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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PD의 고백 ⑦] KBS 4년, KBS는 변하지 않았다

최지훈 KBS PDl승인2016.12.23 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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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을 상대로 취재를 하다 보면 가슴이 꽉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해당 기관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되도록 눈에 안 띄도록 조용히 있다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곤 하는 일들의 반복. 아마 일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조용히 지나가려는 관료주의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게 가만히 있는 것이 그들의 목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방송국은 떠들썩해야 하지 않는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중요한 공공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방송해서 시청자들한테 많이 봐달라고 하는 게 방송국 아닌가. 더욱이 저널리즘은 권력, 특히 정부를 감시하는 첨예한 영역에 있는 것인데 KBS는 조용했다. 그동안 KBS가 권력과 정부를 너무 잘 감시하고 그 잘못을 변명할 수 없이 지적해서 권력과 정부가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조용히 마무리된 것인가. 아니면 KBS가 첨예한 영역에서 빗겨나 조용히 살아온 것인가. KBS는 언젠가부터 조용함을 추구하는 아주 특별한 방송국처럼 느껴졌다.

대통령의 비선실세 문제가 언론에서 처음 거론된 시점에 KBS는 조용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에서 대통령의 비선실세 문제와 국정농단의 실태들을 보도하면서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자 KBS도 조용히 대통령의 비선실세와 촛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느새 옷에 붙어 있어서 집에 와서야 여기까지 묻어온 걸 알 수 있었던 도깨비바늘. KBS는 마치 도깨비바늘 같았다.

▲ ⓒ뉴시스

백만 촛불이 타오르고 선배들과 급하게 방송을 준비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도깨비바늘이 되는데 일조하는 건 아닌지, 어떤 방송이 만들어질지. 걱정과 궁금함(?)을 가지고 시작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와 그로인한 국정농단사태를 다루며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무수히 많은 회의를 했다. 특히,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당 의원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모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거 같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어서 여당의원들은 인터뷰에 소극적이었고, 많은 국민은 국정농단사태의 공범으로 여당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런 여당의원의 인터뷰가 빠지면 방송이 어려울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KBS니까.

가까운 동기 혹은 선후배와 이번 국정농단사태의 첫 제보 혹은 첫 단서를 KBS가 입수했다면 어땠을까를 얘기해보곤 한다. 어쩌면 이 가정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가정일 것이다. 국민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 자신이 어디에 제보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제보를 할 사람들이 KBS를 우선순위로 고려하진 않을 것이다. 특히, 현 정부에 비판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제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에 밝혀진 사실에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전화하고, 사장이 보도에 개입해 해임된 방송국. 그곳에 정부 비판적인 제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어느 날 갑자기 이번 사태에 대한 제보와 단서가 뚝 떨어졌다고 다소 폭력적인 가정을 해본다. 대통령의 비선실세와 대통령을 포함한 그들에 의한 국정농단사태를 국민들에게 샅샅이 보여줄 수 있었을까. KBS에서 한 PD가 작은 제보 혹은 작은 단서 하나를 가지고 드러나지 않은 대통령의 비선실세에 대한 제대로 된 취재를 시작할 수 있을까.

“KBS가 여기에 왜 왔냐?” 지난 촛불 집회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다가 지나가던 한 아저씨께 들은 말이다. KBS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여기 왜 왔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시는 거 같았다. 어느새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 방송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 방송국이 딱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본 KBS의 정치적 성향 아닐까? 그렇게 정치적 균형을 중시해왔던 KBS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어쩌면 나는 지난 2012년부터 쭉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KBS는 내가 2012년에 접했던 그 모습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KBS는 인성을 검사하기 위해 면접에서 언론사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방송국이었다.


최지훈 K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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