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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되려면

[김교석의 티적티적] 바꿨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기존 문법 아쉽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6.12.26 10: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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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문제는, 변화는 했지만 그 구성방식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올드한 콘텐츠로 평가받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의 매우 익숙한 문법에 연예 콘텐츠를 넣은 수준이다. ⓒ SBS

지난 3월 23일, 조영구는 1995년부터 21년간 출연한 <한밤의 TV연예> 마지막 방송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리포터라는 직함을 달고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한 거의 유일한 연예인이자, 프로그램의 처음과 끝을 지킨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역대 MC 그 누구보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결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의 눈물은 시청자들에게 작별 인사 상의 의미를 남기긴 힘들었다.

 

사실 공중파의 연예정보프로그램은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정보의 시의성과 현장감을 고취하기 위한 장치로 생중계를 고집했는데, 쏟아지는 연예정보를 분 단위로 접하는 시대에 접어든 후 이 또한 의미 없는 쇼잉일 뿐이었다. 그래서 장수 프로그램의 목을 쳐낸 SBS의 선택은 이른바 방송가의 관성을 끊어낸 결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불과 9개월 만에 ‘한밤’ 브랜드를 이어가는 새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한밤>이 편성됐다. 재단장의 콘셉트는 최근 대중문화의 핵심 키워드인 큐레이션을 연예정보 프로그램에도 이식이다. 관련해서 리포터를 대신해 ‘큐레이터’라 부르는 각 분야의 특화된 패널이 자리한다. 밝고 명랑한 리포터들이 사건 사고를 전하고 스타의 인터뷰 위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아나운서들이 진중함을 더하고, 신동현, 신기주 등 인쇄 매체에서 활약하던 칼럼니스트들이 전문성을 담보한다. 메인 진행자는 톱 예능MC 김구라와 공신력을 더할 SBS 간판 박선영 아나운서가 맡으면서 체급을 한계 체급까지 올렸다.

 

소식이 아닌 뉴스(스토리)를 전한다는 큐레이션은 문제시되었던 시의성 늦은 인터넷 뉴스를 재탕하고,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스타와의 밀착 데이트 대신 연예정보에 수준과 가치를 더한 콘텐츠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썰전> 2부 멤버이기도 했던 신동헌의 뉴스 마스터는 기존의 연예뉴스와 달리 촛불 집회 때 불렸던 노래들에 주제로 삼았고, 공부의 신 강성태가 진행하는 팩트 폭행은 인기 드라마와 인기 학과의 진학률 등 다소 엉뚱하고 참신한 뉴스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예 정보 방송 콘텐츠의 효용에 대한 의문과 기존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한계는 그다지 해소되지 않았다. 신기주의 연예론은 재단장한 <본격연예 한밤>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코너다. 잡지 매체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신기주 기자가 한석규의 26년 연기 인생, 아티스트 신해철의 삶을 재조명하는 등 한 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두고 심도 있게 살펴본다. <한밤의 TV연예>의 주력 아이템이었던 스타와의 만남의 피상적인 인터뷰를 탈피해 입체적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들여다보는 구성이다.

그런데 문제는, 변화는 했지만 그 구성방식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올드한 콘텐츠로 평가받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의 매우 익숙한 문법에 연예 콘텐츠를 넣은 수준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연예 뉴스를 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소개에 머무는 정보의 한계, 자사 프로그램 홍보를 넘어서지 못하는 금기의 한계, 결정적으로 이런 방식의 연예 정보와 소식이 요즘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듣고 함께 나누고 싶은 뉴스인지,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9개월 전과 똑같은 의문을 다시금 품게 한다.

▲ 9개월 만에 재단장한 <본격연예한밤>은 수도관 교체나 단열 공사는 미뤄둔 채 마감재만 바꾼 상황이다. ‘본격’이란 말이 한층 더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 방송 화면 캡처

과거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공신력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대중적 파급력이 큰 연예 매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으로도, 포맷으로도 시대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 대중이 원하고 관심을 갖는 연예 뉴스는 스캔들이나 홍보성 스케치의 전달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같이 보고 느꼈던 것을 나누거나 들어볼 만한 비판이다. 오늘날 예능과 TV는 더 이상 일방향의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방송과 대중이 수평적이고 상호유기적인 관계로 접어들었는데, 함께 나눌 비평이 실종된 뉴스는 아무리 가벼운 연예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도, 아무리 심도 깊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고 하더라도 생명력이 다한 콘텐츠다.

 

이 이야기조차 그다지 새롭지 않다. 이미 3년 전에 <썰전>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김구라 입장에서 재도전이다. 리모델링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기존 건물의 구조와 환경이 갖는 한계는 절대적이다. 9개월 만에 재단장한 <본격연예한밤>은 수도관 교체나 단열 공사는 미뤄둔 채 마감재만 바꾼 상황이다. ‘본격’이란 말이 한층 더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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