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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투리로 만든 드라마, 들어는 보셨수광?

사라져가는 제주어 지킴이…제주 KBS <보물섬> ‘불휘 지픈 제주’ 하수영 기자l승인2016.12.23 15: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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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기 버치다 버치다 하여도 영 어려울 때 조끝에서 살펴봐 주는 사람들 이시난 살만항게(그래도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어려울 때 곁에서 살펴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살 만하네).” - 제주 KBS <보물섬> 제주어 다큐드라마 ‘불휘 지픈 제주’의 대사 일부

생소하지만 자꾸 들어보면 어딘가 정감이 가는 제주 사투리. 그래서인지 제주 사투리에 대해서는 보통 신기함과 생소함의 시선이 교차한다. 신기함과 생소함 사이, 바로 이 ‘간극’을 좁히고 제주어(語)를 친숙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묵묵히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KBS 제주 총국의 <보물섬> (연출 오수안‧이송은) 팀이다.

제주 KBS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5분부터 8시 25분까지 방송되는 <보물섬>은 아름다운 제주 풍광과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은 ‘고치글라(제주어로 ‘같이 가자’) 우리마을’과 제주어 다큐드라마 ‘불휘지픈(뿌리깊은) 제주’, 그리고 제주 특산물을 재료로 한 특별한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쉐프의 살레(제주어로 ‘찬장’)’ 등 3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 <보물섬>은 KBS 제주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5분부터 8시 25분까지 방송된다. ⓒKBS제주

이 중 ‘불휘지픈 제주’는 특히 의미가 남다른 코너다. 지난 2011년 제주어는 유네스코로부터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하는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됐는데, 제주어 다큐드라마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제주어의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다. <보물섬>의 오수안 PD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점점 잊혀 가고 덜 중요한 것처럼 인식되는 제주어의 가치나 중요성을 어떻게 하면 부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 제주어 다큐드라마를 만들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래서 ‘불휘 지픈 제주’에는 시청자들이 제주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할 ‘비장의 무기’가 존재한다. 바로 표준어 자막이다. 배우들은 제주어로 된 대사를 읊고, 그 대사를 자막을 통해 표준어로 풀어주는 것이다. 덕분에 시청자는 배우들이 제주어로 전달하는 대사와 표준어 자막을 대조해 보는 재미, 그리고 할머니를 제주에선 ‘삼촌’이라고 하며 감기는 제주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뿔’이라고 한다는 깨알 같은 지식을 동시에 얻어갈 수 있다.

따뜻한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대사의 의미를 고스란히 살리는 것도 표준어 자막의 몫이다. 가령 배우가 “그래도 살기 버치다 버치다 하여도 영 어려울 때 조끝에서 살펴봐 주는 사람들 이시난 살만항게”라는 대사를 읊을 때는 “그래도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어려울 때 곁에서 살펴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살 만하네”라는 표준어 자막이 함께 나온다. 만약 표준어 자막이 없었다면 그 좋은 의미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지난 11월 29일 방송된 KBS제주 <보물섬> '불휘 지픈 제주' - '귀함과 고통의 과일, 제주 감귤' 편 ⓒKBS제주

‘불휘 지픈 제주’의 또 다른 특징은 제주도의 생활‧문화사와 같은 귀중한 지식도 담고 있는 다큐드라마라는 점이다. 최근에 방송에서 다뤄진 주제로는 제주도의 겨울나기 풍습(▶링크), 특산품 감귤과 얽힌 조선시대 제주도민들의 삶과 애환(▶링크), 제주와 함께 자라온 메밀의 역사(▶링크) 등이 있다.

오 PD는 “프로그램 이름인 <보물섬>은 제주도의 풍광, 인물, 역사, 문화 등 모든 것이 보물이라는 의미인데, 제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시청자의 호응을 높이기 위해 재연 드라마 코너를 만든 것”이라며 “올해는 단순히 드라마에서 그치지 말고 전문가 인터뷰나 현장 취재를 추가해서 제주의 생활‧문화사를 거시적으로 다뤄보자는 취지에서 다큐드라마 형식을 빌렸다”고 밝혔다.

‘불휘 지픈 제주’ 종영…제작진 “매년 다른 형식의 제주어 드라마 기획…곧 새로운 코너 시작”

제주 KBS의 ‘제주어 다큐 드라마’는 1년 마다 새 옷을 입는다. 1년에 한 번 씩 드라마의 메인 아이템이나 형식에 변화가 생긴다. 지난해에는 <보물섬>에 제주어를 통해 속담의 의미를 되새기는 ‘요보록 소보록(제주어로 ‘알게 모르게’)’이 있었다. 속담이 적절하게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그 상황 속에서 외국인이 제주어를 배우는 형식의 드라마였다.

여기에 다큐 형식이 가미돼 2016년 재탄생한 것이 바로 ‘불휘 지픈 제주’인데, 이 코너는 <보물섬>과 1년여의 시간을 함께 한 뒤 지난 19일자로 막을 내렸다. 대신 곧 다른 옷을 입은 새로운 제주어 드라마가 찾아온다.

오 PD는 “‘당신이 알고 있는 제주의 역사‧문화를 알아본다’를 주제로 한 새 코너를 준비 중이다”며 “예를 들면 사람들이 ‘제주에는 산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육지에 가면 산이라고 부르는 것을 제주에서는 ‘오름’이라고 하고 만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려고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자연,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제주의 생활‧문화사, 그리고 소중하지만 잊혀져가는 제주어, 이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는 <보물섬>과 제주어 드라마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인사와 함께 시청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제주도 사투리 촘말로 귀하고 아름다운 보물이우다. <보물섬>, 하영봅서(많이 보세요)!”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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