리는 항상 승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승리할 것이며, 꼭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며, 차곡차곡 쌓여가는 한국 언론사의 한 페이지에 남길 YTN의 역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우리지금 복직! 해직자가 온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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